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츠 인수로 보는 애플의 ‘입는컴퓨터’ 시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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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28일, 애플은 헤드폰 ‘닥터 드레'(Dr. Dre)로 유명한 비츠일렉트로닉스를 30억달러, 우리돈 약 3조6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 대상은 닥터 드레 헤드폰 뿐 아니라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인 비츠 뮤직 그리고 비츠일렉트로닉스의 공동대표인 닥터 드레와 지미 아이오빈을 포함한다.

애플이 비츠를 인수한 이유는 이른바 음악 산업에 대한 애플의 사업 이해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웨어러블(입는)컴퓨팅 또는 사물인터넷 시장을 향한 애플의 전략적 행위로 이번 인수를 바라볼 수 있다. 애플이 헤드폰 생산자이자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인 비츠를 인수한 이유를 크게 3가지에서 찾아보자.

첫 번째 이유는 지미 아이오빈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지미 아이오빈은 애플 경영진에 합류한다. 영화, 음악 등 엔터데인먼트 유통시장에서 계속 성장하고자 하는 애플에 있어 미국 음악 산업의 인사이더로 통하는 지미 아이오빈은 이후 음악산업계와 관계를 원할하게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존재다. 아이튠즈와 아이팟을 통해 음악산업 전체를 흔들었던 애플은 더 이상 약자(under dog)가 아니라, 판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유통사업자다. 그만큼 대형 음반사를 비롯한 음악 생산자는 애플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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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악시장 음반 판매, 다운로드, 스트리밍 성장률 (자료: 마켓 리얼리스트)

두 번째 이유는, 다운로드에 기초한 아이튠즈가 가지고 있는 사업성 한계다. 음악 소비 행태는 이미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즈 라디오라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시장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에서 애플은 온디맨드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애플에겐 아이폰에 제한된 절름발이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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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사업자별 시장점유율 (자료: 마켓 리얼리스트)

애플은 이미 안드로이드에서 작지만 소비자군을 형성하고 있는 비츠 뮤직을 발전시키는 것이 사업적으로 볼 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도 아이오빈의 역할이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기업 합병이 이뤄질 경우 개별 기업이 맺고 있었던 계약, 다시 말해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계약은 새롭게 작성돼야 한다.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음반사들이 과연 애플이 만족할 수 있는 조건으로 호락호락 재계약에 참여할까.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대형 음반사 및 미국 음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아이오빈이 나설 경우 계약 재협상에서 예상되는 갈등은 최소화할 수 있다. 이것이  애플이 지미 아이오빈을 애플 경영진에 끌어들인 이유다.

세 번째 의미는 음악 사업 밖에서 찾을 수 있다. 매출 규모만으로 볼 때, 애플에 있어 음악 사업이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다. 2014년 1분기 애플의 아이폰 매출은 260억달러에 이른다. 이와 비교해서 2013년 세계 음악산업 전체 매출은 170억달러 수준이다(출처: Ben Evans). 그러나 애플에 있어 음악은 아이폰의 전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아이팟’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아이팟은 죽어가는 애플을 살린 스티브 잡스의 역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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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콘텐츠는 더 이상 최대 시장이 아니다(출처: Ben Evans)

그러나 애플에 있어 음악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인정한다고 해도, 앞서 밝힌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는 30억달러를 지불하고 비츠를 인수할 결정적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무언가 이 두 이유보다 중요한 인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애플 역사상 처음으로 피인수 기업의 브랜드 ‘비츠’를 계속 사용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비츠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를 대상으로 헤드폰이라는 비싼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다. 젊은이들은 비츠 브랜드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밖으로 자랑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삼성, 구글 또는 애플이 현재 공통으로 달려드는 시장이 있다. 바로 입는컴퓨터 시장이다. 입는컴퓨터는 사람이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인터넷에 연결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작은 컴퓨터를 말한다. 핏빗, 나이키의 퓨얼밴드, 삼성 기어, 구글안경 등이 대표적인 입는컴퓨터에 속한다. 다만 애플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입는컴퓨터를 선보이지 않고 있다. ‘아이와치’에 대한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그러나 입는컴퓨터는 스마트 홈과 함께 스마트폰 플랫폼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다. 따라서 애플 입장에서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사업 영역이다.

여기서 나이키가 퓨얼밴드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2014년 4월 소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플 CEO 팀 쿡은 2005년부터 나이키 이사로도 일해 왔다. 그래서 ‘기가옴’은 나이키의 퓨얼밴드 사업 철수를 애플과 함께 입는컴퓨터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헤드폰은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다. 여기에 비츠는 많은 젊은이에게 ‘쿨함’의 상징이다. 그런데 팀 쿡은 여러 인터뷰에서 “대다수 젊은이들이 시계를 착용하지 않는다(most young people don’t wear watches)”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반문해 보자. 과연 10대와 20대 중 시계를 ‘일상 도구’로 경험한 비율은 얼마나 될까? 40대 이상의 세대는 대부분 시계를 일상도구로 구매하고 선물받고 사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10·20대라면 다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삼성의 기어는 중년이 기획한, 중년을 위한 상품이라고 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애플은 입는컴퓨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나이키 퓨얼밴드, 비츠의 헤드폰 등을 고려하고 젊은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유용성과 아이패드 수준의 자기과시성을 함께 드러낼 수 있는 입는컴퓨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르면 2014년, 늦으면 2015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젊은이들은 ‘비츠 웨어러블’을 희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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