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길의책] 기획의 시작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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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디어와 콘셉트의 공연과 강연이 줄을 잇는다. 다양한 SNS의 등장으로 어렵지 않게 홍보할 수 있지만,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 충분히 세심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유트브 같은 동영상 홍보 사이트를 보면 시간과 정성을 얼마나 들였는지 알 수 있다. 기술은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그렇다면 뭐가 중요한가? 바로 콘텐츠다.

좋은 콘텐츠는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애초부터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게 설정돼 있지 않은 이상,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언제 지갑을 열어야 하는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느끼고 실행한다. 때로 막심한 후회도 하고 좌절도 하지만 그러한 ‘학습’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충전하는 것이 또한 사람 아닌가.

그렇다면 사람을 움직이는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는 콘텐츠를 만들고 어떻게 사람들을 움직이여 하는가를 고민한  7명의 기획자 이야기이다.

기자 출신의 저자 김영미는 이 시대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한 일과 삶을 고민하며, 최소 7년차 이상의 기획자들과 만나 그들에게 묻고 얻은 인생 콘텐츠를 담았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자가 느낀 것들은 무엇이며, 뭘 담아내고 싶었던 것일까. 그건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어린이 미술 전시 기획자 김이삭 헬로우뮤지엄 관장을 시작으로, 뮤지컬 공연 기획자 송한샘 쇼노트 이사, 마을 기획자 소영식 비비정마을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 베이커리 기획자 김혜준 베이커리 컨설턴트, 홍보 기획자 윤형철 프레인 어카운트 매니저, 도서 공간 기획자 조성은 교보문고 대리, 비영리단체 모금 기획자 김은영 도움과나눔 팀장 등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실린 이 책에서 우리는 기획이라는 단어 앞에 무릎 꿇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한 사람들의 일과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young_projector저자가 밝히고 있듯 이 책에는 어떻게 하면 기획서를 잘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대신 그들이 서 있는 곳에서 지금까지 그들이 경험하고 느꼈던 기획의 원칙과 기본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기획은 이제 특정인의 업무가 아니다. 주어진 환경과 자원을 바탕으로 스스로 기획하고 개척해야 한다.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새로운 것이 더 있을까. 그렇다. 창조. 같은 것을 바라보지만 기획자들의 눈에는 새롭게 보였다.

이 책은 기획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갖도록 한다. 문서작업에 치중해 예쁘게 그려내기보다는 어떤 것들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많은 것들을 다 담으려기보다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다면 중간에 버리거나 끼어넣는 것은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기획자 소영식은 이 부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마을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했다. 다른 마을이 갖고 있지 않은 특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마을에서 그가 찾은 것은 무엇일까.

“마을에 대다한 자원도 없고 딱히 관심을 끌만한 매력 요소도 없는 비비정 마을에서 그는 몇 달의 기다림 끝에 결국 가장 근원적인 ‘사람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사진전을 통해 어머니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마을 신문을 통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외부 관계자에게 마을 신문을 발송하고, 그들을 마을로 끌여들었다. 청소년캠프를 열며 어르신들만 사는 마을을 활기차게 만들어갔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돌이켜보면 사실 내가 내 머리로 기획해서 그분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준 것이 아니에요. 관찰해서 읽어내고, 깨닫고, 읽어낸 것을 공유하고, 드러내는 역할을 한 것뿐이죠. 마을 분들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을 만들고 밖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프레임이 마을신문과 전시이고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오는 캠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나의 기획은 어떤가. 기획서 만드는 일에 더 급급하지, 그것을 활용하여 그곳에 모이게 될 사람에 대해서는 정작 얼마의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그들의 삶과 일을 관찰해 보았는가.

