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네이버 카페 vs. 다음 카페

내 기억이 맞다면, 다음이 사이버 공간에 ‘카페’를 연 건 1999년 5월이었을 게다. 국내 첫 무료 웹메일 서비스인 ‘한메일’을 내놓은 지 꼭 2년 만이다. 분위기 근사한 다음 카페가 영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온라인 동아리방은 온전히 다음의 몫이었다. 네이버는 존재조차 없을 때다. ㈜네이버가 문패를 내건 때는 다음이 카페를 연 바로 다음 달인 1999년 6월이었으니까.

새천년을 코앞에 두고 IT 열풍이 밀어닥칠 시절이었다. 사이버 공간에 나만의 집,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다듬고, 꾸미느라 너나할 것 없이 부산하지 않았던가. 마이홈, 프리챌, 껌내꺼, 트라이포드….

상전벽해일까. 한때 포털이 앞다퉈 제공하던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는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2008년 5월 네이버가 ‘마이홈’ 서비스를 접으면서 포털 개인홈피 서비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개인홈피가 떠난 자리엔 블로그와 카페가 들어섰다.

그러고보면 다음의 선택은 일리가 있었다. 개인 홈페이지가 번성하고 저가 웹호스팅 서비스가 창궐할 때도 다음은 개인홈피 서비스를 내놓지 않았다. 오롯이 커뮤니티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나. 우직하게 카페를 대표 상품으로 키웠다. 그래서일까. 온라인에선 ‘다음’과 ‘카페’란 두 단어를 떼놓고 발음하기 어색할 정도로 ‘다음 카페’는 한몸처럼 따라다녔다. 네이버 ‘클럽’이 문을 연 게 2001년 4월이니, 다음과 비교하면 한참 늦은 셈이다.

따라잡기 버거워 보이던 다음의 독주도 세월따라 제동이 걸렸다. 2006년 중반 이후 급격히 격차가 좁아진 다음과 네이버의 카페 방문자수는 같은 해 하반기부터 뒤집어졌다. 랭키닷컴 자료를 보자. 2006년 9월까지 방문자수에서 네이버를 앞지르던 다음 카페는 10월부터 역전된 뒤 지금껏 줄곧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카페분야 점유율 면에선 2007년 10월까지 근소한 차이로 앞서나갔지만, 11월부터 네이버에 1위를 내줬다.

2009년 10월 현재 네이버와 다음 카페의 점유율은 각각 51%와 40.4%로 10% 가량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월간 방문자수도 네이버와 다음 카페가 각각 1946만명과 1455만명으로, 500만명 가량 차이난다. 2005년 하반기부터 다음 카페 성장곡선은 해마다 떨어지는 반면, 네이버 카페는 슬금슬금 올라가는 모양새다.

이처럼 전세가 뒤바뀐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검색 점유율 격차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다음은 서비스 초창기, 카페를 닫힌 공간으로 유지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카페글은 외부에 노출돼선 안 되는 자료였다. 내부 회원들끼리 공유하는 정보일 뿐. 그러니 다음 검색에서도 카페 글은 열외였다. 철저히 성채에 갇힌 컨텐트였던 셈이다.

네이버는 달랐다. 카페 회원이 원한다면 게시판 글을 검색 결과에 노출하도록 했다. 카페 운영자에겐 카페 전체 공개 권한을 줬다. 닫힌 커뮤니티지만, 검색 결과를 통해 외부인이 흘러들어올 ‘구멍’을 마련해준 셈이다. 검색 시장을 지배하는 네이버 검색을 타고 카페로 들어오는 방문자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호기심에 혹은 필요한 정보를 찾아 들렀다 떠나는 나그네들이 네이버 카페 방문자수와 트래픽 숫자를 올려줬다.

그 동안 다음 카페는 다른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불법 음란 자료 유포의 숙주로 지목돼 손가락질 받기도 했고, 이런저런 사이버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단속에 시달리기도 했다. 카페 숫자가 늘고 운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그렇다고 개국공신인 카페 서비스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카페 속 알짜 자료들이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고 동아리 금고 속에 갇혀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다음은 카페에 메스를 들이댔다. 2005년 11월 카페 내부검색 서비스를 선보인 걸 시작으로 카페 문호를 검색엔진에 점차 개방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허나 한 번 틀어진 물꼬를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을까. 2006년부터 뒤바뀐 다음과 네이버의 카페 성장세는 2009년 들어 더욱 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이 자랑하던 ‘카페 충성도’ 즉 체류시간이나 1인당 방문 깊이 지표에서도 2009년부터는 네이버가 앞지른 모양새다.

다음은 올해 6월 카페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 카페 서비스를 대폭 뜯어고치고 카페 회원들의 자유도를 높인 ‘카페 더 넥스트’를 선보인 것이다. 11월 들어서는 ‘라이프 온 다음’(Life On Daum)이란 슬로건을 새로 내걸며 카페·블로그·쇼핑·지도·영화·음악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을 긴밀히 엮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새단장한 플랫폼 속에 카페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다행이지만, 기우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 수익에 민감한 마케팅 좌판 속에서 커뮤니티가 길을 잃지는 않을까.

다음쪽에선 희망을 걸어볼 대목도 있다. 한때 80%에 육박하던 네이버 검색점유율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다. 코리안클릭 기준으로 지난해 9월 10%대였던 다음 검색점유율은 올해 9월 들어 24%까지 솟구쳤다. 같은 기간동안 네이버는74%에서 66%까지 점유율이 떨어졌다. 다음은 내년까지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검색 서비스는 일단 상승기류를 탔다. 이제 ‘다음을 키운 8할’이 재도약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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