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a “구글 계정도 가족에게 물려줄 수 있나요?”

2014.05.13

‘흥신소’는 돈을 받고 남의 뒤를 밟는 일을 주로 합니다. ‘네가 못 하는 일, 내가 대신 해 주겠다’는 뜻이죠. ‘블로터 흥신소’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궁금한 점을 대신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IT에 관한 질문이면 아낌없이 던져주세요.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e메일(sideway@bloter.net),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Bloter.net), 트위터(@bloter_news) 모두 좋습니다. ‘블로터 흥신소’는 언제나 영업 중입니다.

“내 구글 계정 가족에게 물려줄 수 있나요?” – 블로터닷넷 최호섭

흥신소는 의뢰를 받아야 하는데 제가 궁금한 점이 생겨서 좀 알아봤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쉽게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힘들어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처럼 과장된 표현들을 일상 생활에서 별뜻없이 씁니다. 아마 이런 농담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것도 생각해보면 ‘죽음은 남의 이야기’이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재난이나 사고처럼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누구에게나 위험은 찾아옵니다. 그 상황에서 스마트폰의 정보는 중요한 정보가 되기도 합니다. 벌써 한 달 가까이 온 국민을 안타깝게 한 세월호 사고에서도 카카오톡 메시지가 중요한 증거가 됐고, 혹시 모를 사진이나 영상 정보가 네이버 N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에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개인의 사생활이 모두 기록되는 디지털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는 것도 덥석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디지털 유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디까지 물려줄 수 있는 것일까요?

appstore

디지털 유품의 가치와 사생활

제 스스로도 적지 않은 유료 앱과 콘텐츠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재화를 종이책으로, CD로, 설치본이 담긴 디스크로 구입했더라면 그저 타인에게 넘겨주면 되겠지요. 하지만 내 모든 정보가 들어 있는 계정에 구매 내역과 권한이 기록되기 때문에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선뜻 넘겨주는 건 쉽지 않습니다. 구매 내역만 넘겨줄 수는 없을까요?

얼마 전 영국에서도 사망한 어머니가 남긴 아이패드의 핀번호를 몰라 기기를 쓸 수 없게 된 한 이용자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상속 절차가 까다롭기도 하거니와 법적 절차에 따른 비용이 들 수도 있습니다.

고인에게도 명백한 사생활이 있고, 죽어서도 누군가에게, 특히 가족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넘겨주는 것도 문제겠지요. 상속이 안 된다면 문제지만 사생활이 담긴 계정 정보를 넘겨주는 것은 까다롭게 할 필요가 충분합니다. 요즘 특히나 강조되는 ‘잊혀질 권리’와 연결지을 수도 있겠습니다.

Gmail_iOS_20111216

유족이 고인의 디지털 정보를 얻는 건 꽤 제한적입니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국내 사업자들은 특정인의 계정 정보를 타인에게 넘겨주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합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사후 디지털 정보를 싹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망자 스스로가 남기고 싶은 것, 물려주고 싶은 것, 지우고 싶은 것에 대한 권리를 줄 필요가 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심각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듯합니다.

일단 사후 계정의 인계는 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계정 접근 자체에 대한 권한입니다. e메일, SNS, 블로그, 홈페이지 등의 내용을 가족이 물려받아 쓸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망한 가족의 페이스북, 트위터, 미니홈피 등을 상속할 수 있냐는 것이지요.

다른 하나는 특정 계정으로 구입한 무형의 재산, 즉 앱이나 음악, 영상 등의 콘텐츠를 상속할 수 있느냐입니다. 애플의 아이튠즈 계정, 구글의 G메일 계정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T스토어나 멜론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나둘 모은 앱 뿐 아니라 전자책, 음악, 영상 등 콘텐츠들을 점차 현물 대신 가상 콘텐츠로 구입하다보니 그 양은 날로 늘어나는데, 나중에 그대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구글·애플, 서류 갖추면 권리 이전

일단 국내 서비스들은 계정을 넘겨주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합니다. 반면 해외, 특히 우리가 많이 쓰는 미국 기업 서비스들은 사망한 사용자의 계정을 합법적인 대리인에게 넘겨주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절차는 필요합니다. 계정 소유권을 넘기는 행위이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구글과 애플의 계정은 가족이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구글의 경우에는 이름, 주소, e메일 주소, 신분증, 사망증명서 그리고 사망자가 신청자에게 e메일을 보낸 헤더 정보가 필요합니다. 관계가 있는 가족이라는 증명인 셈이지요. 사망증명서는 사망진단서일 텐데 영문으로 발급되지 않으면 번역전문가가 직접 번역하고 공증한 번역본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클라우드와 웹에서 처리하길 좋아하는 구글이지만, 이 서류들은 우편이나 팩스 등으로 보내야 합니다.

