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로 이동통신사 직접 차린 주민들

가 +
가 -

멕시코 남쪽 오악사카주 고산지대에 ‘탈레아 데 카스트로’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아메리칸 인디언인 사포텍족이 모여 사는 마을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화를 쓰려면 ‘카세타’라는 전화방에 가야 했습니다. 전화요금도 아주 비쌌습니다. 5분 정도 통화하려면 하루 임금을 다 써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전화방에는 사람이 늘 많아서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오래 통화하는 게 눈치가 보이는데다, 통화 내용도 주변 사람에게 다 새나가서 사생활을 지키기가 어려웠습니다.

카세타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전화가 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리나케 뛰어갔습니다. 전화를 받을 사람이 멀리 있을 땐, 전화방 심부름꾼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누구한테 이런 전화가 왔었노라고 알려야만 했지요.

그런데 대체 이 마을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불편하게 지냈냐고요? 멕시코에 휴대폰을 공급하는 회사나 통신 기술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이동통신사가 기지국 설치를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탈레아 마을 주민이 5천명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죠. 한마디로 돈 안 되는 일에는 관심 없다는 말씀! 참다못한 탈레아 주민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을을 위한 통신사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탈레아 데 카스트로’ 멕시코 마을 이야기 동영상 보기

“산속에 있는 작은 토착마을에 셀룰러 서비스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는데,
이젠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걸 직접 보고 있습니다.
이제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든지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전화를 쓸 수 있게 됐어요.”

2013년 3월, 마을회의가 열렸습니다. 주민들이 모여 투표를 했고 약 3만달러, 우리돈 3500만원 정도 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모은 돈은 대부분 안테나와 기지국 전파 수신기를 만드는 데 썼습니다. 그리곤 6개월 만에 ‘탈레아 이동통신(Red Cellular de Talea)’이라는 통신사를 만들어냈지요. 덕분에 720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개인 전화를 갖게 됐습니다.

탈레아 이동통신의 통신요금은 아주 저렴합니다. 기본요금은 한 달에 1.2달러 정도. 지역내에서 하는 통화는 공짜이고, 국제전화는 1분에 1.5센트, 우리돈으로 15원 정도 입니다. 통신망을 근처에 있는 무선인터넷 공급업체와 연결해 스카이프나 매직잭을 휴대폰 버전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덕분에 인기 폭발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소중한 탈레아 이동통신을 마을 공공재로 잘 지키기 위해 5분 이상은 통화를 하지 않기로 약속까지 했습니다.

정부가 통신망을 지원해 준 것도 아니고 대형 통신사가 나선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났을까요? 바로 2G 통신기술을 상업용 오픈소스로 공개한 레인지네트웍스 덕분입니다.

레인지네트웍스 오픈BTS▲ OpenBTS.org -이번 봄에 4.0버전이 공개됐다. 깃허브에서 ‘오픈BTS4.0’을 내려받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레인지네트웍스는 2세대 통신기술 중 하나인 GSM을 활용해 통신망 설비를 할 수 있는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이름은 ‘오픈BTS’입니다. 레인지네트웍스는 오픈BTS로 기지국을 만들 수 있는 장비도 개발했습니다. 장비는 작고 가벼워 옮기기도 쉽습니다. 나무에 매달아둘 수도 있고요. 레인지네트웍스는 기술지원 프로그램이 포함된 개발자키트도 판매하고 오픈BTS 교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레인지네트웍스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에 나무에 설치된 기지국

▲인도네시아 파푸아에 설치힌 기지국. 나무 위에 매달았다. (사실 이건 불법이라고.)

통신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전화 통화와 짧은 문자메시지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2G 기술을 사용했지만 레인지네트웍스는 LTE 기술까지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레인지네트웍스는 대형 통신사가 서비스를 하지 않기로 선언한 지역에서 마을을 위한 작은 통신사를 만드는 일에 직접 참여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멕시코 탈레아 마을에서도 큰 힘을 보탰지요. 인도네시아 파푸아 산악지대와 아프리카 잠비아, 심지어 남극에도 진출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 연구소나 NGO, 각국 정부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파푸아에 기지국을 만들 땐 UC버클리대학 연구팀이 도왔고, 멕시코에서는 멕시코연방이동통신국의 허가도 받아냈습니다. 비록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치느라 2년이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말이죠.

레인지네트웍스는 외딴 곳에 사는 사람이나 직업 특성상 깊은 자연속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 고립되지 않도록 돕기 위해 이런 일을 시작했습니다. 통신 기술과 서비스 권한을 갖고 있는 독과점 기업의 탐욕을 막고자 하는 뜻도 있습니다. 다비드 버게스 레인지네트웍스 CEO는 통신사들이 진출하기를 꺼리는 지역에 한해서는 통신망이나 설비 권한을 빌려주면 더 좋은 일이 생길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을공동체나 비영리단체, 아니면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어하는 개인이 직접 나설 수 있으니까요.

오픈BTS는 무료로 공개돼 있는 만큼,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레인지네트웍스는 개발자키트를 사용하면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만의 네트워크를 금방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국내에선 힘깨나 써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는 8월엔 레인지네트웍스 트레이닝 행사도 열립답니다. 관심이 있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멋진 여름휴가를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요?

네티즌의견(총 28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