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장인] “얘들아, 동화책으로 ‘루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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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엔 유치원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접하는 시대가 올까. 그것도 마치 ‘백설공주’ 동화책 읽듯이 쉽고 재미있게 말이다. 이제껏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 없다던 어느 핀란드 개발자는 이미 ‘헬로루비’라는 동화책을 만들어 어린아이에게 코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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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루비’는 4~7세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다. 숫자나 알파벳, 한글 교육용 유아용 서적처럼, ‘헬로루비’는 컴퓨팅적 사고를 배울 수 있는 유아용 프로그래밍 서적이다. ‘헬로루비’는 빨간 머리의 귀여운 소녀 주인공 ‘루비’가 펭귄, 안드로이드, 호랑이 친구들과 모험을 떠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줄거리 속에서 변수, 루프, 조건문, 연산자 같은 프로그래밍의 기본 개념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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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책 ‘헬로루비’ 개념도

‘헬로루비’를 만든 사람은 동화책 작가이자 핀란드 출신 개발자 린다 리우카스다. 린다가 처음 ‘헬로루비’를 그릴 당시에는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녀는 루비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공부했는데, 그때마다 그림으로 원리를 표현하고 루비를 이해했다. 어린 꼬마가 프로그래밍을 설명한다고 상상해 해보자. 그러려면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쉽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린다는 그림으로 루비와 루비온레일즈를 이해하고, 그렇게 3년 정도 취미로 ‘헬로루비’를 그렸다. 린다는 얼마 전 지인들의 권유로 ‘헬로루비’를 외부에 공개했다. 전세계에 책을 출판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하고 후원금도 받고 있다. ‘헬로루비’는 오는 8월 공식 출시된다.

“’헬로루비’는 컴퓨팅적 사고를 배울 수 있는 책이에요. 컴퓨터와 인터넷은 우리 주변에 늘 널려 있죠. 아이들은 이 주변 기술들을 알고 싶어해요. 문제는 막상 기술 원리를 설명해주려 해도 좋은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언어, 생물, 화학, 수학 과목을 위한 교육자료는 많아요. 저는 동화책이라는 쉬운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 원리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핀란드에서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이미 시작하고 있어요. 수학, 체육, 예술 수업과 섞어 프로그래밍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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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다 리우카스

린다는 스스로를 “나는 동화책 작가”라고 표현한다. 20대 후반의 이 젊은 작가는 오래 전부터 프로그래밍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처음 시작은 13살 때였다. 당시 린다는 미국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의 팬이었다. 그 관심은 앨 고어 웹사이트를 만들게 했고 HTML, CSS, PHP 등을 배우면서 프로그래밍에 빠지게 됐다.

“어렸을 땐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거나 배우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마치 예술처럼 제 관심을 표현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거죠. 하지만 그때를 돌이켜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았고요.”

린다는 경영대학에 들어간 뒤 우연한 기회에 다시 공학과 프로그래밍을 접한다. 그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초급 프로그래머를 위한 수업을 들었는데, 이때 경험은 2010년 레일즈걸스를 핀란드에 설립하는 데 영향을 줬다. 레일즈걸스는 여성 프로그래머를 위한 커뮤니티로, 초급자를 위해 1주일 기간의 수업을 열고 루비와 루비온레일즈에 대해 알려준다. 이 외에도 린다는 여성개발자를 위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거나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한다. 레일즈걸즈는 현재 핀란드를 넘어서 일본, 이스라엘 등 180개 넘는 도시에서 행사를 열고 있다. 지금껏 1만명이 넘는 여성이 레일즈걸즈 행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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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루비를 배울 때, 주변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하루종일 컴퓨터랑만 작업하니 뭔가 외로워’라고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프로그래머는 컴퓨터랑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작업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레일즈걸스를 만들었어요. 프로그래밍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린다에게 소통은 큰 의미를 갖는다.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선 소통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치관은 린다가 커뮤니티에 열정을 쏟을 수 있게 도와줬다.

“프로그래밍은 어떤 방식으로 시작해도 돼요.  온라인에서 배우든, 학교에서 배우든지요. 무료로 배우거나 돈을 지불해 배우거나 모두 입문자에겐 좋아요. 단, 좋은 프로그래머로 성장하려면 다른 사람과 만나 교류해야 해요. 내가 만든 작품을 토론하고 소통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실수를 공유해야 하는 거죠. 공부도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요.”

린다는 경험을 살려 또 다른 커뮤니티에 운영에도 참여했다. 온라인 프로그래밍 학교라 불리는 코드카데미다. 코드카데미는 현재 2400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가진 인기 서비스다. 긴 설명 대신 쉬운 예제를 직접 따라하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특징이다. 린다는 코드카데미에 직접 e메일을 보내 레일즈걸스 활동에 대해 알렸다. 그 후 코드카데미는 린다에게 일을 제안했고, 이후 커뮤티니 매니저로 활동하게 됐다. 린다는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면서 주로 콘텐츠 제작할 사람을 찾거나, 참여자들의 학습방식을 관리했다. 코드카데미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한 린다는 지금은 핀란드로 돌아와 ‘헬로루비’ 동화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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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봤던 실력있는 개발자들은 개방적이고 자신이 가진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오픈소스 프로젝트나 커뮤니티 활동도 개방성을 보여주는 사례죠. 저는 ‘헬로루비’나 레일즈걸스로 제가 가진 것을 공유하고 있고요. 때때로 오픈소스 문서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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