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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장인] 인간과 ‘통’하는 로봇 만드는 가이 호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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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애니매니션을 보면 종종 로봇이 등장한다. 현실에선 그런 로봇들, 보기 힘들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로봇은 기껏해야 로봇청소기 정도다. 이스라엘에선 다르다. 영화를 보다가 로봇의 매력에 빠져 로봇을 직접 만드는 일에 뛰어든 사람이 있다. 인간과 소통하는 로봇을 만드는 가이 호프만 교수 얘기다. 그가 영화에서 빠져든 로봇은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월E’ 안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다.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픽사의 로고에 나오는 탁상용 램프 ‘럭소 주니어(Luxo J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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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소 주니어’. 픽사 메인 로고에 등장하는 캐릭터이자, 픽사가 처음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주인공이다.

가이 호프만 교수는 럭소 주니어를 만들기 위해 애니메이션부터 공부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있는 편안한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떠났다. 그러고는 MIT 로봇생명그룹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럭소 주니어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로봇은 사람이 움직이거나 두리번거리는 데 맞춰 빚을 비추는 탁상용 램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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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 호프만이 만든 탁상용 램프 로봇(출처: 테드 영상)

처음엔 로봇을 연구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호프만 교수는 로봇과 인간의 소통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인간과 로봇이 의사소통한다는 건 무슨 말일까. 영화처럼 로봇이 마치 사람인냥 대답하고 행동하는 걸 뜻하는 걸까. 호프만 교수는 “로봇이 인간이 주는 행동이나  환경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라며 “동물과 인간의 의사소통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강아지라면 인간과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고, 주인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채고 반응한다. 로봇과 인간의 소통도 이와 비슷하다.

“컴퓨터는 우리와 소통한다고 볼 수는 없죠. 일단 키보드나 마우스로 명령을 입력받고 이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스크린에 띄우는 것 뿐이니까요. 사람과 동물은 말로 대화하지 않지만 꼬리를 치거나 몸짓, 손짓, 억양 같은 비언어적 행동으로 자발적으로 의사소통을 해요. 로봇과 소통한다는 것은 카메라로 인간을 보고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알아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호프만 교수는 공연하는 로봇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연기는 배우끼리 호흡을 맞춰가며 그때 그때 필요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인데, 이것을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가 만든 연기하는 로봇은 앞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로봇이 고개를 들면서 같이 화를 내는 것처럼 행동하고, 슬퍼하는 사람이 있으면 고개를 푹 숙인다. 호프만 교수는 이런 과정을 익히기 위해 실제 연기를 배우고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도서관에 있는 연기와 관련된 책도 샅샅이 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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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는 로봇. 앞에 사람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출처: 테드 영상)

그가 만든 또 다른 로봇은 즉흥 연주하는 로봇이다. 몇몇 음악가들은 함께 모여 정해진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합주를 하기도 한다. 이것을 로봇에 적용한 것이다. 호프만 교수는 옆에 있는 음악가가 내는 소리에 맞춰 피아노나 마림바 같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다. 옆에 래퍼가 있을 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서로를 쳐다보며 몸통을 흔들면서 음악을 즐기는 로봇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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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로봇. 옆에 연주자가 치는 음악에 맞게 즉흥 연주를 한다. 래퍼가 랩을 할때는 몸체를 움직이며 리듬을 맞춘다. (출처: 테드 영상)

호프만 교수는 현재 이스라엘대학 학제연구센터(Interdisciplinary Center, IDC)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미디어 이노베이션 연구실에서 공동 디렉터도 함께 역임하고 있다. 기존에도 로봇을 연구하는 학자는 여럿 있었지만, 이렇게 소통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호프만 교수는 “이스라엘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미국, 독일 한국 등 소수의 학자가 이 분야를 연구한다”라며 “그만큼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을 느끼고 계속 공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로봇 소통 기술에서 가장 구현하기 힘든 기술은 무엇일까. 그는 2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정교하게 인식하는 능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행동하는 시기를 적절하게 정하는 기술이다.

“로봇의 눈으로 어떤 것이 인간이고 어떤게 사물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아요. 또 무게가 얼마나 될지, 촉감은 어떨지 등을 판단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죠. 또 다른 어려움은 로봇이 언제 행동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술이에요. 타이밍은 의사소통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 대화 중간중간 적절한 시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쳐다보걸 보고 ‘아 우리가 대화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거든요.”

호프만 교수가 연구의 초점을 맞춘 부분도 로봇의 적절한 행동시점을 찾는 기술이다. 그는 또한 “로봇에게 무엇인가를 들게 만든 것도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은 펜이 미끄러질 때 어느 시점에 집어야 하는지 잘 알죠. 또 물건을 전해줄 때 언제 잡고 언제 놓아야 하는지도 알고 있죠. 어떻게 보면 사람의 손이란 매우 똑똑하다고 볼 수 있어요. 아마 로봇이 젓가락을 사용하기는 매우 어려울 거예요. 많은 정보가 들어가서 판단해 하는데 기껏해야 로봇은 형태나 무게 등만 알수 있거든요. 현재 기술로는 병 정도만 잡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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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 호프만 교수

이스라엘에서 로봇과 인간의 소통에 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배우는 것을 즐긴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도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많은 것에 지루해하고 지겨워해요. 너무 많은 정보를 매일 소비했기 때문에 나온 피로감이겠죠. 좀 더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한 가지만 보지 말고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면 좀 더 창의적인 삶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흔히 “저 사람 로봇 같다”라고 말할 때는 “저 사람은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컴퓨터 같은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다. 하지만 호프만 교수는 그와 반대로 인간을 이해하는 영혼 있는 로봇을 만든다. 그가 생각하는 로봇의 감정이란 무엇일까.

“로봇이 감정을 가지느냐고 묻는 다면 대답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로봇은 인간들이 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점차 따라할 거예요. 로봇은 정보를 모으고 결과에 따라 행동해요. 그러니 로봇은 소리지르는 사람을 싫어하고 무서워하도록 설계될 겁니다. 사람이 친절하게 행동하면 기분좋다고 판단하죠. 무섭거나, 궁금하거나, 침착한 상태 등을 만들어 내죠. 이것을 진짜 감정이라고 봐야 할까요, 가짜 감정이라고 봐야 할까요? 구분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인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만들어내지만, 로봇도 어쩌면 로봇만의 감정을 만드는 방식을 갖게 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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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호프만 테드 강연 ‘영혼이 있는 로봇’ 보기

☞가이 호프만 테드 소개 페이지(한글 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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