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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음악 뿌리고, 떳떳이 수익도 나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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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음반 시장을 파괴했다’는 얘길 심심찮게 듣는다. 사람들은 더 이상 돈을 내고 앨범을 구매하려들지 않는다. 무료 MP3 음악파일이 인터넷으로 무차별 확산된 게 원인이란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음반 시장 자리엔 배경음악(BGM)이나 벨소리같은 디지털 음원 시장이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세계 음반 시장이 급변한 현실 앞에서 허둥대고 당황해하는 모양새다.

그래서일까. 실뱅 짐머(Sylvain Zimmer, 25)씨 얘기가 더욱 낯설고 흥미롭다. 그는 사람들이 말하는 ‘디지털 공짜 음악’을 합법적으로 인터넷으로 뿌리고, 돈도 벌었다. 그가 들려주는 얘기들은 지금껏 음반 시장 위축에 대한 분석들을 비껴난다. 어떻게 음악을 공짜로 뿌렸는데도 수익을 냈을까.

사연을 들어보자.

“2004년 무렵이었어요. 저는 대학 시험에 떨어졌고, 지루하고 따분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죠.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어요. 음악, 자유, 비트토런트 이 3가지 아이템을 합해서 뭔가를 해보자고 생각했죠. 음악을 공짜로 유통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합법’이란 옷을 입혀보기로 결심했어요.”

유럽 최대 음악공유 웹사이트로 성장한 ‘자멘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자멘도는 ‘웹’이란 네트워크에 ‘음악’이란 컨텐트를 얹어 유통하는 서비스다. 자멘도에 올라온 MP3 음악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원하는 곡 또는 앨범 전체를 비트토런트를 이용해 MP3 형태로 내려받거나 웹에서 감상하면 된다.

덥석 내려받았다가 저작권법에 걸려 쇠고랑 차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 없다. 누구든 떳떳이 내려받을 수 있도록 저작권자인 아티스트들이 허락한 덕분이다.

아무 조건 없이 MP3 음악을 공짜로 풀어준 건 아니다. 모든 곡과 앨범에는 CCL을 적용했다. 저작권자인 아티스트나 앨범 기획사가 직접 CCL 조건을 선택해 붙였다. ‘저작자 표시-비영리'(BY-NC) 조건이 걸려 있다면, 저작자를 반드시 표기하고 상업 용도로는 쓰지 않는 조건으로 해당 MP3 음악을 자유롭게 내려받아 감상하고 공유하는 식이다.

“처음엔 아티스트들을 설득하는 일이 무척 어려웠어요. 자기 곡이나 앨범을 공짜로 웹에 올린다는 데 대해 거부감이 강했거든요. 공짜로 음악을 웹에 올려도 CD 판매가 줄어드는 건 아니고, 홍보 효과가 높아지면 콘서트도 더 잘 될 거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설득했죠.”

상업 레이블 시장의 변두리에 머물던 인디 음악가들이 호기심에 자멘도에 음악을 올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참여자가 늘고 방문객이 밀려오면서 입소문이 제대로 타기 시작했다. 대형 기획사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면서 자멘도 성장세도 눈에 띄게 치솟았다.

2007년 7월. 자멘도에 재도약 기회가 찾아들었다. 스카이프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맹그로브 캐피털이 자멘도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뱃속이 든든해지면서 자멘도 서비스에도 본격 힘이 실렸다. 웹사이트 디자인을 새롭게 개편하고 다양한 서비스 요소도 덧붙였다.

2007년말, 자멘도는 유럽에서 가장 큰 음악공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3100개 완성된 앨범이 등록됐고, 11만명의 리뷰어를 거느렸다. 8개 언어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모양새도 갖췄다. 2008년에는 위젯 서비스를 선보였다. 직접 자멘도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아도 유튜브나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등에서 위젯을 이용해 자멘도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멘도는 C넷이 선정한 ‘2009년 톱100 웹사이트’에서 음악부문 1위에 올랐다. 60여개 나라에서 모인 2만6천개 앨범, 16만개가 넘는 트랙이 자멘도에서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 널리 알려진 팝아티스트부터 희귀한 제3세계 음악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아티스트들은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작자가 ‘동일조건 번경허용'(SA)을 허락한 음악을 가져다 리믹스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처음엔 음악을 올리려는 사람조차 드물었어요. 그러다가 음악이 확산되고 공유되면서 이용자들이 친구들에게 사용을 권유하고, 위젯으로 음악을 듣고, 음악을 섞어 재창조하는 상황에 이르른 거죠.”

그럼 자멘도는 어떻게 돈을 벌까.

“이용자들이 음악을 즐기는 방식에서 수익을 찾아냈어요. 자멘도는 모든 아티스트와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앨범 재판매 여부, 상업 용도 사용 허가 등 여러 조건을 명시하죠. 이용자는 라이선스 내용을 클릭해 음악 사용 조건을 확인할 수 있어요. 공짜로 내려받을 순 있어도 상업 용도로는 허락이 안 될 수도 있죠.”

자멘도는 이렇게 음악을 이용자들에게 널리 개방한 뒤, 음악에 매력을 느낀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이용료를 받고 음악을 제공한다. 수익은 저작자인 아티스트나 음반기획사와 절반씩 나눈다. 이따끔 음악에 공감한 외부 기부자들이 주머니를 열기도 하는데, 이 경우 기부금은 대부분 아티스트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때론 자멘도가 약간의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체코의 대형 자동차 제조사 슈코다 수퍼브(Skoda Superb)는 웹사이트에 자사 자동차 광고를 보내면서 자멘도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대가로 자멘도는 수수료를 받는다. 독일 블로그 서비스인 유부트(uboot)는 자멘도 위젯을 달아 이용자들이 음악을 공유하고 감상하도록 했다. 역시 수수료는 자멘도가 챙겨 저작자와 나눈다. 아수스는 자멘도에 돈을 지불하고 자사 PC에 자멘도 응용프로그램을 기본 탑재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자멘도는 올해 ‘자멘도 프로‘란 새 브랜드를 띄웠다. 제대로 수익 모델을 갖추기 위한 신호탄이다. 자멘도 프로는 두 요소로 나뉜다. 레스토랑이나 호텔, 주차장같은 공공 장소에서 자멘도 음악을 돈을 받고 제공하거나, TV나 음악스튜디오가 돈을 내고 자멘도 음악을 이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다. 올해 10월 자멘도는 국제호텔레스토랑연합회(IH&RA)와 음악 서비스 공급 제휴를 맺었다. IH&RA에 참여하는 전세계 30만개 호텔, 800만개 레스토랑이 자멘도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이용한다.

온라인에서 음악을 직접 구매하는 서비스도 곧 내놓는다. 이용자가 보컬 포함 여부, 가수 성별, 언어, 모드 등 원하는 요소들을 선택하면 그에 맞는 음악을 자동 선별해주고→음악 사용처, 필요한 라이선스 숫자, 가용 예산, 배포 방식 등을 이용자가 지정하면→자멘도 프로에서 자동으로 가격을 산정해 보여주고→이용자가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자멘도는 어찌보면 보험회사와 비슷합니다. 아티스트나 앨범기획사들과 계약서를 꼼꼼히 쓰는 게 우리 일이죠. 이를 통해 자멘도가 돌려드리는 건 단지 수익 뿐이 아닙니다. 앨범 홍보와 그에 따른 또 다른 기회를 드리죠. 자멘도는 물리적 영역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레스토랑 주인이 독립 음악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자멘도 음악을 이용하는 식이죠. 이것이 자멘도가 음악 산업에 기여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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