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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BMW 아이드라이브, “스마트폰서 손 떼”

2014.05.13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역시 출력, 승차감, 연비, 실내공간 같은 요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IT 기기를 얼마나 유용하게 쓸 수 있는지, 또 그 자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얼마나 쓸만한지도 구매 판단 요소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자동차가 곧 전자제품이죠. 이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이기도 합니다.

저도 지난해 차를 바꾸려다가 결국 미룬 게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때문이었습니다. 차량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고 지금 상태는 분명히 과도기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에서죠.

실제로 차량들의 인포테인먼트는 더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직접 안드로이드가 들어간 차량도 나오고 있고요. 아이폰을 차량에 연동하는 ‘카플레이’같은 기술은 발표한 지 1년이 채 안 됐는데도 출시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다음으로 똑똑해지는 기기가 바로 자동차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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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습니다. 이동수단이 아닌 IT 플랫폼으로서의 자동차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선택한 차량은 BMW의 ‘528i’입니다. F10 플랫폼 중에서도 2014년형입니다. 크게 보자면 3세대 아이드라이브인 셈인데, 그마저도 매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BMW는 달리기 신나게 해주는 차량을 만드는 회사지만, 다른 한편으로 IT에 상당히 많이 신경을 쓰는 회사입니다. 뮌헨의 BMW 본사는 직원들의 컴퓨터를 그리드컴퓨팅으로 묶어 퇴근 이후의 컴퓨팅 자원을 렌더링 같은 슈퍼컴퓨팅에 활용하기도 하고, 인포테인먼트와 커넥티드카를 위한 ‘커넥티드 드라이브’라는 플랫폼을 일찌감치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표준 기술을 공유하는 ‘제니비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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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BMW의 운전석에 앉으면 3개의 화면이 반깁니다. 전통적인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운전석 계기판, 유리창에 비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입니다. 각각의 역할은 뚜렷합니다. 눈에 띄는 건 계기판 전체가 LCD로 돼 있다는 겁니다. 바늘도 디지털입니다. 초기에는 아날로그 계기판이었는데 BMW는 점차 이를 디지털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디스플레이에 뭔가 특별한 걸 띄워주진 않습니다. 계기판 한가운데에 길안내나 차량 정보를 띄울 수 있지만, 사실 그 기능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중앙 화면으로 양보하는 것이 BMW의 정책입니다. 디지털 계기판은 매끄럽긴 하지만 차량을 급격하게 몰면 상황에 따라 조금씩 튀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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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계기판이 LCD이기 때문에 주행모드에 따라 계기판 모양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연비를 아껴주는 ‘에코 프로’ 모드는 파란 색으로, 차량의 출력을 끌어올리는 ‘스포츠’ 모드는 빨간 색으로 바뀝니다. 바늘이 가리키는 속도나 RPM 부근 숫자가 약간씩 커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아직 과감한 변화는 없지만 가능성 자체를 보는 것 같습니다.

BMW의 인포테인먼트는 ‘아이드라이브’라고 부릅니다. 그 안에 스마트폰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커넥티드 드라이브라는 하위 기능이 더해집니다. BMW는 시리즈를 불문하고 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모두 씁니다.  7시리즈나 1시리즈나 그 경험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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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다른 브랜드와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조작부를 들 수 있습니다. BMW는 화면에 터치스크린을 쓰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려면 몸을 앞으로 기울여야 하는데 그 자체가 운전 중에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아이드라이브 콘트롤러로 조작합니다. 이 동그란 버튼 주변에는 일곱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음악 등을 단축키로 불러올 수 있고 옵션, 메뉴, 뒤로가기 등의 버튼도 달려 있습니다.

아이드라이브 콘트롤러는 누르는 것과 양옆으로 밀기, 돌리기 등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왼쪽 오른쪽으로 밀면 메뉴의 단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글자 입력입니다. 단어를 입력하려면 가로 방향으로 한번 움직였다가 다시 세로로 움직여 원하는 글자를 입력하는 식인데 어렵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영어나 독일어 같은 라틴어 계열은 그나마 나은 편인데, 한글은 답답합니다. 일본어나 한자는 오죽할까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일부 차량에 터치패드가 더해졌습니다. 아이드라이브 위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면 인식합니다. 정확도가 아주 높지는 않은데, 조금만 신경쓰면 빠르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을 위해 만든 기술이지만 한글도 잘 쓸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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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안내를 해주는 내비게이션 성능은 무난한 편입니다. 내비게이션은 수입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고, 그 중에서도 자체 개발한 지도를 쓰는 브랜드들은 악평을 받고 있습니다. BMW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지도가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가장 형편없이 작동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입니다. 위치정보법상 지도 정보를 해외로 반출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차량 개발에도 국내 지도가 적용되기 어려운 겁니다.