보수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교보문고가 도서 전시형태에 있어 이전과 다르게 체험 콘텐츠 형식으로 구성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그 출발이 새로운 직업군인 도서 공간 기획자가 들어온 다음부터임을 이 책을 통해서 새삼 알게 됐다. 서점으로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면 서점 밖으로 책을 들고 나간다는 것도 도서 공간 기획자의 기획에서 시작됐다. 그녀의 인생과 삶, 도서 공간 기획자 교보문고 조성은 대리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 책에 소개 된 인물들은 모두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기획이다. 문화와 생활 콘텐츠를 생산하는 젊은 기획자들은 생생하다. 그들의 삶이 그러하고 만들어내는 일이 그렇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품어 온 생각과 아이디어를 그대로 전한다. 이들은 좋은 기운을 갖고 있다.

마을 기획자 소영식

오늘도 수많은 곳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일어나고, 새로운 가게들은 손님을 맞는다. 모두 성공을 바라며 일을 시작하지만 오래지 않아 문을 닫는 곳도 생겨난다. 생성과 소멸을 통한 생명의 지속이 이루어지는 삶이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젊음은 얼마나 좋은 에너지인가.

지루하지 않은 글을 읽어나가는 동안 오롯이 저자가 이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본질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조언을 마음 속으로 새긴다.

홍보대행사 프레인에서 일하는 윤형철은 홍보 기획의 기본 영역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업의 본질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브랜드의 본질과 연관된 것이 아니면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획안을 갖고 내부의 적과 싸우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만든 기획서가 통과돼 실행되기를 바라지만, 방해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그대로 숟가락만 얹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가로채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기도 한다. 소모전적인 싸움이 아니라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밖으로 돌려보라.

‘관찰과 집중’은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동력이다. 좋은 콘텐츠는 좋은 기획의 밑거름이다. 뮤지컬 기획자 송한샘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공적인 한 편의 공연을 만들어내기 위한 얼마나 큰 노력들을 하는가. 모든 스태프들이 그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소통하지 못하면 제대로 공연을 띄울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그가 말하는 기획은 무엇인가. 그의 기획은 섬김이다. 송한샘은 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인내하고 진심이 전달되도록 소통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7명의 기획자,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공통적으로 일의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 있다. 그건 사람이다. 이들은 사람을 이야기인다. 기획은 사람이다. 지금까지의 기획은 사람이 빠진 기획이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정작 사람을 빼놓고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 당신의 기획에는 사람이 제대로 들어가 있는가. 당신의 기획이 빛날 수 있게 해 줄 그 사람이 들어가 있는가.

헬로우뮤지엄 미술관은 2007년 개관한 국내 어린이미술관 1호다. 이 미술관 김이삭 관장은 자신의 미래를 갤러리에서 찾았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하기 전 상업적인 미술전시관은 작품을 만질 수 없을 뿐더러 교육 형식의 관람은 없었다. 그는 거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만져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미술은 왜 없는지를 물었다.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들이 있었지만 오직 하나에 집중했다. 뮤지엄 에듀케이션이라는 분야의 가능성을 보고 한국으로 들어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분야를 꽃피웠다. 지금은 이제 국내에서도 예술교육 시장이 활성화되는 추세이지만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연 김이삭의 기획 만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이렇게 조금씩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김이삭. 그가 생각하는 기획의 시작은 무엇보다 이모션이다. 어떤 아이디어나 생각을 풀어낼 때 감정이 일단 한 번 동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획의 첫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낼 만한 어떤 대상이 떠오르거나 눈앞에 나타났을 때 자기 언어로 거침없이 풀어내고자 하는 마음에 이끌려 가는 것이 기획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림일기’라는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은 스스로 일기를 가지고 풀어내고 싶은 감정이 먼저 생겨야 제대로 된 기획을 시작할 수 있다.” 

이제 7인의 젊은 기획자들의 기획에 대한 생각과 그들이 원칙으로 삼아 온 것들을 토대로 새로운 길을 나서보자.

기획자들 사이사이에 이들이 갖고 있는 나름의 기획 노하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인터뷰가 있고, 기획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에 대한 기획노트가 실려 있다. 새로운 기획 콘셉트를 갖고 변화하는 시대환경 속에서 남다른 즐거움을 누려보자. 회의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기획을 통해서.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김영미
남해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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