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상공인이여, 두려워말고 국경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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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직구’는 더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족 가운데 24%가 해외 직구를 경험했다. 이들 대다수는 만족했다. 67%는 같은 제품을 더 싼 값에 샀고, 96%는 해외 직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을 넘는 상거래가 일상이 돼 가지만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좁은 우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인인증서 같은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고, 몸놀림이 둔한 대형 유통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3년 전부터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율은 한자리 숫자로 떨어졌다. 파이 자체가 커지는 속도도 느려졌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단법인 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의 가능성을 십분 활용하는 1인·소규모 기업이 답이 될 수 있다고 답한다.

꽉 막힌 한국 상거래 시장, 돌파구는 1인 판매자

인터넷기업협회는 6월24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엔스페이스에 ‘1인 판매자와 인터넷’이라는 주제를 두고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가 시회를 맡았고, 연세대 정보대학원 UX랩 소속 조광수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온라인 수출회사 지오택 이정우 대표와 이중복 이베이코리아 CBT(Cross Border Trading) 팀장도 의견을 나눴다.

조광수 교수는 이 자리에서 최저가 경쟁만 벌이는 국내 인터넷 상거래 구조를 상품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 시장은 커머스가 별로 없어요. 한국은 누가 어떤 상품을 먼저 유통하느냐, 아니면 다른 데 검색 안 되게 소셜 채널을 차지하냐 경쟁이에요. 가격 경쟁을 기반으로 한 한국 쇼핑산업이 가까운 미래에 어떻게 생존할지 걱정이 많습니다. 제대로 된 사업자가 나타나서 소비자를 만족시키면 쉽게 정리될 수 있는 판이라는 거예요.”

professor_ChoKwangsu_YeonseiUniversity_UXlab ▲연세대 정보대학원 UX랩 소속 조광수 교수

조광수 교수는 ‘딜러-칙’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인터넷에 익숙하고 영어를 어려워하지 않는 젊은층이 같을 물건을 싸게 샀음을 자랑거리로 여긴다는 얘기다. 이들의 지갑을 열려면 콘텐츠 자체를 차별화해야 한다. 조광수 교수는 ‘팹(Fab)’이라는 해외 쇼핑몰을 예로 들었다. 팹은 독특한 상품을 발굴해 사기 쉽게 정리해 두는 쇼핑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 이 덕에 1년에 1억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거둔다. 조광수 교수는 “한국 상거래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고유한 아이템을 수급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개인사업자가 시장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지오택 대표는 국내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사업을 해본 경험을 들며 과감하게 해외 시장에 뛰어들라고 조언했다. 지오택은 국내 중소 제조회사 제품을 이베이를 통해 해외에 수출하는 회사다. 직원은 15명뿐이지만 지난해 30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는 500만달러(51억원) 수출을 노리고 있다.

해외 전자상거래 시장, 한국보다 정직해

“한국 오픈마켓에서도 사업 해봤는데 짜증나거나 힘든 부분이 많아요. 해외는 프로세스로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구조인 반면, 국내는 MD와 관계 관리 등 사업 밖에도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너무 많아요. 정직하게 사업만 해서는 노력만큼 대가가 따르지 않는다는 거죠. 해외 시장이라도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정직하게 노력하면 국내보다 빨리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정우 대표는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부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한국과 이베이 세법이 안 맞아요. 10원짜리든 1억원짜리든 상품 하나를 수출할 때 거쳐야 하는 행정적인 수출 신고 프로세스도 똑같죠. 중국은 온라인 판매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대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송비를 낮춰줘 가격 경쟁력을 맞춰주죠. 한국은 똑같은 상품도 배송비가 만만찮게 나가는 형편이고요. 정부가 나서서 이런 부분을 개척한다면 한국 제품을 보다 널리 알릴 수 있을 겁니다.”

GoodInternetClub50_01 ▲이중복 이베이코리아 팀장, 이정우 지오택 대표, 조광수 연세대 교수(왼쪽부터)

이중복 이베이코리아 CBT 팀장은 사업을 길게 보라고 조언했다.

“국내 오픈마켓은 MD와 협업하거나 광고를 집행하면 노출도를 올릴 수 있어요. 해외 시장은 그런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신뢰도예요. 셀러가 얼마나 신뢰도를 쌓느냐에 따라 노출도가 올라가는 거죠. 한국 사람 성격이 급해서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해서 기다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적어도 3~6개월은 기다려야 하는데 말이죠.”

조광수 교수는 1인 판매자만 지닐 수 있는 전문성을 강조했다. “군용물품 전용 쇼핑몰을 10년째 운영하는 분은 위성사진만 봐도 이 군복이 어디 건지를 단박에 맞춰요. 이 분은 물건을 보는 전문성을 갖춘 거예요. 이 덕에 소비자는 이 분께 충성도 높은 구조가 형성되는 거죠. 믿을 수 있는 거예요. 대형 유통업체는 이걸 모르거든요.”

조광수 교수는 두려워 말고 과감히 해외 시장에 도전하라고 권했다. “사업을 시작하는 분이나 대학생이 가볍게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해외시장을 먼저 시작하세요. 훨씬 쉽습니다. 한국처럼 복잡하지 않아요. 일단 서버를 미국에 두고 한국 규제틀 밖에서 시작하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때 바꾸면 되죠. 해외 시장부터 시작하면 비슷한 큰 시장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냥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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