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디자이너 네트워크로 수익도 재디자인”

가 +
가 -

chiyaki

“공공재를 공유하는 걸 자랑스러워하세요.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게 결국 우리 비즈니스에도 도움 되는 일입니다. 생각이 건강한 사람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뭔가를 하고싶어 합니다. 혼자 살 수는 없잖아요.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죠.”

치야키 하야시(38) 로프트워크 운영자가 다시금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해 3월 ‘CC코리아 국제 컨퍼런스’때 방한해 로프트워크를 한국에 직접 소개했다. 이번엔 CC코리아가 주최한 ‘How to 오픈비즈니스’ 세미나에 일정을 맞췄다. 한국 뿐 아니다. 치야키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이런저런 행사에 참석해 로프트워크를 소개한다. 한 달에 1번 정도는 해외를 드나들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로프트워크가 ‘오픈’과 ‘비즈니스’를 잘 접목한 사례로 인정받는다는 뜻이잖아요? 특히 일본에선 대표 사례로 꼽히곤 하니까요.”

로프트워크는 일본 디자이너 협업 네트워크다. 창조적 작업이 많은 여러 분야 디자이너들이 로프트워크란 모세혈관으로 연결돼 정보를 나누고 더불어 일한다. 로프트워크엔 여느 웹사이트에서 봄직한 그 흔한 광고 하나 달려 있지 않다. 그 대신 로프트워크는 상품을 만들어 팔고 돈을 번다. 상품은 로프트워크에 연결된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만든다.

로프트워크엔 잘 짜여진 팀이 없다. 누군가 로프트워크에 프로젝트를 의뢰하면, 웹사이트를 통해 디자이너를 선정한다. 그러니 프로젝트마다 매번 참여 인원과 참여자가 바뀐다. 재능과 시간,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적절한 연대와 협업이 이뤄지는 식이다.

이렇게 로프트워크가 관리하는 프로젝트만도 1년에 200여개에 이른다. 로프트워크에 등록된 디자이너만도 1만3천명에, 매달 200여명의 디자이너가 협업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 달 판매액은 대략 50만달러, 우리 돈으로 5억원이 넘는다. 수익은 디자이너와 로프트워크가 4대6으로 나눈다. 로프트워크 수익은 웹사이트 관리와 서비스 투자, 프로젝트 전담 직원인 50여명 직원의 인건비 등에 쓰인다.

주목할 대목은 각 디자이너들의 협업 방식이다. “로프트워크 첫 비즈니스 모델이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처음엔 헤어스타일, 배경, 옷 등 아바타 각 요소를 나눠 작업했는데, 다른 웹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바타가 나오더군요. 우리는 아바타 각 요소를 자신 있는 디자이너들이 맡아 작업하도록 했어요. 첫 팀에서 드로잉을 맡고, 다음 팀이 색을 입히고, 애니메이션 전문가가 동작을 더하는 식으로요. 그랬더니 독창적이고 색다른 아바타 디자인이 나오는 거에요.”

로프트워크는 작업 내용을 나눠 맡는 대신, 창작자의 재능을 나누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했다. “각 창작자들은 그들만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요. 그 장점을 살려 각 기능을 맡은 게 주효한 겁니다.”

올해 6월 진행한 ‘아트 리믹스’ 프로그램도 이와 비슷하다. ‘아트 리믹스’는 아이폰 배경화면을 바꿀 수 있는 아이폰·아이팟터치용 응용프로그램이다. 로프트워크는 응용프로그램 제작을 공모전 형태로 진행했다. 그 방식이 흥미롭다. 한 사람이 완성된 응용프로그램을 제출하는 대신, 20명이 한 팀이 돼 각 요소들을 만든 다음 완성된 디자인 하나로 모았다. 배경화면에 들어가는 나무, 새, 햇빛, 배경그림 등을 팀원이 나눠 디자인한 뒤, 이를 여러 형태로 조합해 자신만의 배경화면을 완성하는 식이다.

3주동안 151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360개 작품을 모았다. 이 가운데 우수 작품을 웹사이트에 올렸더니 70여개국에서 3만건 이상 내려받아 사용했다. “중요한 건 모든 작품에 CCL을 붙였다는 점입니다. 대개 이런 경진대회에선 당선되지 않은 작품들은 그대로 묻혀버리곤 하는데요. CCL을 적용하면 당선작품이 아닌 응모작들도 누구나 필요하면 자유롭게 내려받아 쓸 수 있게 되죠. 디자이너들은 자기 재능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고, 누군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하면 그 디자이너 작품만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로프트워크는 올해 초 ‘루츠'(ROOOTS)란 새 실험을 띄웠다. 예술을 통해 변두리 지역을 활성화해보자는 시도로, 3년 단위로 진행되는 아트 트리날레다.

“20여개 지역 제조업체가 있었어요. 국수나 과자, 사케 등을 만드는 소규모 제조사들인데, 대개 나이 드신 분들이 운영하고 계셨어요. 공개경쟁을 통해 젊은 디자이너들의 생각을 얹어보면 어떨까 싶었죠. 낡은 디자인을 새로 바꾸면 제품 이미지나 판매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roooots

올해 2월부터 3주 동안 공모를 진행했고, 900여개 작품이 쏟아졌다. 쌀, 사케, 쿠키, 케익, 손수건, 커피, 양초 등이 새로운 포장과 브랜드 로고를 입고 진열대에 올랐다. “효과는 당장 나타났어요. 우리가 재디자인한 일본 사케는 첫 달에만 300병이 팔려나갔어요. 이런 식으로 판매량이 20배 이상 늘어난 제품도 있었고요. 다들 주문을 확대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질렀죠.”

치야키 씨는 이런 효과를 ‘개방’과 ‘공유’에서 찾는다. “로프트워크는 공개경쟁 제도를 즐겨쓰고, 컨텐트에는 CCL을 적용합니다. 제출된 작품들은 모두 웹으로 실시간 공개되고, 철저히 이용자 평가를 거쳐 선정되죠. 또 CCL을 적용하면 규정도 편리하고, 작품들이 공유되고 재창조되면서 디자인 품질도 점점 향상됩니다. 컨테스트가 끝난 뒤에도 응모작들을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고요. 굳이 돈이 아니더라도, 참여를 통해 이용자 의견을 듣고 자기 작품이 다운로드되는 걸 보며 디자이너들은 큰 의미를 얻게 되죠.”

그래서 치야키 씨는 “되도록 많이 개방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로프트워크처럼 다수 창작자들을 거느린 네트워크 커뮤니티엔 ‘개방’이 가져다주는 가치가 기대 이상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무료로 접근 가능하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로프트워크엔 경쟁사도 참여해 협업을 합니다. 모든 창작자 집단이 자유롭게 로프트워크 DB를 사용합니다. 일본 창작 시장에서 가지는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고요. 간접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토대가 마련돼 있는 셈입니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