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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언론은 왜 복스미디어 CMS에 군침 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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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고쳐주는 마법의 시스템”(멜리사 벨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
“차세대 퍼블리싱 플랫폼”(테크크런치)

수년째 끝모를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이 있다. 워드프레스를 떠올리기 쉽겠지만, 아니다. 주인공은 복스미디어의 ‘코러스'(Chorus)다. 복스 미디어의 CMS는 전세계 언론이 부러워할 만한 ‘마법의 힘’을 지녔다. ‘뉴욕타임스’도, 심지어 경쟁사 ‘테크크런치’도 기획기사로 다루며 염탐했을 정도다. 나름 최고 수준의 IT 기술력을 갖춘 언론사로 평가받고 있는 이들이 복스미디어의 CMS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chorus

복스미디어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신생 언론사이다. 2003년 개설된 스포트 블로그 네트워크 ‘SB네이션’을 모태로 하고 있다. 복스미디어는 2011년 사명 변경을 기점으로 미디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왔다. 복스미디어는 현재 SB네이션(스포츠), 더버지(IT), 폴리곤(비디오 게임), 커브드(부동산), 이터(푸드), 랙크드(패션), 복스 등 7개 언론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다. 이들 매체 다수가 코러스로 제작됐다.

복스미디어는 2008년 이래 액셀파트너스, 컴캐스트인터랙티브캐피탈, 코슬라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7천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복스미디어의 시장 가치는 2억달러, 우리돈으로 2천억원에 육박한다. 월 순방문자수는 6500만명에 이른다.

복스미디어는 무엇보다 코러스라 불리는 CMS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콘텐츠 생산, 큐레이팅, 배치,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쉽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구성돼 처음 접한 이들을 놀라게 한다. 마법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의 스타 기자였던 에즈라 클라인은 복스미디어의 CMS에 반해 이직을 결정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클라인의 이직을 ‘충격적’이라고 보도할 정도였다.

복스미디어의 코러스는 근 10년에 이르는 복스의 역사 속에서 서서히 진화해왔다. 코러스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건 2012년 4월이니, 2008년 첫 번째 버전이 탄생한 지 4년이나 걸리도록 제 이름을 가지지 못했다. 이 개발을 주도한 주인공은 현재 복스미디어의 CPO인 트레이 브룬트레트다. 2008년 결합한 트레이 브룬트레트는 코러스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복스미디어를 애자일 개발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자동 태깅·링크 지원하는 입력 에디터

코러스의 에디터는 편리한 기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외를 망라하고 온라인 기자들은 자신들의 에디터에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한다. 기사를 쓰는 시간보다 기사를 포장하기 위한 각종 부가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찾아서 기사에 배치하는 작업에서부터 각종 태그를 입력하고 링크를 연결시키는 과정은 기자들을 매번 ‘짜증의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코러스는 이 작업을 자동화시켰다. 예를 들어 류현진 선수가 훌륭한 피칭을 선보였다고 에디터에 기사를 입력하면 코러스는 류현진과 관련된 기사를 분석한 뒤 류현진이라는 단어를 자동으로 태깅해 준다. 에디터에는 북마클릿 기능도 포함돼 있는데, 관련 참고 자료를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드래그 방식으로 기사에 첨부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링크를 일일이 연결해야 하는 시간을 절약해준다.

사진·동영상 첨부 기능도 눈길을 끈다. 특정 섹션을 지정하면 라이선스가 해결된 사진을 에디터 창 오른쪽에 정렬해준다. 포토샵 등의 이미지 편집도구를 이용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사진을 자르거나 매만질 수도 있다. 이 역시 마우스로 끌어오기만 하면 기사 안에 링크와 함께 첨부된다.

댓글을 기사로 전환하는 기능도 신선하다. 눈에 띄는 댓글이 발견되면 에디터의 판단에 따라 곧바로 기사로 배치할 수 있다. 기사로 전환된 댓글은 편집할 수도 있고 각종 부가 요소들을 부착할 수도 있다. 댓글 논평자를 기자로 변경시키는 작업이 클릭 몇 번이면 종료된다.

