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 우리는 ‘중단의 감각’을 상실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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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은 장미빛 낭만으로 가득한 희망의 이상체일까, 아니면 불평등한 물리적 현실이 자가복제된 1대99의 또다른 공간일까.

디지털 세상의 미래를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은 언제나처럼 충돌하고 갈등한다. 구글이 스타트업 인수 소식을 전할 때마다, IT 공룡들이 혁신적인 기기를 내놓을 때마다 다수 이용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아낌없이 선사한다. 혁신적인 기술들이 낡은 것들의 부조리를 구축해낼 것이란 기대감을 갖는다. 과연 디지털 세계는 그 기대의 항로를 따라 순항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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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개최된 SSK 위험정보사회연구팀 통합심포지움(출처 : SSK 위험정보사회연구팀 홈페이지)

이를 규명하기 위해 국내 학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낭만주의로 가득찬 페이스북과 트위터 공간에서 한발짝 떨어져  다른 시선으로 지금의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따뜻하게 조형하고 있는지, 불평등이 더욱 고착화한 세상으로 심화시키는지 조목조목 따져묻는다.

SSK 위험정보사회연구팀은 디지털 세상이 가져올 또다른 이면을 파헤치는 학자들의 연구 프로젝트다. 디지털 기술이 초래한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학술적 움직임이다. 이들 연구팀은 정보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빅데이터 현상을 주목하면서 “이 같은 정보기술 위험과 같은 역기능에 대한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이해 없이는 정보기술의 순기능이 활용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한 비판적 사유 없이 모든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접근하는 우리의 사고에 경고문을 발송하는 것이 1차 목적이다.

6월23일 이들 SSK 위험정보사회연구팀이 선택한 23번째는 주제는 ‘디지털 디바이드 연구의 확장 : 어떤 디바이드를 어떻게 사유하고 연구할 것인가’였다. 이미 20여차례 세미나를 거치며 빅데이터 사회에 대한 다양한 위험의 실체를 밝혀내고 이론적으로 체계화했다. 서울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는 연구과제의 화룡점정이었다.

“디지털 디바이드는 격차가 아닌 불평등·분할”

발제를 맡은 이영주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디지털 디바이드를 격차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격차는 따라갈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지만 지금의 디지털 디바이드는 오히려 몫의 분할, 쉽게 말해 불평등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주 교수는 “격차라는 용어는 ICT 불평등과 디바이드의 문제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생각하도록 만든다”고도 했다. 그의 주장을 잠시 들어보자.

“정보·문화기술은 그 기술에 대한 접근성과 평등한 이용을 허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기술에 의해 새롭게 형성되는 세계에 대한 진입 장벽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분할자들에 의해 전유되곤 했다. […] 정보·문화 기술은 권력의 기술이자 분할의 기술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이, 애플과 페이스북이 평등한 이용을 목적으로 플랫폼을 개발해 서비스를 하지만 정작 그 내부에서 생산된 사용자들의 데이터와 이익은 그들의 몫으로만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는 ‘텔레코뮤니스트 선언’을 쓴 드미트리 클라이너의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클라이너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유튜브의 진정한 가치는 비디오를 올리는 사람들이 만든다. 그러나 유튜브가 10억 달러가 넘는 주식으로 구글에 매각될 때 이 비디오들을 만든 사람들이 받은 주식은 얼마나 되는가. 아무 것도, 전혀 없다. 그러므로 이것은 웹2.0 기업의 소유자라면 엄청난 거래다.”(책 59쪽)

이 교수는 SNS와 언론의 대변 구조도 이러한 ‘몫의 분할’을 잘 드러내주는 사례로 언급했다. 이 교수는 “언론은 주로 SNS 상의 오피니언 리더만을 부각시키고 이것이 대부분의 여론을 대표하는 것인양 보도하고 있다”며 “SNS에 관심이 없거나 발언하지 않는 사람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그들의 정치적 몫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박성우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여기에 디지털 기술이 초래한 ‘감각의 상실’ 문제를 더한다. 불평등을 불평등하다고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디지털 불평등의 본질이고 의식 빈곤화의 핵심인 것이다.

그는 “현재 디지털 기술을 둘러싼 일방적인 낭만성이 깨어지는 국면”이라고 진단하면서 “지금은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을 대체해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이들이 구축한 클라우드 시스템 속에 인간의 장기 기억이 저장되면서 장기 기억을 ICT 기술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디지털 이전 시대만 하더라도 균형은 유지돼 왔다고 주장했다.

“장기 기억이 단기 기억으로 대체되는 시스템”

박 연구원은 무엇보다 인간의 장기 기억이 단기 기억으로 대체되는 시스템 내에 편입돼 있다는 사실조차 우리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게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이용자가 ‘중단의 감각’을 상실하면서 무엇을 중단해야 하는지, 언제 중단해야 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잊혀질 권리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이용자들은 SNS에 글을 올리고 사진을 등록하며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행위를 중단하지 못하는 현실. 무엇을 중단해야 하고 왜 중단해야 하는지 자각하지 못하는 위험 속에 우리가 놓여있다고 역설한다. 인간이 ICT 기술에 ‘중단을 감각’을 빼앗김으로써 쓰지 않으면 외로워지거나 쓰지 않는 이들의 배타적으로 대하는 현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이러한 경향이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박 연구원은 “부모 세대는 이제 더 많은 지식 기억을 지닌 세대가 아니라 오히려 떨어지는 세대로 이해된다”면서 “그 핵심 축이 이 같은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디바이드를 스마트폰 활용 능력의 격차 정도로 해석하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해 왔던 그간의 정부 정책에 SSK 위험정보사회연구팀의 마지막 세미나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연구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부는 모두가 디지털 기술을 익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를 폭력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를 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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