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길의책] 오직 단순함,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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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이 살렸나

스티브 잡스는 떠났어도 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가 남긴 정신 때문이다. 애플을 지배하는 그의 사명, ‘단순함’은 답 없던 애플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키워드였다. 애플의 제품과 광고는 그의 인문학적 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사람에 대한 생각과 세상을 향한 외침, 애플이 경쟁자라고 여기지 않은 제품과 기업들에 대한 도전이었다.

버튼 하나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그의 디자인 철학은 이후 추종자들을 자극시키고 ‘모방도 전략’이라는 미명하에 2인자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로 하여금 ‘미투 전략’을 수행토록 했다.

애플이 이룩한 오늘의 성과는 아이팟에서 아이폰으로 그리고 아이패드로 더욱 탄탄해졌다. 소문자 ‘i’로 시작하는 네이밍 전략은 ‘애플 신도’로 하여금 애플 성공 발판에 기여했다. 광고회사가 제시한 ‘아이맥’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스티브 잡스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이 제품을 ‘맥맨’이라고 부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르게 생각하라

아이폰 네이밍과 관련한 에피소드. 아이폰은 시스코가 등록한 상표였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소멸 상태였다. 잡스는 시스코의 권리를 신경쓰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가 어떤 인물인가.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일단 상대를 ‘엿 먹이는 게’ 우선 아닌가. 그게 누구든. 아이폰을 애플이 가졌고 그들은 특허전쟁을 불사하며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없는 행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저자 켄 시걸은 ‘운 좋은 사나이’다. 그가 밝힌 바,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그는 보험 영업 광고 관련한 책을 썼을 것이다. 그는 애플의 광고를 책임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스티브 잡스의 인정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가 인정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어떤 사람이길래 10여년을 파트너 관계로 지낼 수 있었을까.

그건 스티브 잡스 생각대로 대응했다. 실수도 있고 실패도 있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었다. 그가 짚은 11가지 다른 생각들은 스티브 잡스의 무기이기도 하며, 그간 애플의 광고를 제작하며 얻은 켄 시걸의 결과물들이기도 하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스티브 잡스를 대면하고 기록한 내용들이라 생생한 에피소드가 책을 붙들고 있게 한다. 더불어 저자는 델과 인텔 등의 기업홍보도 진행한 바, 그가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이들 기업과의 비교를 통한 애플 CEO의 생각과 전략의 차이를 새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애플과 달리 인텔은 대기업답게 움직이는 대기업이었다. 애플에서는 일이 가장 중요했지만 인텔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부차적인 문제들, 과도한 분석, 사후 비판 등 정작 중요한 창의적 활동을 산만하게 방해하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또한 두 집단이 협업하다보니 광고대행사와 고객의 관계도 형식에 구애받거나 마찰을 빚는 일이 많았다.”

괴팍하고 냉정하다고 평가받기도 했던 스티브 잡스, 그는 자신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 없다고 믿었다. 그는 개념 없는 사람들을 배격했다. 그를 지칭하는 다른 말 가운데는 ‘현실왜곡장’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스티브 잡스가 이룩한 애플 디자인 철학의 단순함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것도 ‘미치도록 단순함’에 대한 것. 왜 그래야만 했는지, 또 그러한 집착과 집중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놓았는지. 그렇다면 ‘복잡함’은 일을 망치는 기능일 뿐인가.

양보할 수 없는 잡스의 경영원칙, 심플 스틱

책 시작부터 마지막 까지 주장하는 바, 단순함 즉 스티브 잡스의 ‘심플 스틱’에 관한 이야기를 반복 학습하는 동안 스티브 잡스를 다시 추억하며 애플의 순항을 기대한다. 1인자든 2위든 경쟁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그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도전의 발판이 마련이 되는 것 아닌가.

저자의 텍스트를 읽어가는 동안 회의실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나는 그 안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들어갈 수는 있겠는가. 지루하게 만드는 순간 스티브 잡스의 외침이 들릴 것 같다.

““좋아요, 어쨌든.” 그가 말했다. “이제 광고를 좀 보죠.” 행크의 역할은 끝났다는 소리였다. 아직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지 않았지만 잡스가 중단시킨 것이다. 이렇게 잡스의 연구 파트너로서 행크의 이력은 시작하자마자 20분 만에 막을 내렸다.”

