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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플레이어’, 아이폰에서 꿀먹은 벙어리 된 사연

2014.06.11

‘KM플레이어’는 한때 PC에서 퍽 이름을 날리던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이었다. 쉬운 조작법과 뛰어난 영상 재생 성능이 강점으로 꼽힌 덕분이다. 이제 PC만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도 동영상을 자주 보는 시대다. KM플레이어도 지난 3월,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아이패드 버전으로 출시됐다.

시작은 좋았다.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총 140만명이나 내려받았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출시 이틀 만에 무료 앱 인기순위 1위 자리를 차지했고, 구글플레이에서도 추천 앱에 이름을 올렸다. 헌데, 거기까지였다. 지난 6월3일 KM플레이어를 개발한 판도라TV는 아이폰·아이패드 버전 KM플레이어에서 이상한 판올림을 배포했다. 음향을 재생하는 데 필요한 AC3 코덱을 뺀 버전을 새로 배포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한 기능 개선 판올림인 줄 알고 무작정 버전을 올린 사용자는 판올림 이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아우성이다.

동영상 재생 응용프로그램(앱)에 음향 코덱을 뺀 판올림을 배포한 것은 KM플레이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인기 동영상 재생 앱인 ‘다이렉트 플레이어’와 ‘AV플레이어’ 등도 AC3 혹은 DTS 등의 음향 코덱을 제거하고 판올림을 진행해 사용자로부터 원성을 샀다.

AC3 코덱은 돌비가 개발한 손실 오디오 디지털 코덱이다. AC3 형식으로 소리가 입혀진 동영상이라면 AC3 코덱 없이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많은 동영상 자료가 AC3 코덱을 쓰는 만큼 동영상 재생 앱에서 AC3 코덱이 빠진 것은 큰 문제다. 돌비와 판도라TV에 이 문제가 어찌된 일인지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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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TV, “코덱 뺀 것은 돌비의 요청 때문”

블로터 – “이번 판올림에서 AC3 코덱이 빠졌다. 왜 뺐나?”

판도라TV – “돌비 쪽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까지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에 협상을 해야 한다더라. 협상하는 과정에서는 코덱을 빼고 앱을 서비스하기로 했다.”

판도라TV가 개발한 KM플레이어에 돌비가 딴죽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돌비는 AC3 코덱 사용권을 갖고 있는 업체다. KM플레이어가 돌비 기술을 무단으로 썼으니 해당 기능을 빼라는 것이 돌비 쪽 요청이었다.

판도라TV 관계자는 돌비로부터 소프트웨어에 관한 기술 라이선스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돌비 기술은 하드웨어 제품에 라이선스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옛 ‘워크맨’이나 MP3 플레이어,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라이선스하는 식이다. 하드웨어 제조업체는 돌비와 라이선스를 맺고, 돌비는 하드웨어에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헌데, 돌비는 아직 소프트웨어에는 라이선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KM플레이어는 별도의 라이선스 협의 과정 없이 AC3 코덱을 뺄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3년 다이렉트 플레이어를 비롯한 다른 동영상 앱도 비슷한 문제 때문에 AC3 코덱을 뺀 바 있다. KM플레이어도 똑같은 말썽을 일으킨 꼴이다.

판도라TV의 KM플레이어 앱 개발 과정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AC3 코덱과 돌비의 라이선스 문제는 예전에도 몇 번이나 불거진 일이었고, 더군다나 KM플레이어는 후발주자다. 이전에 발생한 문제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이전 동영상 앱 개발자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일까. 여기에도 판도라TV는 해명을 보탰다.

블로터 – “AC3 코덱은 이전에도 많은 동영상 앱이 뺐다가 넣기를 반복했을 만큼 돌비 쪽과 라이선스 문제가 많았다. 이걸 모르고 KM플레이어를 개발한 것인가?”

판도라TV – “AC3는 VLC에 포함돼 있는 코덱이다. VLC는 GNU 2.0에 따라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그래서 여기에 포함된 AC3를 KM플레이어에 적용한 것이다.”

VLC 미디어 플레이어는 비디오랜(VideoLAN)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미디어 재생기다. 일반공중사용허가서(GNU)를 취득한 소프트웨어인 만큼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다. GNU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이 만든 사용 허가 라이선스다. 심지어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도 있을 만큼 폭넓은 자유를 제공한다. 판도라TV는 VLC에 AC3 코덱이 포함돼 있어 별도로 개발한 KM플레이어에도 AC3를 쓸 수 있는 줄 알았다고 답했다. 이 대목만큼은 돌비와 AC3 그리고 VLC 미디어 플레이어의 역할을 면밀히 구분하지 않은 판도라TV 쪽의 실수가 있는 셈이다.

