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경쟁력은 인재와 인터넷 보급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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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 경쟁력을 전세계 주요 나라들과 비교해볼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됐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의뢰하고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조사·공개한 ‘세계 IT 경쟁력 지수 보고서‘다.

‘세계 IT 경쟁력 지수 보고서’는 BSA가 해마다 1번 조사·발표하는 글로벌 보고서다. 2007년 첫 보고서를 공개했으니, 올해가 3번째인 셈이다. 보고서는 전세계 66개국을 대상으로 6개 부문에 걸쳐 경쟁력 지수를 조사해 발표한다. 올해 보고서는 지난해 9월 공개됐는데, 이번에 BSA에서 한국을 포함해 주요 나라별로 자세한 지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 IT 경쟁력 지수는 지난해 8위에서 올해 16위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태지역만 놓고 보면 지난해 3위에서 올해 5위로 다소 주춤거린 모습을 보였다. 종합 점수는 100점 만점에 62.7점을 받았다.

부문별 순위에선 들쭉날쭉한 모습이다. 가장 두드러진 성적표를 나타낸 부문은 ‘인적 자원’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이번 조사대상 66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인적 자원 경쟁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5위에서 3단계 더 도약한 모습이다.

유네스코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대학생 연령대 젊은이의 95%가 실제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대학 진학률이다. 허나 과학분야 고등교육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에선 한국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라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EIU는 “상대적으로 적은 응용과학 부문 학생 비율이 한국 IT 경쟁력의 미래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응용과학 교육 수준은 높아서 IT 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적합하며, 산학연 협력 관계가 잘 구축돼 있어 교육을 마친 인력이 현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R&D 환경’ 부문은 전체 8위로, ‘인적 자원’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특허 반영 기준이 바뀌며 지난해 2위에서 다소 떨어진 결과를 보였다. 유럽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출원 특허 가운데 IT 부문은 18.5%로 대만 19%보다 약간 낮다. EIU는 “한국의 IT 특허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R&D 투자액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민간부문 R&D 투자도 아시아지역에서 일본, 싱가포르 다음으로 3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밝게 내다봤다.

‘IT 인프라’ 부문에선 지난해보다 1단계 오른 세계 20위를 기록했다. 특히 인터넷 보급률과 서버 확보율에서 각각 세계 2위, 3위를 기록하며 두드러진 경쟁력을 보였다.

특히 PC 보급률에 있어 한국은 100명당 60대로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초고속 인터넷망은 전체 가구의 92%에 보급될 정도로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처음 지표에 포함된 ‘휴대폰 보급률’에서도 한국은 90%를 넘어섰다.

하지만 HW나 SW에 대한 지출 비용을 보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한국은 100명당 IT에 지출하는 비용이 3만4천달러 수준으로 일본 9만6천달러, 싱가포르 14만달러에 비해 낮은 편이다.

‘비즈니스 환경’ 부문은 조사대상 나라 가운데 27위, 아시아에선 7위를 나타냈다. BSA쪽은 “한국의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이 한국의 해이 직접 투자를 장려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에선 외국기업 인수에 대한 우려가 많았고, 한국에서 비즈니스 하기 위해 여러가지 관료적 정책이 걸림돌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 환경 전반에 대해 더 글로벌 시장에 개방할 것을 에둘러 주문한 모양새다.

가장 성적이 시원찮은 부문은 ‘법적 환경’이다. 조사대상 66개 나라 가운데 33위로 낮은 편이다. EIU는 “한국 지적재산권 관련법은 잘 정비돼 있다고 분석했지만, 법률이 엄격히 집행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IT 산업 발전 지원’ 부문에선 지난해 30위에서 올해 28위로 2계단 올랐지만, 점수만 놓고 보면 63.9점에서 62점으로 약간 떨어졌다. EIU는 “SW 부문은 한국에서 가장 빨리 발전하는 부문이고, 강력한 현지 기업들이 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자정부 시스템 지표에서 한국은 100점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지표는 정책 공정성 여부였다. EIU는 “한국 정부가 특정 국내 기업을 외국 기업보다 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EIU 기본 입장은 정부가 특정 기업이나 기술을 우대하는 정책을 써선 안 되고,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이 결정될 수 있도록 정부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압박했다.

전체 성적표 면에선 몇몇 나라의 약진이 눈에 띈다. 핀란드는 지난해 13위에서 올해 2위로 올라섰다. 유럽 특허청 데이터를 올해부터 반영하면서 핀란드 특허 출원에 대한 평가가 대폭 반영된 덕분이다. 중국도 IT 노동력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지난해 50위에서 올해 39위로 도약했다.

제프리 하디 BSA 부사장은 “종합 판단할 때 한국은 지난해 8위에서 올해 16위로 순위가 다소 하락했지만 6개 부문 성적과 지표로 볼 때 좋은 성적표를 얻었고 부문별 점수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올랐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려되는 점은, 많은 나라들이 이런 경제 위기 상황에선 보호주의 정책을 써야 하지 않느냐는 압력을 받고 있는데, EIU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보호주의 정책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BSA 발표는 한마디로 외자에 대한 규제는 줄이고 시장을 더 개방하라는 주문으로 요약된다. BSA는 SW 불법 복제와 지적재산권 침해에도 정부 차원에서 보다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해마다 주문해왔다. 이번 발표도 한국 IT 경쟁력 순위와 별개로, 세부 평가 항목에선 이런 요구가 그대로 묻어난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대한 평가나 강력한 지적재산권 법 집행 요구, 외국인기업을 겨냥한 반기업 정서에 대한 우려 등이 그렇다.

BSA는 전세계 HW 및 SW 협력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글로벌 단체다. 어도비, 애플, 오토데스크, CA,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HP, 인텔, IBM 등 40여개 회원사를 두고 있다.

‘세계 IT 경쟁력 지수 보고서’ 원문은 BSA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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