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모바일결제, 닮은꼴 vs 다른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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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결제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결제 방식의 다양성 측면뿐 아니라 사업자의 수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그런 만큼 결제 방식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돈이 오가는 공간이기에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문제도 매우 엄격하게 다뤄진다. 관련 법률이 얽히고설켜 있어 웬만해선 한눈에 흐름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금융보안 사고가 발생했느냐에 따라 각 나라별로 규제하는 대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복잡한 결제 방식의 진화 과정이 국가별 차이를 만들어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복잡하기만 한 모바일결제 방식을 전문가들은 2~3가지 기준으로 나눠 접근한다. 핵심 결제 정보를 저장하는 IC칩을 내장하느냐에 따라 하드웨어 방식과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구분하고, 무선네트워크의 이용 정도에 따라 온라인 방식과 오프라인 방식으로 나누기도 한다. 서비스 유형에 따라서는 모바일 지갑형, 코드 스캐닝형, 서버형, 모바일 POS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참고자료 : 국내외 신유형 지급결제서비스 현황과 시사점)

구분
종류
내용
주요 서비스
국내 해외
IC칩 여부 하드웨어 방식 NFC 카드 등
소프트웨어 방식 폰빌, 모바일 지갑(클라이언트형, 서버형)
서비스 형태별 모바일 지갑 스마트월렛, 모카, zoomoney, 뱅크 월렛 구글 월렛, ISIS 모바일 월렛, 패스북
코드 스캐닝 이니코드, 바통, 엠틱 Easypay, MCX(준비 중)
서버형 결제 삼성카드 간편결제, 신한카드 Smart 결제, INIPay 간편결제 Paypal, iTunes, Pay with Square
모바일 포스(POS) iPOS Square Card Reader, Paypal Here, GoPayment

핵심 사업자 경쟁구도 보면 차이가 보인다

모바일결제의 전체적인 구도는 핵심 사업자들의 경쟁 관계를 들여다보면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결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집단이 어디인가를 비교해보면 국내와 해외의 차이가 보다 또렷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미국] 미국은 이동통신사와 대형 유통사업자 간의 긴장감이 치열하다. AT&T, 버라이즌, T-모바일 등 미국의 대표적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아이시스(ISIS)라는 모바일결제 기업을 설립해, 2012년 10월부터 NFC 방식으로 모바일결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도 일부 발을 담근 상태다. NFC 방식은 하드웨어적 방식으로 스마트폰 유심(USIM) 칩 등에 카드를 내장, 신용카드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하지만 NFC 방식의 모바일결제가 미국 내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자, 세븐일레븐과 베스트바이를 위시한 미국 내 대형유통사업자들은 더 이상 NFC 방식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올해 3월 발표했다.

이들 유통사업자들은 별도의 모바일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머천트커스터머익스체인지'(MCX)라는 컨소시엄을 공동으로 구성해 이동통신사에 대응하고 있다. MCX는 이동통신사 중심의 NFC 방식을 지양하고 스마트폰에서 바코드 결제가 가능한 새로운 모바일 지불 수단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에 출시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동통신사에 모바일 결제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이 컨소시엄에는 약 11만개 매장을 거느린 70여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이들의 긴장 관계 외곽에선 스퀘어라는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과 페이팔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설립한 스퀘어는 스마트폰에서 신용카드를 물리적으로 긁을 수 있도록 소규모의 장치(모바일 POS)를 개발해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다. 무엇보다 결제를 위한 리더가 9.99달러로 저렴해 가맹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물론 99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패드’용 ‘스퀘어 스탠드’도 출시돼 있다. 현재 가맹점 수 측면에서 NFC 진영을 훌쩍 넘어섰고, 애플이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옆에 두고 있다.

온라인 결제 대행사인 페이팔도 모바일결제 시장의 흐름에 빠른 속도로 대응 중이다. 페이팔은 지난 2012년 3월께 ‘페이팔 히어’라는 별도의 모바일 POS 장치를 내놓고 스퀘어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NFC 방식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하며 반NFC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팔 CEO는 2012년 당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NFC는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 없다”면서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고 배터리가 충분히 있는지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해 결제하는 것보다 신용카드를 쓰는 게 더 간단하지 않은가”라며 NFC 방식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구글과 애플의 경쟁도 뜨겁다. 한때 구글과 애플은 NFC 방식의 수용 여부를 놓고 대척점에 섰다. 심지어 스퀘어 인수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NFC 진영에 가담했던 구글이 최근들어 조금씩 발을 빼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두 거인 간 대결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일단 애플은 비콘 기술을 적용한 아이비콘으로 모바일결제 시장에 천천히 진입하고 있다. 전 세계 5억7500만명이 가입한 아이튠스 계정에 아이비콘을 적용, 모바일결제 시장의 핵심 사업자로 우뚝 서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NFC 방식이 IC칩을 활용했다면 아이비콘은 블루투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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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퀘어의 카드 리더(출처 : 스퀘어 홈페이지 캡처)

이통사 vs 6대 카드사 대결 구도

[한국] 이동통신사 진영과 국내 6개 카드사(BC카드와 하나카드 제외)의 연합 진영 간의 팽팽한 시장 쟁탈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달리 대형 유통사업자들은 핵심 플레이어로 아직 등장하지는 않고 있다. 결제 시스템을 둘러싼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구글과 애플 등 거대 IT 기업들이 아직 발을 뻗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 모바일결제 시장의 주도권은 6개 카드사 연합이 쥐고 있다. 앱카드로 상징되는 소프트웨어 방식의 모바일결제 시스템으로 초기 시장을 공략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올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중 지급결제동향’을 보면, 작년 12월말 기준 앱카드와 유심형 카드는 각각 294만4천장, 155만6천장씩 발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6대 카드사가 뒤늦게 뛰어든 시장임에도 작년 말 기준으로는 이미 이동통신사 NFC 방식을 거의 2배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

앱카드는 이동통신사 진영의 하드웨어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모바일 앱으로 결제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이통사 중심의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다 도출된 결론이었다. 앱카드는 유심에 의존하지 않고 카드사 앱을 내려받은 뒤 공인인증서를 불러오면 결제 준비가 완료된다. 결제할 때는 앱을 실행하면 OTC(One Time Card Number)라는 일회용 바코드나 QR코드가 제시된다. 가맹점은 기존 POS를 이용해 바코드 리더로 읽어 들이기만 하면 결제가 종료된다.

