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코스프레’, 애플을 보고도 계속 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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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모든 회사가 따라했으면 하는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애플 지구의 날 지면 광고 '우리에겐 다른 회사가 베꼈으면 하는 아이디어가 있다'

지난 4월22일 지구의 날, 애플은 영국과 미국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냈습니다. 애플 데이터센터에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큰 사진에 담고 조금은 자극적인 문구를 걸었지요. 이를 본 국내외 언론에서는 애플이 삼성과 특허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삼성을 은근히 ‘조롱’하는 광고를 냈다고 기사를 썼습니다.

애플 지구의 날 구글 검색 결과

 

‘애플, 지구의날’ 혹은 ‘애플, 친환경’ 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하고 쓴 듯한 제목에 내용까지 비슷한 기사들이 결과 화면을 채웁니다.

하지만 이날 애플이 내놓은 것은 이 광고만이 아닙니다. 애플은 웹사이트 첫 화면에 ‘환경에 대한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정책보고서를 내걸고, 팀 쿡 애플 CEO가 직접 녹음한 동영상 ‘나음(better)’도 발표했습니다. 애플은 모든 자료를 공들여 만들었습니다. 웹페이지 곳곳에 애플의 가치관을 녹여냈고, 잘 정리한 데이터로 이 보고서를 더 빛나게 했습니다.

애플코리아 웹사이트 환경에 대한 책임 보고서

애플처럼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를 쓰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환경문제를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 규제와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하려고 애쓰기도 하고요.

그런데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요? 애플은 환경규제를 지키는 것을 넘어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환경보고서 제목에 담긴 ‘책임’이라는 단어가 애플의 의지를 정확히 드러내줍니다.

애플의 환경보고서는 크게 네 분야로 나뉘는데, 가장 비중있는 부분은 ‘기후변화’입니다. 탄소발자국 측정과 친환경 데이터센터, 새 사옥 ‘애플캠퍼스2’는 환경 이슈와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애플의 제품이나 서비스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기후변화 부분을 조금 더 자세하게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 탄소배출량 – 정확하게 측정하기

애플은 제품별로 환경성과보고서를 작성하고 각 제품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측정합니다. 제품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뿐만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고 재활용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까지 꼼꼼하게 담아냅니다. 애플은 이 측정법을 ‘라이프사이클 분석 방법’이라고 부릅니다. 물건을 팔아치우고 나몰라라 하는 게 아니라 다 쓰고 버려질 때 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죠.

  출시년도..  모델명   배출하는 탄소량.. 단위 측정일
2010   MC508, MC509.. 1240   kg CO2e..   2010. 7. 27...
2011   MC309, MC812.. 970   kg CO2e..   2011. 5. 3...
2012   MD093, MD094.. 640   kg CO2e..   2012. 10. 23...
2013   ME086, ME087.. 610   kg CO2e..   2013. 9. 24...

▲ 애플 ‘아이맥’ 21.5인치 탄소배출량 변화 

아이맥은 해를 거듭할 수록 탄소배출량을 덜어냈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2010년 모델에 비해 절반 이상 적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애플은 “2008년 이후 애플 제품의 평균 총 전력 소모량을 57%까지 줄였고,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줄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이폰   탄소배출량..
(kg CO2e)
  맥북에어11″..
(출시년도)..
  탄소배출량..
(kg CO2e)
아이패드   탄소배출량..
(kg CO2e)
  아이폰 3gs.. 55 2010 280   아이패드 2(2011).. 105
  아이폰 4 45 2011 270 아이패드 2(2012) 130
  아이폰 4s 55 2012 300 아이패드 3세대 180
  아이폰 5 2013 320 아이패드 4세대 170
  아이폰 5c 60 2014 430 아이패드 레티나 160
  아이폰 5s 70 아이페드 에어 180

▲’아이폰’, ‘맥북에어’ 11인치, ‘아이패드’ 제품별 탄소배출량 변화

하지만 애플이 실제로 탄소배출량을 얼마나 많이 줄였는지는 확실하게 알아내는건 쉽지 않습니다. 아이맥을 제외하면 여러 제품이 초기 모델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폰은 크기가 커지고 아이패드 성능은 훨씬 좋아졌기 때문일수도 있겠지요. 애플이 배출하는 탄소량의 변화를 사업부분 별로 자세하게 밝혀줬다면 좋았을텐데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제품별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애플은 탄소배출량을 불필요하게 늘리는 소재나 디자인, 제조방법 혹은 시스템을 찾아내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사실 어떤 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공개하는 건 그것만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일입니다. 기업의 활동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죠. 아이폰을 몇 대나 팔았는지, 분기 매출을 얼마나 올렸는지 하는 것 말고도요. 윤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보고서는 구매 결정을 돕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애플 이외에 다른 기업은 제품별 환경보고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제품과 비교하는건 어렵다는 겁니다.

