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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정지 끝, 스마트폰 출고가 줄줄이 인하

2014.05.20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 급격하게 내려가고 있다. 출시된 지 1년 가량 지난 제품들부터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37만원까지 떨어졌다. 통신사 영업정지가 한차례 마무리되면서 통신 3사가 일제히 단말기 출고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출고가 인하 정책을 내린 SK텔레콤부터 살펴보자. SK텔레콤은 단독 유통하는 ‘갤럭시S4액티브’를 출고가 인하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기존 89만9천원이던 것을 52만8천원으로 37만1천원을 인하했다. 나온 지 1년이 지난 단말기지만 스냅드래곤800 프로세서를 쓰고 방진·방수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LG전자 ‘G2’가 95만4천원에서 69만9천원으로, 팬택 ‘베가 아이언’은 55만원에서 38만9천원으로 내렸다. 가격을 내린 단말기 가운데는 삼성전자 피처폰도 포함돼 있다.

SKT

SKT2

▲SK텔레콤의 출고가 인하 제품 목록

LG유플러스도 뒤따라 출고가를 내렸다. LG유플러스에는 전용 단말기인 ‘Gx’가 있는데 이 제품은 원래 값이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에 11만원만 내린 52만8천원으로 조정됐다. G2와 ‘G프로’, 베가 아이언 등은 SK텔레콤과 똑같은 가격을 적용했다.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늦게 인하 소식을 발표한 KT도 G2, G프로, 베가 아이언 등의 제품 출고가를 내렸다. KT는 이미 지난 4월말 전용 단말기인 ‘갤럭시S4미니’와 ‘옵티머스GK’의 값을 내린 바 있다.

1차적으로 출고가 인하의 흐름은 LG전자의 G2, G프로, 그리고 팬택의 베가 아이언에 있다. 이들은 통신사별 전용 단말기로 차별화를 꾀한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 더 많은 단말기의 출고가를 내릴 계획이다. 통신사별로 인하 예정인 단말기 목록도 공개했다.

LG

▲LG유플러스의 출고가 인하 제품 목록

주요 제품들은 위 목록에 끼지 않은 삼성전자 단말기다. SK텔레콤은 ‘갤럭시S4’, ‘갤럭시S4 LTE-A’, ‘갤럭시윈’, ‘갤럭시 그랜드’ 등의 제품도 곧 출고가 인하 목록에 추가한다. LG유플러스 역시 갤럭시S4와 갤럭시S4 LTE-A를 준비 중이고, ‘갤럭시노트3’의 출고가도 10만원 가량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갤럭시S4, 갤럭시S4 LTE-A, 갤럭시노트3, 갤럭시 그랜드 등의 제품이 인하 대상으로 정해졌다. LG전자와 팬택은 오늘부터, 삼성은 곧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출고가 인하가 동시에, 그리고 같은 제품은 똑같은 가격으로 맞춰진 까닭은 출고가 인하가 특정 제조사나 통신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번 팬택과 LG유플러스 사이의 출고가 인하 협의가 무너진 것도 통신 3사의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이번에도 제품 종류와 가격 인하폭을 두고 통신 3사 전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해서 모두가 같은 값이 책정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판매되지 않는 제품이 보도자료 목록에 올라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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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출고가 인하 목록. KT는 이미 지난 4월말 한 차례 출고가를 내려 쏠쏠한 재미를 봤다.

출고가 인하 이유는 아무래도 단통법의 영향을 들 수 있겠다. 보조금을 대놓고 쓰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아예 단말기 값을 내려서 판매하는 것이다. 일단은 최신 제품은 빠져 있는 대신, 출시된 지 1년 가량 된 제품들이 우선 시험대에 오른다. 정부가 단말기 가격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를 업계에 만든 것도 영향이 없지 않았다.

최근 KT의 저가폰 공세가 생각보다 먹혔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새 요금제, 결합상품, 최신 단말기 등으로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KT는 구형 기기를 꺼내드는 대신 가격을 내렸는데 그게 의외로 먹혔다. KT는 새 단말기를 구입한 가입자 중 40%가 출고가를 낮춘 저가폰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플래그십 제품만 팔리는 줄 알았는데 저가 제품에 대한 반응이 뒤따르자 통신사도, 단말기 제조사도 출고가를 내리는 데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단말기 제조사들의 고민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상 통신사는 보조금을 아낄 수 있는데다 요금제나 서비스로 경쟁할 수 있어 반긴다는 입장이지만, 제조사들로서는 새로운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한다. 판매 장려금이 묶이기 때문에 일선 판매점에서 특정 제품에 대한 리베이트 위주의 영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판매점 입장에서는 판매 장려금이나 리베이트가 많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이용해 특정 제품의 밀어내기가 가능했다. 그런데 그 장려금 지급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통신사의 한 마케팅 담당 임원도 “자금력이 있는 단말기 제조사가 시장에서 리베이트를 이용해 특정 제품의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한계선을 명확하게 그은 것이 결국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시각 때문이다. 그에 따라 통신 업계에서는 보조금 가이드라인이 27만원에서 바뀌지 않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27만원 보조금 가이드라인 자체가 50~60만원대 피처폰 시절에 정해진 것인데, 이 가격대에 살 수 있는 스마트폰 단말기가 늘어난다면 가이드라인이 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