모바일웹에서의 경쟁 구도도 매우 치열하다. 앞선 사례들은 웹이라는 공간 밖에서 벌어지는 하드웨어 형식과 소프트웨어 형식 간의 대결 구도였다. 하지만 많은 수의 이용자들은 오프라인과 연결되지 않은 모바일웹에서의 결제에 좀더 친숙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모바일 기기에서 쇼핑몰을 이용하다 곧바로 결제를 진행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영역에서의 국내 핵심 사업자는 LG유플러스와 KG이니시스, 한국사이버결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결제대행업체(PG)라고 불린다. 모바일웹에서 서핑하다 상품 구매를 결정할 경우 대부분 이 세 업체의 결제시스템을 만나게 된다. 지루한 입력 과정을 거쳐야 하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13년 3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LG유플러스와 KG이니시스는 각각 32%의 시장점유율을, 한국사이버결제는 16%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후발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KG이니시스를 추격한 끝에 거의 동등한 입지를 확보한 것이다.

페이팔과 같은 온라인 PG 업체들이 오프라인 결제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이러한 흐름이 자리를 못 잡고 있는 점이 대별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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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시된 Paypal Here(출처 : Paypall 홈폐이지 캡처)

인증 방식과 규제의 차이

[공인인증서] 한국과 미국의 독특한 차이점을 꼽는다면 한 가지가 앱카드의 등장이다. 미국에서는 카드사 주도로 네이티브 앱 기반의 모바일결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형유통사업자들이 주도하는 MCX가 앱카드와 유사한 모델로 모바일결제 수단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적 차이는 존재한다. 바로 공인인증서다.

공인인증서는 PC웹 환경에서 복잡한 액티브X 프로그램의 설치를 강요해왔다. 하지만 모바일웹에서는 액티브X의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엑티브X 설치 없이 공인인증서를 탑재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모델이 앱카드인 것이다.

5월20일자로 공인인증서 의무화라는 제도적 장벽은 걷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내·외국인 구분없이 온라인 카드 결제 때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모바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 더 이상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당장 앱카드에서 공인인증서를 통한 전자서명 방식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금융회사가 인증방법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시행세칙이 바뀌어도 자회사가 만든 원클릭이나 ISP를 쓰도록 할 것”이라며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금융거래법] 미국과 한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서로 다른 경로를 낳게 된 배경에는 전자금융거래법도 한몫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PG사의 영업대상을 온라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PG사가 오프라인 모바일결제 시장으로 뛰어들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언뜻 보면 오프라인 영업과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지만, ‘전자적 방식’의 해석이 사업 영역을 온라인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자지급결제대행이라 함은 전자적 방법으로 재화의 구입 또는 용역의 이용에 있어서 지급결제정보를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 또는 그 대가의 정산을 대행하거나 매개하는 것을 말한다.”(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19항)

국내에선 다날이나 모바일리언스 등이 오프라인상의 직불카드 업무 영역의 서비스 개시를 놓고 금융위, 금감원과 지불전자지급수단발행자 여부에 대해 유권해석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2013년 1월 정부가 모바일직불카드 시행을 허용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근본 문제는 아직 바뀌지 않은 상태다.

미국에선 페이팔이 ‘페이팔 히어’를 통해 오프라인 결제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이러한 풍경은 한국에서 당분간 만나보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애플이 스퀘어의 카드 리더와 결합해 아이비콘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국내에 서비스되긴 어렵다. 이동규 한국은행 조사역은 2013년 5월 펴낸 ‘모바일 지급결제 혁신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부분에 주목하며 “모바일 지급결제 서비스에 대한 법 적용의 혼란을 방지하고 수요 기반의 확충을 위해서는 관련 법 및 규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신용카드 정보를 신용카드사만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양국 제도의 차이점 가운데 한 가지이다. 페이팔은 이용자의 카드정보를 자사의 서버에 저장해 관리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신용카드사가 아닌 가맹점이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신용카드가맹점으로 하여금 신용카드 등의 거래에 의해 얻은 신용카드회원 등의 제반 정보에 대한 제3자의 불법 접근 또는 제3자에게 유출되는 등의 위험에 대해 처분․소거 또는 폐기 등 기술적·물리적 보안대책을 수립하도록 하여야 한다.”(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24조의 6)

이경현 로아컨설팅 수석컨설턴트는 “페이팔이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싶다고 하면 신용카드사 정보를 자신들의 시스템과 비교해서 인증해야 한다”면서 “그렇다면 그동안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줘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진출하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신용카드 등록하지 않고 은행 계좌를 거치는 우회 방식이 국내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뱅크 월렛 카카오’가 이 사례에 해당된다.

요컨대, 미국은 모바일결제 시스템이 혁신적인 기술의 기반 위에서 다양하게 출현하고 채택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복잡하지만 플래스틱 카드만큼의 이용자 편의성을 제공하려는 노력들이 끊임업이 강조되고도 있다. 반면, 한국은 규제와 제도의 울타리 속에서 기존 금융 사업자들이 우위에 서는 흐름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바탕에는 ‘인감’이라는 한국적 문화의 특수성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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