■ 친환경 에너지로 움직이는 데이터센터

애플은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움직입니다. 태양열 풍력, 초소형 수력과 지열 등 좋은 에너지원이 있다면 가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량은 ‘0’입니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자체 발전소에서 직접 생산하기도 하고 부족한 경우에는 주변 지역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구입해 사용합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메이든. 오리건주 프라인빌 네바다주 리노 캘리포니아주 뉴악
태양에너지(자체생산)
바이오가스 연료(자체생산)
풍력에너지(지역구매)
초소형 수력에너지
(자체생산-2014년 완공예정).
지열에너지(지역구매)
태양에너지
(자체생산-2015초 완공예정).
풍력에너지(지역구매).

▲애플 데이터센터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

그린피스는 얼마전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얼마나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을 사용하는지 조사하는 프로젝트 ‘클리킹 그린’을 시작했습니다.인터넷 서비스 업체 총 19곳을 조사하고 같은 이름으로 ‘그린 인터넷’ 공헌도를 평가한 보고서도 발표했고요. 이 보고서를 통해서도 애플의 데이터센터가 친환경에너지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 클리킹클린 리포트

▲그린피스가 발표한 그린인터넷 리포트 ‘클리킹 클린’ 애플의 친환경 에너지 비율은 압도적이다.
전체 보고서 다운로드

19개 기업중 애플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데이터센터 공급업체인 듀퐁 파브로스와 디지털리얼리티가 가장 나쁜평가를 받았고, 아마존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비교적 나은 평가를 받은 기업들 중에도 친환경 에너지원이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곳은 야후 단 한 곳 뿐입니다. 선두주자 애플과 나머지 기업 사이에 격차가 엄청납니다.

클리킹 클린 보고서를 토대로 그린피스가 정리한 그래프를 힐끔 보기만 해도 애플이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 클리킹클린 리포트2

가로축: 왼쪽으로 갈 수록 효율성만 강조하는 에너지원 사용 / 오른쪽으로 갈 수록 친환경적인 에너지원 사용

▲ 듀퐁 파브로스와 디지털리얼리티의 테이터센터를 이용하는 기업은 검은색 실선으로 연결돼 있다.
맨 오른쪽에서 애플이 선두주자로 달린다. 검은색 줄이 하나도 없는 애플은 청정지대다. 

애플은 데이터센터 말고도 모든 사무실과 판매점을 친환경적으로 꾸미려고 노력합니다. 2013년에 이미 애플 캠퍼스에서 쓰는 에너지의 83%를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충당했습니다. 기존 건물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도록 고치고, 새로 짓는 캠퍼스는 환기 시스템부터 회사 부지 내 태양열 시스템까지 철저하게 갖춰 설계했습니다. 캠퍼스 주변엔 나무를 심고 직원들이 출퇴근할 때 쓸 수 있는 공용자전거를 준비한답니다.

이 외에도 포장재 부피를 줄여 운송비를 절감한다든가 다른 브랜드에서 만든 폐가전까지 수거해 재활용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디자인으로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등 애플이 환경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동안 비판받아 온 중국 폭스콘 공장 노동자의 인권문제와 주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고서 ‘협력업체에 대한 책임’도 함께 내놓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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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가 녹음한 ‘나음(better)’ 동영상 보기(한글자막)

이제 애플이 추구하는 ‘나음’은 더 이상 감각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기술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애플의 혁신은 환경을 이롭게 하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행복한 삶, 한마디로 ‘웰빙’을 만드는 것으로 진화했습니다. 애플은 자신들의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지구의 날을 기념해 공식적인 발표를 낸 것입니다.

혹자는 애플의 이런 태도와 정책이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애플사가 ‘직접’ 발표한 자료들은 필연적으로 조금 더 좋아보이게 포장됐을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또 환경 정책을 과도하게 홍보하는 것은 애플 제품을 쓰면서 환경파괴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고 자기 위안을 삼으라고 속삭이는 유혹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애플의 친환경 정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애플처럼 환경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응원하고 이들이 더 멋진 일을 해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다른 기업들도 세상을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일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만약에 당신이 애플의 환경정책 때문에 아이폰을 구매했다고 말한다면, 다른 기업들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겁니다.

이쯤에서 저는 티셔츠를 1장 팔 때마다 나무를 심는 레인티의 창업자 베쓰돈이 한 말을 떠올려봅니다.

“우리가 쓰는 지폐 한 장 한 장은 윤리적인 가치와 환경에 대한 가치관을 담은 투표용지이자 성명서입니다. 어디에 돈을 쓸지, 무엇을 살지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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