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즈베리파이 창업자 “아이들 배움 도우미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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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은 가장 성실히 아부하는 형태다'(Imitation is the sincerest form of flattery)라는 속담이 있죠. 라즈베리파이의 경쟁 제품이 계속 나오는 것은 그만큼 라즈베리파이가 매력적이라는 의미 아닐까요?”

앨런 마이크로프트 라즈베리파이재단 공동설립자가 한국에 방문했다. 마이크로프트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컴퓨터 학부 교수로 컴파일러, 프로그래밍 언어, 통계분석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라즈베리파이‘를 만든 설립자 3명 중 한 명이다. 이번에 서울디지털포럼(SDF) 연설과 라즈베리파이 한국 사용자 그룹과 대담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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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런 마이크로프트 라즈베리파이 공동설립자

라즈베리파이는 모듈형 꼬마 컴퓨터다. CPU와 영상출력단자 등 컴퓨터를 이루기 위한 필수 부품이 들어 있고 케이스가 없어 새로운 가전이나 예술작품, 로봇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가격은 25~35달러, 우리돈 3-4만원이며, 오픈소스 하드웨어이다. 교육자선활동을 시작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 처음 출시된 라즈베리파이는 첫 해 100만대가 팔렸고,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약 300만대를  판매했다.

라즈베리파이란 이름을 보면 라즈베리파이재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엿볼 수 있다. 마이크로프트 교수는 “당시 애플(Apple), 에이콘(Acorn)과 같은 과일 이름을 가진 회사가 꽤 있어서  ‘우리도 한번 과일 이름으로 시작해볼까’라고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이름을 지은 배경을 설명했다.

“영어에 ‘라즈베리를 불다(blowing a raspberry)‘라는 숙어가 있어요. 이건 장난스럽게 야유하며 입으로 ‘푸우’ 소리를 내는 걸 의미해요. 다시말해, 라즈베리는 앞에 있는 것에 대해 반감을 장난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죠. 그래서 ‘우리는 이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해볼 거거든!’이란 메세지를 주기 위해 라즈베리를 선택했어요. 파이(Pi)는 수학에서 사용하는 그리스어예요. 아이들이 파이라는 단어를 보고 ‘어? 이게 뭐지’하는 궁금증을 갖게 하고 싶었거든요. 파이라고 하면 아마 먹는 파이(Pie)를 먼저 떠올릴 테니까요. 사실 농담으로 시작했는데, 지금 제품 이름으로 사용된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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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베리파이’ 소개 동영상 보기

최근에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시대라고 불릴만큼 라즈베리파이와 비슷한 제품들이 여럿 나오는 추세다. ‘허밍보드‘와 ‘바나나파이‘가 대표 사례다. 기업들도 이런 대열에 합류했다. 인텔은 ‘갈릴레오’, 구글은 ‘아라’로 개방형 하드웨어 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마이크로프트 교수는 “그만큼 하드웨어 디자인이 개방됐고, 좀 더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가고 있다”라며 최근 부는 하드웨어 인기에 대해 설명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컴퓨만 있으면 만들 수 있으며, 매력적인 작품이죠.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조금 달랐어요. 예전에는 대학교 박사들만 칩을 디자인하고 하드웨어를 만들었죠. 부품 가격이 비싸서 돈도 들었고요. 요즘은 하드웨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이해하기 쉽고, 자료가 많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졌어요. 접근성도 높아졌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컴퓨터를 만드는 시도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라즈베리파이는 오픈소스 하드웨의 선두주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타사 제품보다 저렴한데다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활발해 입소문도 빨리 탔다. 그 인기는 현재 산업분야로도 넘어가고 있어, 기업에서 라즈베리파이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라즈베리파이재단은 이를 위해 따로 비즈니스 모델를 만들고 있다.

