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부터 알리바바까지…모바일 전자결제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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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전자결제 시장에 불이 붙었다.

전자결제란 전자기기를 이용해 이뤄지는 결제를 말한다.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사면 바로 결제가 끝난다. 만약 신용카드로 물건값을 치르려면 상점이 신용카드를 받아야 한다. 상점은 신용카드 회사 가맹점으로 가입하고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준비해둬야 한다. 오프라인 상점이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이라면 어떨까. 신용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긁을 수 없으니 다른 결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를 인증하고 보안 대책을 제공하는 곳이 ‘지급결제 대행회사(PG)’다. 일반적으로 전자결제를 하면 카드사와 PG사 두 단계를 거쳐 결제가 이뤄진다.

PG_graph_by_samsung_stock ▲전자결제 단계(출처 : 삼성증권 보고서 2쪽)

전자결제가 모바일 환경으로 옮겨오면서 IT기업들도 잇따라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아일랜드 중앙은행에 전자화폐 발급업자로 등록하고 유럽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한국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도 금융결제원과 손잡고 오는 상반기에 전자지갑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만이 아니다. 애플도 아이비콘과 ‘아이폰5S’에 도입한 지문센서를 이용해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구글은 이미 2011년 9월 구글지갑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국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장터가 된 알리바바도 알리페이라는 전자결제 자회사를 꾸렸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IT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모바일 전자결제, 돈 놓고 돈 먹기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돈이 오가는 길목을 차지하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다.

우선 외부 전자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때 PG사에 줘야 했던 수수료를 내 주머니로 돌릴 수 있다. 국내 신용카드 수수료는 매출 가운데 2.5~3% 수준이다. 전자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PG사에 매출액 0.5~1%를 수수료로 내줘야 한다. 매출 규모가 클수록 자체 전자결제 서비스를 만들 이유도 분명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애플과 구글 등 큰 IT기업은 자체 전자결제 서비스를 꾸리고 있다.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얻는 가외수입도 짭짤하다. 전자지갑이란 일정 금액을 충전해두고 쓰는 구글지갑이나 뱅크월렛카카오 같은 서비스다.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이 전자지갑에 충전해둔 채 쓰지 않은 예치금이 남기 마련이다. 고객은 주문을 하는 당일 입금을 하지만 PG사는 당일 고객이 입금한 돈을 정산해 주지 않는다. 실제로 대금을 결제해주는 신용카드사나 통신사가 실시간으로 돈을 정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일주일, 휴대전화 결제는 한달까지 대금을 지불하는 데 시차가 생긴다. 돈이 묶이는 셈이다. 오가는 돈이 많아질 수록 중간에 붕 뜬 예치금 규모도 커진다. 이 돈을 은행 계좌에 두고 이자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보험이나 환전 같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추가 수익을 노릴 수도 있다.

2017년 720억달러 시장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만만찮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세계 모바일 결제액은 2354억달러, 우리돈으로 241조원이 넘는다. 가트너는 이 시장이 3년 새 3배 넘게 성장해 2017년이면 72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사한 지난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 6508억달러를 크게 웃돌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내총생산(7452억달러)에 근접한 금액이다.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국내 인터넷쇼핑 시장은 19.1% 성장해 40조원을 넘보게 됐다.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올해 인터넷쇼핑 시장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며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16%를 넘는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새로운 먹거리를 좇는 기업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들 이유로 충분해 보인다.

통계: 2011년~2017년 세계 모바일 결제 송금액 (단위 : 미화 10억달러) | Statista

▲세계 전자결제 시장 현황 (조사: 가트너, 출처: Statista)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

▲국내 전자결제 시장 현황(출처 : 한화투자증권 보고서 7쪽)

기존 PG엔 위협…2년 안에 소수정예화 될 것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같이 폭넓은 사용자를 확보한 회사가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지금 상황을 기존 PG사는 어떻게 볼까.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지금은 PG사가 맡던 결제 업무가 대기업 손에 넘어갈 수 있다”라며 “아주 큰 위협일 수 있다”라고 풀이했다. 박소영 대표는 “예전에 은행에 주계좌를 놔두고 거래하던 것이 PG 계좌로 넘어왔는데, 이제 이 자금이 SNS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페이게이트도 3년 전부터 SNS에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시대에 가능성을 보고 여러 회사가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몇 년 안에 손에 꼽을 정도로 걸러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전자결제 시장은 이미 이런 상황을 겪은 경험이 있다.

국내 PG사는 인터넷 상거래가 싹트던 1998년부터 생겼다. 당시에는 금융감독원이 PG사를 관리하지 않았고 지금처럼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었다. 2006년 관련 법이 마련된 뒤 100개가 넘던 PG사는 20개 정도로 추려졌다. 이 회사가 10년 가까이 큰 판세 변화 없이 국내 전자결제 시장을 나눠먹고 있었다.

이런 안정적인 구도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춘추전국 시대로 돌아갔다. 여기에 해외 거대 IT회사도 뛰어들었다. 알리바바와 아마존, 페이팔 등 해외 서비스도 국내에 들어오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5월20일부터 신용카드 결제시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 규정이 없어지면서 해외 서비스가 들어올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지금의 혼란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PG사가 직접 갖고 있지 않은 사용자도 끌어안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파크가 인수한 PG사 옐로페이가 인터파크 사용자만 대상으로 서비스를 할 게 아니라 다른 업체로 발을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 박소영 대표는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해서 자체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해 규모를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라며 “모회사에 의존해 자체 머천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연스레 도태돼 짧으면 1년, 길게는 2년 안에 판이 소수정예로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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