미국서 기대주 ‘뉴스 스타트업’, 한국선 왜 천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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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뜨겁다. 물론 미국에서다. 수천만달러의 펀딩에 성공하는가 하면 수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뉴스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통 신문 산업의 위축으로 저널리즘 위기론이 회자되면서 뉴스는 외면받는 산업 영역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뉴스 스타트업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벤처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뉴스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전환되려는 기미가 비교적 또렷해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 ‘핫’한 뉴스 스타트업이라면 단연 ‘버즈피드‘를 꼽을 수 있다. ‘버즈피드’는 2006년 ‘허핑턴포스트’의 초기 창업 멤버였던 요나 패레티가 설립한 뉴스 벤처기업으로 올해로 창업 9년차에 접어들었다. 퀀트캐스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버즈피드’의 순방문자수는 1억4700만명이다. 특히 PC웹(5800만명)보다 모바일웹(8900만명) 유입이 3천만명 이상 많을 정도로 모바일 시대에도 성공적으로 적응한 모습이다.

‘버즈피드’의 빠른 성장세는 투자자들의 기존 인식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뉴스 비즈니스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투자 대상 축에도 끼지 못했다. 요나 페레티는 IT 전문 인터넷 미디어 ‘콰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시작할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저널리스트, 리포터 또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문인이 관여하는 모든 분야에 대해 투자하길 원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심지어 저널리즘의 ‘J’자만 거론해도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버즈피드’는 이러한 시장의 인식을 단숨에 바꾸는 데 성공했다. ‘뉴스 스타트업도 투자 가치가 있다’는 인식을 직접 증명해낸 것이다. 버즈피드는 최근까지 4차례에 걸쳐 4600만달러, 우리돈 470여억원의 펀딩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투자자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러러벤처스, 허스트벤처스 등 개인과 전문 투자사가 두루 망라돼 있다.

‘버즈피드’ 실적도 관심 대상이다. 블룸버그는 ‘버즈피드’의 매출이 2013년 6천만달러를 기록한 뒤 2014년에는 1억2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위터의 2013년 매출(6억6400만달러)과 비교하면 11분의 1 수준이지만, 세간의 주목도는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다.

‘버즈피드’ 10억달러 가치 평가…’워싱턴포스트’ 인수가 4배

‘버즈피드’는 이미 여러 곳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고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소식은 지난 4월 터져나온 디즈니의 ‘버즈피드’ 인수설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는 올초 ‘버즈피드’에 인수 의향을 제시하면서 무려 10억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가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면서 인수는 결국 무산됐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130여년 전통의 ‘워싱턴포스트’를 2억5천만달러에 인수한 사례와 비교해보면, 버즈피드가 얼마나 큰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버즈피드(BuzzFeed)

▲미국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버즈피드’.

‘버즈피드’만큼 성장세를 기록하는 있는 뉴스 스타트업은 ‘업워시‘다. 미국 내에서 ‘업워시’는 ‘버즈피드’의 경쟁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들어 트래픽이 급격히 하락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로부터는 관심 세례를 받고 있다. ‘업워씨’는 엘리 파리저가 2012년 설립한 뉴스 스타트업으로, 창업 뒤 현재까지 1200만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페이스북의 초기 창업 멤버였던 크리스 휴즈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에는 20대를 겨냥한 정치 뉴스 전문 스타트업 ‘폴리시마이크‘가 1천만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골드만삭스를 그만두고 나온 크리스토퍼 알첵과 스탠포드대 출신의 제이크 호로위츠가 2011년 공동으로 설립했다. 올해로 창업 3년째를 맞이한 ‘폴리시마이크’는 직원수가 12명에 불과할 때 월 600만 순방문자수를 기록하면서 뉴스 스타트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버즈피드’에 투자했던 러러벤처스의 에릭 히포도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에릭 히포는 ‘허핑턴포스트’의 CEO에서 물러난 뒤 러러벤처스에서 뉴스 관련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미국 뉴스 스타트업계의 큰손이다. 그는 소프트뱅크캐피털의 파트너 매니저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10억달러 가치로 평가받는 ‘바이스‘, 2007년 창업 이래 3천만달러 펀딩에 성공한 ‘비즈니스 인사이더‘, ‘나우디스뉴스‘, ‘서카‘ 등도 주목받는 뉴스 스타트업으로 분류된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뉴스 미디어▲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뉴스 미디어 순위

미디어 기업이 아닌 테크놀로지 기업

갑작스럽게 뉴스 스타트업으로 자금이 몰리는 배경에는 미디어 유통과 소비에 특화된 기술력이 한몫하고 있다. 에릭 히포는 ‘콰츠’와 인터뷰에서 “이들은 무엇보다 테크놀로지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를 유인하고 콘텐츠를 생산·확산하는 기저엔 차별화된 기술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기업이라는 이미지보다 기술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또렷하기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이들 스타트업의 기술력은 이전과 다른 광고 상품을 개발하는데도 톡톡히 역할을 다하고 있다. ‘버즈피드’는 네이티브 광고를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건당 광고비가 9만3200달러에 이른다. 네이티브 광고는 ‘버즈피드’의 입소문 효과를 측정하는 데이터 분석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CEO인 페레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3년에만 네이티브 광고가 600~700건 집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6천만달러를 넘어서는 금액으로 대부분이 수익이 일반 디스플레이 광고가 아닌 네이티브 광고로 구성됐음을 의미한다.

왜 한국선 뉴스 스타트업 주목 못 받나

국내에서도 뉴스 스타트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ㅍㅍㅅㅅ‘, ‘슬로우뉴스‘, ‘인사이트‘, ‘뉴스페퍼민트‘ 등 기존 언론이 시도하지 못한 전문 영역을 파고 들며 새로운 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들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 시장과 달리 뉴스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의 관심 목록에서 제외돼 있는 분위기다.

우선, 미국 뉴스 스타트업처럼 기술로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 한몫한다. 뉴스 콘텐츠에서 차별화하기 어렵다면 새로운 기술력을 보여줘야 하지만, 실제 국내 뉴스 스타트업이 이런 요건을 갖추기란 만만찮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시장만큼 광고 시장이 크지 않아 높은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광고 시장 크기도 작고 그 시장마저도 왜곡돼 있는 편이다. 미국의 경우 산업이나 경제 집중도가 분산돼 있지 않나. 플로리다를 가도 큰 기업 있고 텍사스에 가도 큰 기업이 있다. 광고 시장, 경제의 절대 규모로 인해 뉴스 스타트업에 기회들이 있는 것 같다. 반면 한국은 광고 시장에서 10대 재벌의 점유율이 대략 절반이 넘지 않나. 매출의 원천이 협소하다. 그런 환경을 아는 투자자들이 새로운 미디어가 나온다더라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전화 인터뷰 전체 내용 보기]

문규학 대표는 기술력 부재가 핵심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미디어에서 활용되는 테크놀로지는 주로 콘텐츠 생산, 유통, 소비와 관련된 것인데 여기에 적용되는 기술이 대단한 무언가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기술력 기반의 뉴스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러러벤처스의 에릭 히포에 대해서도 문 대표는 “그 분 정도면 엔지니어나 혁신적 기술을 만들고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이 있다”라며 “그런 믿음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가 언급하는 뉴스 스타트업의 기술력에는 약간의 과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국내에서 뉴스 스타트업이 미국과 같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란 당분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당분간’을 어느 정도 기간으로 정의해야 할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으며 생존하기엔 그만큼 척박한 토양인 것이다. 결국 뉴스 스타트업은 홀로서기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냉혹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