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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받으니 물건 사”…‘포상팔이’에 멍드는 스타트업

2014.05.20

IT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ㄱ 대표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ㄱ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가 정부의 표창 후보에 올랐다면서 자기네 업체가 만든 쿠키를 사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ㄱ 대표에게 전화를 건 쪽은 ㄴ 장애인 업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포상 후보로 오른 ‘좋은 일’이 생긴 것을 미끼로 삼은 일종의 강매 행위였다. 안타깝지만, 업계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ㄱ 대표는 벌써 이와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것이 두 번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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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플리커 CC BY-SA 2.0

“쿠키 안 사면 ‘신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좋아요?”

“일단은 수상 후보 된 것을 축하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후보로 올랐는지도 몰랐거든요. 자기들은 장애인이 만든 쿠키를 판매하는 곳이라며, 쿠키 50만원어치를 사무실로 보낼 테니 입금은 천천히 하라고 말했습니다.”

ㄴ 장애인 업체가 제안한 상품은 쿠키였다. 50만원어치를 보낼테니 돈은 여력이 될 때 천천히 줘도 된다고까지 했다. ㄱ 대표가 ㄴ 장애인 업체의 제안을 거절하자 ‘협박’이 이어졌다. 전화를 건 ㄴ 장애인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의견서를 제출하면, 이번 표창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ㄱ 대표는 수상에 연연하지도 않으며,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ㄱ 대표는 “우리가 쿠키를 사지 않겠다고 하자 상대방이 ‘우리가 의견서를 제출하면 수상을 못 하는 것을 알고 있느냐, 신고하겠다’고 말하더라”라며 “이렇게 받는 상이면 안 받아도 좋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라고 설명했다.

ㄱ 대표가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2014년 사회적기업육성 유공자 정부포상’에 자기네 회사가 후보로 올라가 있음을 확인한 것은 ㄴ 장애인 업체와의 통화가 끝난 이후의 일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17일 홈페이지에 ‘2014년 사회적기업육성 유공자 정부포상 추천대상자 공개검증’ 게시물을 공지했다.

ㄱ 대표가 운영 중인 업체는 국내 IT 스타트업 중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회적기업이 됐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ㄱ 대표의 업체가 운영 중인 서비스가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포상 후보에 오른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후보 중에는 ㄱ 대표 외에도 56개 업체 대표가 후보로 올라 있다. ㄱ 대표 외에 또 어떤 후보 업체가 비슷한 전화를 받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ㄱ 대표는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만연하다”라고 하소연했다.

ㄱ 대표는 “주변에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어떤 분은 비누를 사라며 강매를 권유당한 곳도 있다더라”라며 “업계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 속상하다”라고 덧붙였다. ㄱ 대표는 지난 2013년에도 한 스포츠신문이 주는 대한민국 청년기업상을 받을 뻔했다가 무산됐다. 그 스포츠신문이 수상 행사 진행에 필요한 150만원을 요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ㄴ 장애인 업체, “판로 확보 어려워…”

ㄱ 대표에게 전화를 건 ㄴ 장애인 업체와 통화를 했다. 주장이 묘하게 엇갈렸다. ㄱ 대표와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쿠키가 아니라 장애인이 만든 천연비누와 주방 세제를 사주십사 부탁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 업체(ㄱ 대표의)에 정중히 부탁을 했죠. 좋은 일이 있는데, 도와달라는 식으로요. 장애인이 만든 천연비누와 주방 세제를 팔고 있는데, 고정적인 납품처가 그리 많지 않아 운영이 어렵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ㄴ 장애인 업체는 장애인 자활 프로그램의 하나로 장애인이 생산한 천연비누와 주방세제를 팔고 있다. 헌데 판로가 그리 넓지 않아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ㄱ 대표에게 부탁을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고용노동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면 ㄱ 대표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ㄴ 장애인 업체의 주장도 거짓이었다.

ㄴ 장애인 관계자는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라며 “우리는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업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 관계자도 “의견서에 들어 있는 내용도 전부 검증을 한다”라며 “의견서를 내겠다는 협박으로 수상 후보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다”라고 밝혔다.

“생산품 강매, 거절은 업체의 몫”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는 이 같은 장애인 생산품 강매를 주의하라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다. ㄱ 대표와 함께 이번에 정부 포상 후보로 오른 다른 56개 업체가 비슷한 권유를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만든 생산품으로 낸 이익은 장애인의 직업교육과 자립활동에 쓰인다. 보통 쿠키나 주방세제, 비누와 같은 제품이 많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특별법’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생산품을 우선구매품목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생산시설이 장애인 고용과 복지에 알맞은 조건을 갖추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를 지정사업장으로 선정하는 식이다. 이 같은 시설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는 공공기관이 전체 구매액의 1%를 구매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산하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는 “그와 비슷하게 강매하는 사례가 있었다”라며 “실제로 제품을 강매하려 했던 업체를 알아보니 특별법에 해당하지 않는 업체인 경우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ㄱ 대표에게 포상을 미끼로 쿠키를 강매하려 한 ㄴ 장애인 업체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전화 통화로 협박이 있었을 뿐 딱히 규제하기는 어려운 일종의 전화 판매 행위였으니 말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는 “해당 장애인 업체에서 다소 강경하게 말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라며 “생산품을 구입하거나 거절하는 것은 업체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ㄱ 대표는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 한 곳만이 당하고 있는 피해는 아닌 것 같다”라며 “업계에 만연한 비정상적인 영업방식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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