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는 PC 전시회 ‘컴퓨텍스 2014’가 오는 6월3일부터 7일까지 타이베이에서 열립니다. 매년 컴퓨텍스를 보기 위해 타이베이를 찾는 이들만 10만명이 넘지요. 지난 2013년에는 약 13만여명의 관람객이 타이베이를 찾았다고 합니다. 아시아 PC 업체의 부품에 관심을 갖고 현장을 방문하는 바이어는 총 4만여명 수준, 언어도 피부색도 각기 다른 180여개 나라에서 모입니다. 컴퓨텍스에 참여하는 업체 수만 해도 약 1700여개, 부스 수는 5천여개라고 하니 그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규모와 이름이 가진 역사와 달리 컴퓨텍스는 지금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PC 시장의 정체와 모바일 기기 시장의 급격한 성장 탓입니다. 에이수스나 에이서, MSI 등 아시아의 PC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업체도 모바일을 중심에 뒀고, PC 시장의 가장 큰 프로세서 제조업체인 인텔과 AMD도 모바일기기에 어울리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컴퓨텍스 2014는 모바일기기와 PC 시장이 공존과 파괴를 거듭하는 지금, 전세계 IT 트렌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 관찰할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블로터닷넷’은 타이베이 현지에서 오는 6월3일부터 컴퓨텍스 현장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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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PC’ 숙제, 어떻게 풀었나

PC는 여전히 컴퓨텍스의 가장 큰 주제입니다. 다만, ‘변화’에 방점이 찍혀 있을 뿐이죠. 컴퓨텍스 2014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기존과 다른 또 어떤 새로운 형태의 PC가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인가입니다.

에이수스는 이미 ‘컴퓨텍스 2014 미리보기’를 주제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더 넥스트 인크레더블 씽(The next incredible thing)’이라는 주제가 붙어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삼성전자의 ‘더 넥스트 빅 씽(The next big thing)’ 마케팅 문구가 겹쳐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에이수스는 동영상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PC를 대형 믹서에 넣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3가지 각기 다른 종류의 제품을 하나로 더한 새 제품을 소개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사용자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주길 기대해 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PC 제조업체가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차세대 플랫폼입니다. 이미 2012년부터 에이수스와 에이서 등 대만 업체가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이번 에이수스의 미리보기 동영상은 그다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대만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에이수스의 행보에서 읽을 수 있듯, 이번 컴퓨텍스 2014에서는 더 많은 업체가 모바일기기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3년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톰 킬로이 인텔 수석부사장은 “PC가 죽었는가, 살아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습니다. 그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물론,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윈도우와 PC의 ‘2인 3각’, 미래는?

PC 시장의 정체로 자연스럽게 함께 위기의 시대를 맞은 이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입니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태블릿PC와 기존 PC 모두를 고려한 ‘윈도우8’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MS의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MS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5월23일 태블릿PC와 값싼 노트북을 위한 저가형 윈도우 운영체제(OS)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대만과 중국 제조업체가 특히 큰 경쟁력을 가진 보급형 태블릿PC 시장과 저가형 노트북 시장을 겨냥한 제품입니다.

MS가 소개한 OS의 이름은 ‘윈도우8.1 위드 빙(Bing)’ 입니다. 일반 사용자는 구입할 수 없고, 제조업체에만 라이선스로 제공되는 버전이라고 합니다. 기존 ‘윈도우8.1’과 다른 점은 없습니다. 새 윈도우8.1로 생각하기보다는 저가형 제품에 탑재하기 좋도록 만든 새로운 라이선스라고 해석하는 편이 좋습니다.

가격은 기존 윈도우8.1의 제조업체 라이선스 가격의 30%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컴퓨텍스 2014에서는 에이수스와 에이서, MSI를 비롯한 잘 알려지지 않은 현지 제조업체에서 지금보다 가격을 낮춘 윈도우8.1 태블릿PC와 노트북을 소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PC 정체 분위기 속에서 MS와 비슷한 속병을 앓는 업체는 인텔입니다. 인텔도 나름의 전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역시 모바일 기기와 안드로이드가 계획의 중심입니다. MS의 윈도우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쪽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뀐 탓입니다.

인텔은 지난 2012년부터 레노버 등 일부 제조업체를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인텔이 만든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수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컴퓨텍스 2014에서는 더 다양한 제품에서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웨어러블, 우리도 한다”

스마트시계, 스마트팔찌, 스마트안경까지. 이른바 ‘입는(Wearable)컴퓨터’는 2014년 가장 큰 화두입니다. PC 이후 모바일 기기와 함께 IT 시장을 이끌 차세대 카테고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컴퓨텍스 2014에서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선 에이수스가 컴퓨텍스 2014에 웨어러블 제품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조니 시 에이수스 회장이 지난 3월 국립 대만대학교 직업박람회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오는 6월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이수스의 웨어러블 제품은 스마트시계입니다. 보통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보다 10배 이상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소리와 몸짓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에이수스의 계획입니다.

에이수스뿐만이 아닙니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현지의 많은 제조업체가 웨어러블 제품을 소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폴 그레이 NPD 디스플레이서치 책임연구원은 “아시아의 제조업체는 이미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가격을 낮췄다”라며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전략을 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소니 등 대형 제조업체가 먼저 발을 들인 시장에 다양한 제조업체가 끼어들어 수량과 가격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구글이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한 ‘안드로이드웨어’도 공개했으니 제조업체의 웨어러블 시장 ‘러시’는 컴퓨텍스 2014의 큰 흐름으로 관측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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