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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스마트폰 ‘파이어폰’, 왜 나왔는고 하니

2014.06.19

아마존이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벌써 2년째 소문만 돌던 ‘파이어폰’이다. 아마존이 태블릿에 이어 정말로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이다.

먼저 아마존 파이어폰을 살펴보자. 화면은 4.7인치 IPS 방식의 HD해상도를 내는 LCD를 쓴다. 크기나 해상도는 ‘넥서스4’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와 비슷하다. 다만 소문으로 돌던 3D 디스플레이는 들어가지 않았다. 2.2GHz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퀄컴의 칩을 쓴다. 모델명은 명확하지 않다. 기존에 아마존은 OMAP의 프로세서를 써 왔는데 결국 퀄컴을 선택했다. 저장공간은 32GB와 64GB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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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1300만화소로 광학식 손떨림 방지가 들어가 있다. 스피커는 스마트폰 위·아래에 달려 스테레오 출력을 할 수 있다. 이 카메라와 스피커는 아마존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아마존에서 음악과 동영상 콘텐츠를 많이 구매하고 곧바로 스마트폰에서 이용하라는 의도다. 기존에 나왔던 ‘킨들파이어’ 태블릿도 그랬듯 돌비디지털플러스 기술을 적용해 작은 스피커로도 꽤 좋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파이어폰엔 다른 스마트폰에서 보기 어려운 기능들이 여럿 들어가 있다. 가장 독특한 것은 역시 카메라다. 파이어폰은 상대적으로 카메라 성능이 좋은데 그건 아마존이 이 기기를 특별한 용도로 쓰기 위해서다. 전면 카메라엔 렌즈가 4개 달려 있다. 4개의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한다. 주변이 어두운 곳에서도 얼굴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적외선 센서까지 달려 있다. 주변 환경에 영향 없이 얼굴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것이다.

이 카메라는 3D 촬영을 하기보다는 이용자의 시선을 읽어들이기 위한 용도다. 왼쪽, 오른쪽, 그리고 위·아래까지 인식하기 위해 귀퉁이에 카메라 4개를 달았다. 이를 통해 보는 방향에 따라 콘텐츠의 시선을 다르게 보여준다. 화면을 기울이는 것에 따라 정면에서 혹은 옆이나 위 아래에서 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 iOS7에서 배경화면과 아이콘의 시차를 이용한 3D 효과를 떠올리면 쉽다. iOS7이 동작센서를 이용했다면 아마존은 시선을 인지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더 강하다. 일단은 잠금 화면에 적용됐고, 3D지도에서도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파이어폰에서 3D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모 영상 ☞유튜브에서 영상보기

다만 소문처럼 3D 디스플레이는 아니다. 시차를 이용해 3D 오브젝트에 입체 효과를 주는 것일 뿐 ‘닌텐도3DS’나 ‘옵티머스3D’처럼 시차를 이용한 무안경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는 아니다.

파이어폰은 그냥 스마트폰이 아니다. 전화와 앱이 돌아가는 아마존 전용 스마트 쇼핑 단말기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상품을 찾고, 주문·결제하고 소비까지 한번에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기기다. 기존에 내놓았던 킨들파이어 태블릿의 기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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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기능이 ‘파이어플라이’다. 파이어플라이는 아마존판 사물 검색이다. 이미지와 소리를 검색해 아마존에서 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헤드폰 사진을 찍으면 이미지를 검색해 그 사물이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인지 파악해 그 제품을 아마존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다. 음악 검색은 현재 여러 음악 서비스들이 하는 것과 비슷하고, 카메라로 동영상 콘텐츠를 찍으면 그 영화나 드라마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실물부터 콘텐츠까지 두루 구입으로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사물을 더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더 좋은 카메라가 필요한 법이다.

제프 베조스 CEO는 키노트에서 책, DVD, QR코드, 게임 타이틀, 소금통, 과자, 캔, 누뗄라 등을 찍는 것만으로 아마존에서 제품을 확인하고 평가를 보여주는 등 카메라만 들이대면 곧바로 쇼핑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시연했다. 아마존은 아예 스마트폰 왼쪽에 파이어플라이 버튼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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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뿐이 아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드라이브를 통해 파이어폰으로 찍은 사진을 아마존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무제한으로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도 1년간 무료로 제공한다. 가격은 2년 약정 기준 199달러인데, 아마존 프라임이 1년에 99달러니 실제로는 100달러 정도인 셈이다. 아마존 프라임 이용자는 책, 영화, 음악 등 콘텐츠들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다. 이 역시 아마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지만 연 단위 결제가 부담스러운데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벗어나기 어려운 서비스다.

앱은 태블릿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용 앱을 쓴다. 순수한 안드로이드는 아니고 아마존의 서비스, 콘텐츠를 접근하기 쉽도록 만든 것이다. 대신 구글의 서비스는 빠져 있고 안드로이드의 형태도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 앱 장터는 아마존의 것을 쓰는데 아마존은 이번 발표를 통해 아마존 앱스토어를 블랙베리에도 공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드로이드의 생태계를 이용하되 약간은 그 틀을 벗어난 플랫폼들에게 아마존이 손을 내미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구글로서는 킨들에 들어간 안드로이드도, 아마존의 앱스토어 생태계도 거슬리는 부분이지만 오픈소스로 꺼내놓은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가져가 쓰든 구글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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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마존은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사실 그 속을 뜯어보면 아마존을 위한 쇼핑 단말기에 가깝다. 이용자들이 제품을 쉽게 검색해서 구입까지 유도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모든 기능들은 이런 쇼핑들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생태계를 넓힐 수단으로 앱스토어를 확장하기까지 한다. 아마존은 그 준비를 몇 년간 차곡차곡 해 왔고, 그 결과물이나 시장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기기가 팔려 나간 이후에도 계속해서 돈을 벌어주는 기기이기 때문에 아마존으로서는 하드웨어에 대한 마진을 포기해도 기업 전체로서는 수익을 거두는 데에 전혀 영향이 없다. 이건 엄청난 경쟁력이다.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다음달 출시가 결정짓겠지만 적어도 미국 시장에서는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과 서비스를 갖춘 아마존의 하드웨어 진출은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보인다. 킨들파이어가 아이패드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은 태블릿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게 바로 미국 시장이다. 가격도 납득할만하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또 하나의 굵직한 경쟁자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하드웨어는 거드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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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