창업 후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이룩한 애플에 이제 스티브 잡스는 없다. 그가 남긴 생각들은 얼마나 더 애플에 남아질 수 있을까. 앞으로의 애플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1. 냉혹하게 생각하라
2. 작게 생각하라
3. 최소로 생각하라
4 가동성을 생각하라
5. 상징을 생각하라
6. 표현 방식을 생각하라
7. 평소처럼 생각하라
8. 인간을 생각하라
9. 회의적으로 생각하라
10. 전쟁을 생각하라
11. 앞서 생각하라

위에 적은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생각이 떠오르는가. 위에 열거한 내용들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는 실행에 있다. 스티브 잡스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각자의 방식에 갖혀 복잡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기업들이 있었다.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떤가.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복잡함에서 벗어나기보다는 오히려 더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고 지적한다.

광고와 디자인을 진행하며 그간 광고주와의 미팅을 다시 떠올려봤다. 다소 어려운 일임을 불필요하게 인식시키려 애쓰지 않았는가. 본론으로 들어가 그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먼저 열어놓고 왜 보여주지 못했는가. 지루하게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단순함은 애플의 혁신을 그저 가능케 하는 수준을 넘어 ‘몇 번이고’ 혁신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세상이 변하고 기술이 변해 애플이 그 변화에 적응하더라도, 단순함에 대한 신념만큼은 변함없다. 자신들의 기술을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기기로 전환할 수 있는 배경에 바로 이 가치 체계가 자리한다.”

미친듯이 심플

다소 이 책 속에서 ‘부담스러운 회의를 경험하도록 해 준 스티브 잡스에게 감사하는’ 저자가 심플 스틱의 스티브 잡스 찬양으로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가 남긴 공헌은 인정할 부분이다.

HP와 델의 기업운영에는 단순함이 없었나?

소비자들이나 상대에게 선택의 폭을 주는 것은 다양성을 준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때 PC산업의 리더였다고할 수 있는 HP와 델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돌아보라. 델의 구매 시스템은 문제 발생 시 오히려 내부조직을 복잡하게 만들고 일관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책을 읽어나가며 저자가 꾸준히 제기하는 조직과 서비스, 광고 속에서의 단순함, 우리는 애플의 조직운영 형태나 회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내부 운영도구와 그들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의 단순함은 회사의 생존을 결정짓는 요소임을 알아간다. 조직도 생각도, 서비스나 제품도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팀 인원구성을 제한하고 회의 참석 인원도 최소화했다. 불필요하게 회의장에 들어온 사람은 퇴장시켰다. 그런 그의 냉정함은 애플의 오늘을 이루었다. 냉정함은 절제된 표현으로 그가 만든 애플 제품에 스며들었다.

“애플은 복잡한 요소들을 제거해 사람과 음악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기를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기술적 장벽을 제거해 인간적인 변모를 부각시킨 제품이었다. 아이팟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애플은 소형화와 인터페이스 디자인 분야의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더욱 인간 중심적인 기기의 시대를 열었다.”

광고담당자들에게 그간 10여년의 애플의 광고전략을 짚어볼 수 있는 기회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애플의 네이밍 전략을 살펴보는 일은 흥미롭다.

애플은 네이밍의 원칙을 단지 상식에서 찾았다. 그리고 일관성에서도.

“단순함은 사람들을 하나에 집중하게 만든다. 거꾸로 하나에 집중하다보면 단순함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10여년 전 인터넷 서비스 네이밍을 위해 외부 업체를 불러들였을 때, 그들이 가져 온 200~300개를 현장에서 추려가며 정했던 경험이 있다. 기존 서비스와의 일관성이 보이지 않았다. 톱 브랜드와 서브 브랜드와의 경쟁만 있을 뿐이다. 그 때 이 책을 읽어볼 수 있었다면.

그럼, 이제 그토록 외치는 단순함, 무엇으로부터 이룩할 것인가.

미친듯이 심플, 스티브 잡스 불멸의 경영 무기
켄 시걸(Ken Seg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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