구글에 메일을 보내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법적 검토 절차가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상속권자라는 증명과 당사자의 상속 정보 등을 함께 제시하면 이 단계가 수월할 겁니다.

구글은 독특한 서비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휴면 계정 관리자’입니다. 일정 기간 동안 계정을 쓰지 않으면 계정에 연결된 또 다른 계정으로 구글 서비스의 일부를 접근할 수 있습니다. e메일, 드라이브, 구글플러스, 블로그, 유튜브, 피카사 등에 담긴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특정 계정에 권한이 부여됩니다. 이렇게 권한을 이어받은 이는 필요에 따라 본 계정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됩니다. 잊혀질 권리도 부여하는 것이지요. 뜻하지 않은 사고나 실종 등 갑작스러운 일을 당했을 때 누군가에게 내 계정 정보를 미리 접근하도록 한 것입니다. 휴면 계정의 판단은 계정에 직접 접속하는 것 뿐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정보, 안드로이드 체크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예 접근하지 않을 때 작동합니다.

iPad_15inch_MBP_wRet_iPhone_5_iTunes_PRINT

애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튠즈 계정과 그 안의 담긴 콘텐츠들을 상속할 수 있습니다. 계정 소유자의 사망진단서 사본과 고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법률 문서가 필요합니다. 이를 토대로 법률팀에서 심사를 거쳐 계정의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다만 e메일 등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또 다시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영국의 아이패드 이용자 역시 이 서류를 제출하면 계정과 기기를 상속받을 수 있는데, 상속 등에 대한 법률 문서를 떼는 비용이 국가에 따라 다르고 부담스런 수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재산을 남기고 사망하는 경우에는 상속에 대한 서류가 뒤따르기 때문에 유족은 그 서류의 사본을 증명 서류로 제출하면 그리 어렵진 않을 겁니다.

한국은 ‘사생활은 No, 콘텐츠는 OK’

국내 기업들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사실 아직 상속에 대해서 구체적인 매뉴얼이 정비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법적 절차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먼저, 네이버 계정은 정보통신망법 21조, 49조, 그리고 통신 비밀법 제 3조에 근거한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에 따라서 처리됩니다. ‘본인 외에 네이버 아이디의 사용권리는 양도, 상속이 불가능한 이용권한이므로 본인 이외 제3자에게 사용권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재 국내 법을 기반으로 한 원칙입니다. 카페나 블로그 등 게시물에 대해서는 공개된 게시물의 백업은 대신 처리해줍니다. 다만 비공개로 해놓은 것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접근할 수 없습니다. 사망자 아이디의 해제나 탈퇴 등은 가족관계와 사망 사실 확인 등 절차를 거친 뒤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naver_blog_widget

국내에서도 ‘이용자가 사망했을 때 배우자 혹은 2촌 이내의 가족에 대한 계정 상속에 대한 법안’이 발의될 뻔 했지만 현재는 정지 상태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네이버도 법에 근거해 상속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형사 고발 등을 통한 영장이 있기 전에는 가족이라 해도 개인정보를 넘겨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는 네이버뿐 아니라 국내법상 모든 사업자가 지켜야 하는 부분입니다.

T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SK플래닛의 정책은 어떨까요? 콘텐츠는 사실 개인정보나 사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SK플래닛은 기본적으로 콘텐츠의 양도나 이전, 재판매 등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사망의 경우에는 증빙이 된다면 여타 재화처럼 구매 내역들이 가족에게 이관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약관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은 갖춰져 있습니다. 이용자뿐 아니라 개발자, 판매자의 권리도 마찬가지로 상속됩니다. 개발자의 사망이 증빙되면 앱 판매 수수료를 상속자가 대신 받을 수 있습니다.

티스토어 북스 아이폰용

미국에서는 디지털 상조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문서나 파일 등을 따로 보관했다가 사후에 정해진 상속자에게 전달해주는 서비스부터 계정 접속 정보를 보관하고 있다가 가족에게 로그인 관련 정보를 모두 전달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에 대해 법적 문제와 검토는 논란이 되고 있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본인의 소유였던 것을 누군가에게 유산으로 남겨주는 것에 대해서는 디지털이라는 점만 다를 뿐 유형의 일기장, 편지 보관함, 음반, 도서 등을 물려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유산과 상속 문제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한국은 아직 개인정보 관련 법안의 정비가 이뤄지는 중이긴 하지만 그 속도는 아주 더딥니다. 비교적 빨리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서비스 업체들은 ‘약관이나 도움말 등으로 표기한 것 외에 좀 더 심각한 수준의 심사를 거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망자의 사생활과 상속을 판단하기란 쉬운 문제가 아닌 까닭입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