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모바일게임 속 ‘뽑기’, 이대로 괜찮나요?

2014.05.23

최근 스마트폰에서 모바일게임을 내려받아 즐겨본 이들은 게임 속 앱내부결제 방식이 어떤 추세를 따르는지 대강 아시겠지요. 돈을 내고, 확률에 기대 아이템을 얻는 ‘뽑기’ 시스템이 대세라는 것을요. 아이템을 구입하도록 한 유료화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부분유료화는 게임을 만든 이들에 대한 게이머의 보상이며, 정당하게 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이니 말입니다.

의문이 든 부분은 바로 뽑기 시스템입니다. 뽑기 형식은 롤플레잉 게임에서 특히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몬스터 길들이기’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블레이드’까지, 이제는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된 롤플레잉 게임 중에서 뽑기 요소가 없는 게임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게이머는 아이템을 갖기 위해 돈을 지불하지만, 결코 원하는 물건을 쉽게 얻을 수는 없습니다. 무작위의 확률에 기대야 합니다. 좋은 아이템일수록 확률이 낮습니다. 결국, 원하는 게임 아이템을 얻기 위해 여러 번 뽑기를 시도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게임은 도박이 아니지만, 뽑기 시스템 자체는 도박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게이머의 실력이나 노력보다는 돈과 확률에 기대기 때문입니다. 아래 4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어떤 것도 정답일 수 있고, 오답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의견이 조금 갈리는 분위기이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mobile_game_1_600

의견 1. 업계의 자정 노력 목소리 ‘꿈틀’

요즘 모바일게임은 게이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아이템을 갖고 싶나요? 시간을 투자하세요. 아니면 돈을 내든지.” 게이머와 게임 개발자 사이에서는 이 같은 유료화 모델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분유료화를 뽑기로 하는 것은 게임 개발업체가 매출을 올리기에 좋은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너무 자극적이고 강하게 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은 게임 개발자와 업계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ㄱ 개발자는 그러면서도 “업계의 자율적인 자정 활동을 담당해야 하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등에서는 모바일게임에 관한 아젠다가 별로 없는 실정”이라며 “업계에서도 뽑기 시스템에 관한 자정의 목소리는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문제의식만 갖고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의견 2. “무료 게이머와 유료 구매자의 균형이 중요”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은 보통 30~40대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지불 능력이 있는 사용자층이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게임은 게이머가 무리하게 돈을 쓰는 게임은 아닙니다. 대체로 좋은 반응이 많죠.”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롤플레잉 게임을 출시해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ㄴ 게임 개발업체의 관계자는 “뽑기 시스템에 항의하거나 불만을 품은 게이머는 그리 많지 않다”라며 “그리 심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게임 속에서 좋은 아이템을 얻는 일은 원래 어렵습니다. 과거 PC 온라인게임을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당시 PC 온라인게임에서는 고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게이머가 PC 앞에 붙어 앉아 노상 칼질을 해야 겨우 얻을 수 있었죠. 요즘 모바일게임의 ‘뽑기’ 결제는 시간 투자를 돈으로 바꾼 것일 뿐입니다.

ㄴ 업체 관계자는 “현재 국내 게임 개발업체가 뽑기 시스템에 치중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라며 “돈을 쓰지 않는 게이머와 돈을 쓰는 게이머가 균형 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결제를 심하게 유도하는 게임은 게이머가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제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게임은 매출을 올리기 어렵겠죠. ㄴ 업체 관계자의 말은 뽑기 시스템은 무과금 게이머와 과금 게이머 사이에서 매출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게임업계의 노력이라는 뜻입니다.

의견 3. 뽑기 시스템, 사행성 문제는 없을까

뽑기 시스템을 일본에서는 ‘가챠’라고 부릅니다. 일본 게임업계에서는 국내보다 먼저 가챠에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뽑기로 얻은 아이템끼리 섞어 또다시 확률에 기대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콤프(컴플리트) 가챠’가 문제가 됐었죠. 일본에서는 2012년 여름께 지나친 가챠 시스템을 게임에 적용하는 것은 자제하자는 데 업계가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전체 게임 생태계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계의 공통된 노력이었던 셈입니다.

뽑기나 가챠를 보며 도박을 떠올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몇 달러를 결제하면, 아이템을 몇 개 뽑을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됩니다. 그다음으로는 몇 번의 확률에 등급이 높은 아이템이 나오도록 기대하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게임의 사행성 여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서비스부에서 보게 돼 있어요. 과거 2007~2008년 사이에 게임의 사행성 문제에 논의가 이뤄진 적도 있고요. 당시에는 뽑기로 게임 속 제화를 뽑았는데 결과가 ‘제로(0)’라면 경미한 사행성이 있다고 보고, 결과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사행성이 없다고 하자는 식으로 결론이 났었죠.”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게임의 사행성 여부를 결과물의 존재 여부로 본다고 설명 했습니다. 뽑기로 나온 결괏값이 ‘0’일 가능성이 있으면 경미한 사행성이 있는 게임, 적게나마 보상이 주어지면 사행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기준은 PC 온라인게임 시절 얘기입니다. 이 기준을 따르면, 현재 모바일게임에 사행성이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어서 “관리위원회 게시판에 보면, ‘사용자에게 과도한 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은 사행성이 높은 것 아니냐’ 혹은 ‘아이템을 뽑는 것이 확률이나 마찬가지인데,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민원도 자주 올라오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의견 4. “모바일게임 특징에 맞춘 유행일 뿐”

뽑기 시스템을 모바일게임의 성격에 따른 자연스러운 유료화 추세라고 보는 이도 많습니다. 모바일게임은 PC 온라인게임이나 패키지게임, 콘솔게임 시장과 달리 게임 마니아보다는 일반적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겨냥한 게임이 많습니다. 모바일기기와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에 두고 있다는 점 때문에 기존 게임 개발업체가 추구했던 독자적인 완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다시 말해 이른바 ‘게임의 작품성’을 쫓기보다는 ‘작은 재미’를 주기 위한 게임이 많다는 뜻입니다.

ㄷ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기기용 게임은 뭔가 게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주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엄밀히 따져 ‘킬링타임’용 콘텐츠”라며 “돈을 넣으면, 돈을 넣은 만큼의 재미를 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바일게임 시대 모바일게임 업계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라는 설명도 와 닿는 표현입니다. 모바일게임은 특히 순환이 빠른 시장입니다. 새로 들어온 게임이 금세 무대에서 퇴장하고, 그 자리를 다른 게임이 재빠르게 꿰차는 치열한 경쟁의 현장입니다. 모바일게임 업계는 뽑기 시스템에서 매출을 올리는 대안을 찾은 셈입니다.

ㄷ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특히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서비스되는 게임을 찾기 어렵다”라며 “시장 재편이 빠른 만큼 게임 개발업체는 단기간에 수익을 얻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ㄱ 개발자가 밝힌 것처럼 뽑기 시스템을 유료화 도구로 쓰는 것은 게임 개발업체가 수익을 올리는 데 퍽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의 ‘슈퍼셀’도 뽑기 형식은 아니지만 유료화 모델을 잘 갖추고 있잖아요. 국내에서는 유료화 모델로 뽑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고요. 모바일게임이 게이머에게 돈을 쓰도록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sideway@bloter.net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생각합니다. [트위터] @Sideway_s, [페이스북] facebook.com/sideways86, [구글+] gplus.to/sideway [e메일] sidewa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