기사 작성이 완료되면 기자는 어떤 소셜 채널로 유통할지 선택만 하면 된다. 트위터, 페이스북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구글플러스로 내보내는 버튼도 콘텐츠관리시스템 안에 통합시켰다. 기사가 발행된 이후에 직접 공유하는 여러 CMS와는 차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돋보이는 템플릿, ‘스토리스트림’과 ‘카드 스택’

Clayton Kershaw throws no-hitter vs. Rockies - SBNation.com

▲LA 다저스 경기를 스트림스토리로 구성한 실제 화면(출처 : SB네이션 화면 캡처)

코러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가지 기능을 꼽는다면 ‘스토리스트림’이라는 템플릿과 ‘카드 스택’이라 불리는 기자 개인용 위키 시스템이다. 이 두 가지 기능은 코러스를 소개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기능들이다.

스토리스트림은 SB네이션 스포츠 기자들의 요구로 제작됐다. 특정 스포츠 경기에 대한 실시간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각종 소셜미디어의 콘텐츠와 이전 기사를 손쉽게 모아보려는 목적이다. 담당 에디터는 한두 번의 클릭과 마우스 조작만으로 손쉽게 이슈 페이지를 개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새로고침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카드 스택은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사를 모아주는 토픽별 위키 서비스다. 최근 기사만 소비되는 인터넷 언론의 특성을 벗어나고자 2014년 4월 개발됐다. 기자들은 주요 이슈마다 뉴스 맥락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하게 카드 스택을 활용하고 있다. ‘복스’ 편집장 에즈라 클라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버리고 있는 최대의 소스는 바로 기자들이 오늘 이전에 작성했던 그 모든 것”이라며 카드 스택의 가치를 설명하기도 했다.

What is occupational licensure  -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occupational licensing - Vox

▲ 복스닷컴에 적용된 ‘카드 스택’ 화면

이외에도 코러스는 소소한 매력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 큰 이미지가 삽입된 기사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자가 특정 템플릿을 선택만 하면 된다. 이미 코러스 내부엔 다양한 기사 페이지 템플릿이 저장돼있어 기사 형식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

통계 기능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코러스 통계 시스템은 구글 애널리틱스, 구글 트렌드와 연동돼 현재 작성된 기사가 전반적인 웹 세계의 관심사와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질 높은 저널리즘의 필수 요소

국내 언론사들은 스스로 플랫폼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작 플랫폼으로서의 기술적 조건을 갖추는 데는 인색하다. 여전히 규격화된 기성품을 맞지 않는 몸에 억지로 끼워넣어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충실한 사용자인 기자의 목소리는 제거된다. 기자를 사용자로 바라보는 철학이 복스미디어의 코러스에 담겨 있다. 전세계 언론이 복스 미디어의 코러스를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트레이 브룬트레트는 “코러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편집팀과 독자의 목소리를 담고 반영하는 것 그 과정이 곧 코러스라는 얘기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콘텐츠는 콘텐츠관리시스템을 넘어서기 어렵다고들 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디지털 기술의 지원과 보조를 통해서 구성될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 더 나은 형식의 저널리즘이 국내 언론사에 안착되지 못하는 배경도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제 기술과 저널리즘의 결합은 디지털 시대를 대응해야 하는 모든 언론사의 과제다. 그 핵심에 콘텐츠관리시스템에 존재한다.

CMS는 기사를 작성하고 발행하는 도구 이상의 의미다. 훌륭한 기자를 영입할 수 있는 매혹적인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복스미디어가 증명해주고 있다. 기자에게 더 질 높은 저널리즘을 요구하기에 앞서 기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저널리즘을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을 구비하는 것이 먼저다. 복스미디어의 CMS가 주는 교훈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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