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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의원 “중독법에 찍힌 낙인, 억울하다”

2014.05.21

“제가 발의한 법은 게임뿐만 아니라 알콜과 마약, 도박 등 중독 상태에 이른 사람들을 치료하자는 법입니다. 갑자기 이 법안에 게임을 마약처럼 대하는 법이라는 둥,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하는 법이라는 둥 낙인이 찍혔습니다. 그런 프레임 안에서는 정상적인 논의가 불가능합니다.”

신의진 의원이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SDF) 2014’에 참석해 한 말이다. 신의진 의원이 가리킨 법안은 지난 2013년 4월 국회 발의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중독법)’을 말한다. 알코올과 도박, 마약 그리고 게임에 중독된 이들을 국가 나서 도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은 다른 것과 달리 중독물질이라는 의학적 협의가 없는 만큼 중독법에 포함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등 사회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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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중독법, 게임과 마약 함께 묶는 법 아냐”

신의진 의원은 SDF 2014에서 ‘게임 병, 그리고 사회적 치유’ 세션에 참석해 “부모와 정상적인 교감을 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발달이 어렵다”라며 “3세에서 5세 영유아의 15.1%가 스마트폰을 접하고, 절반 이상이 이것으로 게임을 한다”라며 덧붙여 설명하기도 했다.

신의진 의원은 중독법에 쓰인 사회의 잘못된 프레임을 불편해했다. 중독법은 게임 개발자를 마약 판매상으로 보는 법안이 아니라는 것이 신의진 의원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게임을 마약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중독된 이들을 치료하자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을 건전하게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게임을 잘못된 방법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중독법을 바라볼 때 흥분을 가라앉히고, 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을 구하자는 것이 과연 나쁜 일인지 돌아봐야 한다는 게 신의진 의원의 설명이다.

신의진 의원은 “법안에 격렬한 논쟁이 붙을수록 국회 공론의 장에서 논의돼야 하는데, 지금은 모두 멈춰있는 상황”이라며 “국회의 한 고위 의원이 ‘꼰대적 발상’이라고 해서 더는 논의하지 말자고 한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국회 논의 기회를 박탈당해 안타깝다”라고 주장했다.

신의진 의원은 국회를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 고위 의원’은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겨냥한 말이다. 전병헌 의원은 지난 2013년 11월 신의진 의원의 중독법을 가리켜 ‘꼰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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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박주용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박석민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도영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우재준 신의진의원실 보좌관(왼쪽부터)

게임 중독 “있다 vs 없다”

신의진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과학과 의학계에서는 아직 게임 중독을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게임이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처럼 작용할 수 있는지, 혹은 게임 중독이 존재하는 것인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게임 중독은 정신의학계에서도 논란거리다.

이날 신의진 의원과 함께 세션에 참석한 박석민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 중독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반대로 도영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현상만으로는 게임 중독을 진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게임 중독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증거가 임상 현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DSM5 중독 진단도구에 ‘인터넷게임 디스오더’가 포함돼 있고요. 게임으로 인한 병은 분명 있고, 환자도 있다는 점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석민 교수는 “게임 중독을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게임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이들을 돕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도영임 교수는 박석민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도영임 교수는 “DSM5 진단 도구는 미국정신의학회에서 게임 중독을 ‘관찰할만한 부분이 있다’라고 당부하고 있을 뿐 게임 중독을 포함한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비디오게임문화나 정신의학 연구와 국내의 사회적 특성이 달라 게임 중독의 원인이나 경로에 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중독 현상 자체가 아니라 왜 중독에 빠지게 됐는지를 폭넓게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아이를 판단의 눈으로 볼 것인가, 혹은 이해의 눈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공감할 수 있는 범위가 다릅니다. 우리의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열광하고, 무엇 때문에 불행한지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게임 과몰입 문제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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