“라즈베리파이 장점은 오픈소스라는 점이에요. 덕분에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요. 라즈베리파이에는 1천여명이 넘는 기여자가 있어요. 이들은 동영상, 문서 자료를 올려놓고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작업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요. 하드웨어 조립 방법부터 소트프웨어 코드까지 친절하게 올려놨고요. 그래서 전문가용 라즈베리파이에서 취미활동으로 만드는 재미 있는 활용 사례까지 점점 많아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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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베리파이로 만든 ‘소리지르는 젤리’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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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베리파이로 만든 휴대폰 ‘파이폰’ 동영상 보기

라즈베리파이는 제품 판매에 집중하지 않는다. 교육 자선단체이기 때문에 제품 외에 교육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둔다. 하지만 종종 지금보다 고성능을 가진 새 제품이나 새 기능을 기다리는 팬들도 만난다. 마이크로프트 교수는 “언제 새 제품과 새 기능을 나올지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라즈베리파이 다음 버전은 언제 나오냐고요? 그건  마치 ‘아이폰9’가 언제 나오냐고 묻는 것과 똑같아요. 저희도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라즈베리파이는 최대한 저렴한 가격과 이에 맞는 좋은 품질을 제공하고 싶어해요. 무조건 싸다고 그 부품을 사용하진 않거든요. 최근 하드웨어 동향을 보면 2년이 지날 때마다 하드웨어 가격은 2배가량 떨어지고 있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부품은 저렴해질 거예요. 그러면 2배 좋은 라즈베리파이를 내놓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어느 시점에 출시해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저희 제품이 초소형 컴퓨터라고 불리는데, 이는 의도한 건 아녜요. 합리적 가격을 추구하다보니 작은 부품을 사용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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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프트 교수는 “라즈베리파이재단은 사회에 도움을 주는것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자선단체”라며 “그 중심에는 컴퓨터 교육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라즈베리파이는 교육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교육 프로그램에 여러 가지 조언을 하며 ‘파이카데미‘라는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바이올린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사람이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요? 일단 접해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달라요. 그렇다고 학교에서 모두를 바이올리니스트를 키우기 위해 음악을 가르치진 않잖아요? 하지만 바이올린 음악을 들은 학생 중 한 명은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겠죠. 컴퓨터도 마찬가지예요. 컴퓨터는 이제 어디에나 있어요. 모두가 프로그래머가 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컴퓨터에 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히려 위험한 세상이 될 수 있어요. 지금 내 주변에서 있는 기술들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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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즈베리파이재단이 제공하는 교육 자료들(바로가기)

라즈베리파이재단이 있는 영국은  어린아이를 위한 컴퓨터 교육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교육 대상 학생은 유치원에서 초·중·고교생까지 다양하다. 사실 어린아이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영국 정부가 펴낸 교육과정을 보면 알고리즘을 익히거나 간단한 디버깅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포함돼 있다. 어린아이들이 이 정도 수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선생님은 그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질 수 있을까. 마이크로프트 교수는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어린아이들이 배우는 컴퓨터 교육과 대학과정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세요. 초등학교 선생님이 수학수업을 진행할 때 수학과 학위가 필요했나요? 어린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칠 때 대학 수업 내용을 가르치진 않아요. 덧셈 뺄셈같은 기본을 알려주고 그들에게 맞는 눈높이 교육을 하죠. 라즈베리파이는 선생님이 어떻게 하면 컴퓨터 원리를 쉽게 가르쳐줄 수 있는지에 대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도와줍니다. 그 중 하나가 ‘파이카데미‘죠. 당연히 이 수업은 컴퓨터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비전공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고, 무료로 진행하고 있어요.”

alan_mycroft_bloter_interview_03▲영국 정부가 발행한 어린아이들은 위한 컴퓨터교육 가이드라인(링크바로가기)

앨런 마이크로프트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머물며 교수로 일했다. 혹시 컴퓨터과학을 좋아하는 대학 초년생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자기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왜 이 재능을 가졌는지 자기 자신도, 부모님도 모를 수도 있어요. 또 한편으론 자신이 어떤 부분에 재능이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누구나 ‘이건 내 일이야’라고 확신하는 때가 오기도 해요.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죠. 기본 기술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사용되던 기술 원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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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카데미 소개 동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