그나마 BMW가 직접 만든 지도가 계속해서 발전되고 있고, 최근 법이 약간 완화되면서 위치 정보를 좀 더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게 되면서 검색 결과가 잘 나오는 편입니다. 이 내비게이션의 길안내 정보는 차종에 따라 계기판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로도 뜹니다. TPEG으로 실시간 길안내를 받는 등 실제 쓰기에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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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커넥티드 드라이브’라는 이름의 서비스입니다. 스마트폰을 유선으로 연결하고 아이드라이브에서 커넥티드 드라이브 메뉴를 누르면 됩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모두 연결할 수 있습니다. 블루투스로도 음악을 듣고 전화통화, 연락처, e메일 등이 동기화되긴 하지만 커넥티드 드라이브 관련 앱을 구동하려면 유선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글로브박스에 넣어두는 ‘스냅인 어댑터’를 이용해도 됩니다. 커넥티드 드라이브가 연결되면 스마트폰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특정 앱의 기능을 스마트폰 대신 BMW의 아이드라이브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피드를 보거나 트위터에 새 글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는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용 앱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데 아마존 오디블 오디오북, 튠인 라디오, 스티처 라디오 등의 인터넷 라디오 콘텐츠 서비스를 작동할 수도 있고 운전 습관을 기록하는 ‘에코 프로 분석기’도 있습니다. 이 앱은 차량의 가속, 예측 주행 등을 점수로 매겨 별점을 주는 것으로 연비 운전을 게임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연료 이용량, 평균 연비 같은 상세 정보도 보여줍니다. BMW 미니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는데, 미니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더 과격하고 신나게 스포츠 드라이빙을 할 때 별점을 얹어주는 식으로 이용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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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랩타이머’ 같은 앱도 재미있습니다. 정해둔 코스를 어떻게 달리는지, 주행시간, 연비, 날씨, 최고속도 등의 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록해주는데 이를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 매일 오가는 출퇴근길을 기록해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이 앱은 스마트폰의 가속도계를 이용해 차량의 가속도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서킷처럼 제한된 공간이 있다면 즐겁게 달릴 수 있을텐데 아직 한국은 그런 환경이 많지 않긴 합니다.

스마트폰 기본 앱들도 일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정관리 메뉴를 열면 스마트폰에 기록된 스케줄을 화면에 띄워줍니다. 원하면 이를 읽어주기도 합니다. 아, BMW의 아이드라이브에는 뉘앙스의 음성인식 서비스가 들어갑니다. 아이폰에 쓰는 바로 그 서비스입니다. 글을 읽어주는 목소리도 같습니다. 하지만 자체 음성인식은 시리와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자연어 처리보다는 명령어를 읊어야 알아듣는 쪽에 가깝습니다. 아이폰을 쓰고 있다면 음성인식은 차라리 시리를 쓰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RSS기반 뉴스를 읽어주는 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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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 드라이브 앱을 차량과 동기화하고 나면 남아있는 연료량과 주행 가능 거리 등도 동기화돼 언제든지 상태를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차량 정보는 무선으로도 동기화할 수 있는 옵션이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적용되지 않았고, 처음으로 전기차량인 i3에 WCDMA 통신 모듈과 함께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 일반 엔진 차량에서는 무선 통신 기능까지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커넥티드 드라이브는 운전 중에도 스마트폰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도록 해 줍니다. 습관적으로 정차 중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전화나 메시지 등을 놓치지 않았나 확인하는 일이 많았는데, 확실히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이용하는 동안은 그런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차량에 스마트폰을 연결한다고 해서 대단한 일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운전하는 동안에는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하고, 운전을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가 더해지면 그만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같은 F10 5시리즈라고 해도 3년 전에 타봤던 차량과는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불편하던 글자 입력이 개선된 것만으로도 아이드라이브를 더 잘 쓸 수 있게 됐고 커넥티드 드라이브는 점차 스마트폰의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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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커넥티드 드라이브로 붙여서 쓸 수 있는 앱에 국내 서비스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 BMW는 이 커넥티드 드라이브의 API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BMW코리아는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해 여러 앱 개발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하니 곧 재미있는 앱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BMW코리아는 국내에 출시되는 차량들에 커넥티드 드라이브 제한을 점차 풀고 통신 기능을 더해 2016년까지는 어떤 차량에서든 모든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하고 통신 기능도 대부분의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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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