현재 판도라TV는 AC3 코덱을 다시 KM플레이어에 적용하기 위해 돌비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판도라TV 관계자는 “(돌비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얘기를 하고 있으며, 최대한 AC3를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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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일 판올림부터 돌비의 돌비 디지털(AC3) 관련 코덱이 빠진 ‘KM플레이어’

돌비, “KM플레이어는 라이선스 위반”

돌비와는 본사 라이선스 담당자와 서면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판도라TV가 주장한 바를 보면, 쟁점은 2가지다. 정말 돌비에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다른 동영상 재생 앱에는 어떻게 AC3 코덱이 포함될 수 있었던 걸까. 다음은 돌비 본사 관계자에 문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블로터 – 판도라TV와의 KM플레이어의 AC3 코덱 라이선스 관련해 돌비의 입장은? 실제로 소프트웨어 AC3 라이선스 관련해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게 맞는 것인가?

돌비 – 판도라TV는 해당 돌비 기술 AC3(돌비 디지털), E-AC3(돌비 디지털 플러스), MLP(돌비 트루HD)에 대한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KM플레이어에 그러한 기술을 합법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양사 간에 라이선스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소프트웨어 형태의 돌비 기술에 대한 라이선싱 프로그램은 제품군(PC, 모바일)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또한 iOS 기반의 모바일 앱에 대한 돌비 기술 라이선싱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우선 판도라TV가 KM플레이어가 AC3 코덱을 뺀 까닭은 판도라TV와 돌비의 설명이 같다. 하지만 돌비로부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판도라TV의 설명과는 사실이 다른 점이 보였다. 제품군에 따라 각기 다른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돌비의 설명이다. AV플레이어가 돌비와 라이선스를 맺은 대표적인 아이폰 앱이다. 돌비가 소프트웨어에 라이선스를 주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음 대답을 보면 알 수 있다.

블로터 – 작년에 코덱 이슈가 있었던 AV플레이어의 경우, 돌비와의 협의를 마치고 AC3 코덱을 서비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위의 상황과 앞뒤가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관련 입장은?

돌비 – 위에서 언급한 라이선싱 프로그램(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라이선스를 취득한 예로 AV플레이어, 시네X플레이어, 인퓨즈, 파이어코어, 뉴윈 등이 있다. 돌비는 시장요구나 상황에 맞춰 이러한 라이선싱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업체는 아래 링크를 통해 라이선스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돌비 라이선스 프로그램 보기 링크 – http://www.dolby.com/us/en/professional/technology/licensing/get-licensed.html)

마지막으로 VLC 미디어 플레이어에 AC3 코덱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는 돌비 본사 관계자로부터 “돌비는 첨단 기술의 연구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라며 “돌비는 많은 고객이 라이선스를 통해 돌비의 첨단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하고 있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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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로’ 판올림을 진행한 사용자는 사실상 AC3로 인코딩된 동영상은 볼 수 없다.

모바일 시대에 맞는 라이선스 정책 필요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똑같은 AC3 코덱 문제는 물론, 앱 개발 업체에 우선 책임이 있다. 앱 개발 업체는 고의든, 실수든 AC3 코덱 사용권한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획득하지 않았다. 앱이 서비스된 이후 한창 이름을 얻게 된 뒤에야 이를 알아챈 돌비가 라이선스 문제를 들이밀었으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돌비의 라이선스 정책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돌비는 몇몇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 됐다. 워크맨 시절에는 워크맨을 만드는 소니나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업체였으리라. 지금은 몇몇 스마트폰에 돌비의 라이선스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하는 전세계 몇 개 업체와 대규모 계약을 맺는 것으로 돌비는 라이선스를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그리고 다시 서비스로 추세가 변화하고 있다. 하드웨어를 만들어 팔던 시대와 달리 누구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 수 있고, 이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아직 동영상에서 음향을 재생하는 코덱은 돌비 디지털이 많이 쓰이지만 말이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이제는 1인 개발자도 동영상 재생 앱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됐다. 돌비가 전세계 수많은 개발자가 만든 앱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 AV플레이어나 KM플레이어 등 일부 동영상 재생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돌비 시야에 들어온 이들만 진통을 겪은 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과 서비스, 그리고 소프트웨어 시대에 이같은 사업 철학은 다소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닐까.

돌비가 라이선스 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 해결책으로 보인다. 표준 계약 형식으로 별도의 라이선스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발자 누구나 손쉽게 돌비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자유롭게 라이선스 사용 계약을 취득할 수 있도록 말이다. 돌비 내부에서는 스마트폰용 앱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위한 별도의 부서를 마련하는 것도 좋겠다.

동영상 재생 앱을 만드는 이들도, 기술을 가진 이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닐까. 그동안 잘 쓰던 앱이 필수 기능을 뺀 채 판올림되는 황당한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sidewa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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