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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아톰’ 칩, 중국산 스마트폰 속으로

2014.05.28

인텔이 중국의 모바일 프로세서 업체인 락칩과 제휴를 맺었다. 이로써 인텔의 스마트폰용 아톰 프로세서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가 열렸다.

락칩은 주로 저가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에 쓰이는 보급형 프로세서를 만든다. 물론 이 시장의 절대 강자는 미디어텍이지만, 락칩도 저가 ARM 프로세서를 앞세워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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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의 제휴는 독특하게 이뤄진다. 락칩이 인텔에 각 제품군에 맞는 몇 가지 프로세서의 형태를 주문하고, 인텔이 그에 따라 설계를 달리한 임베디드 칩을 공급한다. 이렇게 만든 제품은 인텔과 아톰의 브랜드를 따르지만 유통과 공급은 락칩이 맡는다. 일반적인 칩 주문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이다. 락칩이 영업과 유통, 인텔이 설계와 생산으로 역할을 나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인텔이 아톰 사업을 직접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톰은 여전히 그 자체로 단말기 제조사들에 공급한다. 레노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텔이 락칩에 공급하는 것은 다시 다른 제조사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새로운 유통 방법이다.

새롭긴 하지만 인텔과 락칩 사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처음 이야기된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12년 실버몬트 아키텍처 기반의 아톰 칩을 소개하면서부터 인텔이 염두에 두었던 방법이다. 인텔은 아톰의 각 부품을 모듈처럼 설계해 주문자가 원하는대로 손봐서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프로세서 코어 개수부터 메모리, 모뎀 등을 원하는대로 주문하면 인텔이 그에 맞춰 하나의 칩 안에 SoC(시스템 온 칩) 형태로 심어서 공급하는 식이다.

이 방법을 쓰면 인텔이 각 모듈만 개발해 놓으면 필요에 따라 가격 중심의 보급형 프로세서부터 고성능 통합칩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코어 모듈을 1개 심으면 싱글코어, 4개 심으면 쿼드코어 칩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아톰 프로세서는 개인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나 공급처가 대량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인텔도 생산 라인을 자유롭게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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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든 제품들은 락칩을 통해 유통되긴 하지만 인텔 로고와 아톰이라는 브랜드는 그대로 쓰게 된다. ARM의 주문 설계 방식과는 조금 다른 방법이다. 인텔로서는 주도권과 유통을 모두 쥐게 되는 것인 만큼 락칩도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로써 인텔은 저가 안드로이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확실한 유통처를 잡게 됐다. 지금까지 인텔은 직접 칩을 생산하고 공급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레노버, 모토로라 등 대형 제조사와 직접 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락칩을 끼게 되면 락칩과 지속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오던 저가 제조사들이 인텔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대부분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화이트박스 태블릿일 가능성이 높다. 인텔은 브랜드보다도 오로지 가격과 성능만으로 ARM 프로세서들과 경쟁하게 된다. 아톰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면 고성능 시장에 뛰어들기도 수월해진다.

이번에 인텔과 락칩이 계약한 것도 소피아(SoFIA) 라인업으로 분류되는 3G 모뎀 통합칩이다. 듀얼코어의 저가 라인이 우선 공급되고, 차차 LTE 모뎀과 쿼드코어 제품들이 더해진다. 일단은 스마트폰보다는 태블릿에 우선 적용될 계획이지만 이후 스마트폰이나 기타 안드로이드를 쓴 제품들이 더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구글도 사실상 100달러 안팎의 중국 화이트박스 안드로이드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또한 인텔을 위한 x86용 안드로이드4.4도 공개됐다. 여전히 아톰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호환성은 입에 오르내리지만,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에 더 많이 공급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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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