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
가 -

뭔가 이상한 앱이 등장했다. 이걸 ‘서비스’라고 부르면 다른 서비스들이 뭔가 서운할 것도 같다. 그렇다고 서비스가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요'(yo) 얘기다.

며칠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회자됐던 이 앱을 미루고 미루다가 깔았다. 그리고는 듣던대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요의 기능은 등록된 친구의 닉네임을 누르면 ‘요!’라고 한마디 보내는 게 전부다. 다행히도 “요”라고 소리도 난다. 막 누르면 메시지가 계속 간다. 후배 기자와 ‘요’를 주고 받다가 결국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 자체로는 대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요 때문에 아이메시지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벌어졌다.

yo

그런데 이 앱은 ‘요’라는 한마디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다. 무슨 뜻일까? 앱에 소개되는 이 앱의 용도를 보면 기가 막힌다. ‘굿모닝’, ‘네 생각 하고 있었어’, ‘사무실 가는 중이야’, ‘지금 비행기 타려고 하고 있어’, ‘우리 팀 경기가 곧 시작이군’. 이게 다 ‘요’ 한마디로 정리된다. 사전적 의미는 ‘야’, ‘오’ 같은 말인데 우리 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거시기’가 딱인 것 같다.

도대체 이런 앱을 왜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 앱이 왜 인기를 끌고 있을까? 이 호기심은 지난주 IT나 스타트업을 다루는 매체들이 여럿 다뤘던 소재다. 조선비즈는 이 스타트업의 뿌리가 이스라엘이라고 소개하며 몇 가지 이야기를 전했다. 모블리에서 근무하던 모시 호게그는 특정 사람들에게 복잡하게 타이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버튼 몇 개만 눌러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앱을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그게 의도라고 하기에 그 결과물은 그것보다도 훨씬 더 단순하게 나왔다. ‘대체 무슨 소통을 할 수 있는 걸까, 내가 이제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다 들 정도였다. 애플도 황당했는지 앱 완성도를 이유로 등록을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앱은 등록됐고, 100만 가입자를 모으는 데 단 5일이 걸렸다.

yo_chat1

이 앱의 매력은 ‘단순함’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다. 그 단순함은 파고 들어갈 수록 기가 찬다. 앱 아이콘은 그냥 보라색 네모 상자다. 이게 무슨 뜻을 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이콘을 채워야 하는 칸을 보라색으로 채운 게 전부다. 이쯤 되면 배짱이다. 친구는 어떻게 추가할까? 친구에게 직접 닉네임을 물어봐야 한다. 전화번호? 페이스북? 이런 건 없다. 안드로이드에 깔아보니 요구하는 권한이라고는 아이디 하나 뿐이다. 전화번호, 주소록, 페이스북 계정을 비롯해 온갖 기기 권한을 끌어안고 앱을 널리 퍼뜨리려는 앱들과는 뭔가 다르다.

궁금해진다. 이게 계산된 건가, 아니면 정말 그냥 대충 만든 건데 사람들이 반응하는 건가. 앱의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그래서일 게다. 짧고 가볍게 웃고 넘어가는 B급 문화라는 이야기도 있고, 복잡한 소셜네트워크 공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공교롭게도 국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스마트폰과 트위터의 등장과 함께 이를 한국형 서비스로 만들려던 것들이다. 다음의 ‘요즘’, 네이트의 ‘C로그’는 이미 지난해 문을 닫았고, ‘미투데이’와 ‘데이비’도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기 한번 펴보지 못한 ‘카카오톡’이나 ‘라인’같은 메신저 서비스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도 없을 지경이다. 많은 서비스들이 나오면서 점점 더 많은 기능을 품는 경쟁을 하게 됐고, 이는 곧 복잡하고 어려워지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저것 너무 많은 앱을 써야 했다. 이런 소셜 네트워크의 과잉은 결국 몇가지 앱으로 통합됐고, 시장의 진입장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저것 복잡한 것보다 그냥 ‘요!’ 한 마디로 별로 할 이야기 없어도 소통할 수 있는 것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이것도 공해라면 공해지만 적어도 게임 아이템을 보내달라는 메시지보다는 정겹다.

yo_chat2

요를 깔고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다가 후배가 “이건 IT 업계의 맥거핀”이라는 말을 꺼냈다. 이것도 재미있는 해석이다. 맥거핀은 ‘실체가 없는 미끼’를 뜻하는 것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긴 하지만 그게 결국 뭐하는 것인지, 뭘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을 뜻하는 영화 용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처음 썼던 것으로 어떤 것이 굉장히 중요해 보이고,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뭘 이야기하는지는 설명하지도 않고, 실제로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 것이다.

요 역시 뭔가 그 자체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모으고 흥분하게 하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지만 제작자는 그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냥 “안녕?”이라는 인사를 아주 쉽게 나누고 싶어서 엄청나게 단순한 앱을 만든 것인데 우리가 그걸 어렵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건 아닐까? 왠지 개발자에게 이 앱을 왜 만들었냐고 물으면 “YO!”라고 답해줄 것 같다.

네티즌의견(총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