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보고서로 엿보는 뉴욕타임스 CMS, ‘스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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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쿱에 대한 권한을 뉴스룸이 쥐고 있지 못하다. 이 때문에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은 허핑턴 포스트, 버즈피드나 복스 등에 기능성이나 이용성, 그리고 속도 등에서 한참 뒤져 있다.”(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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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출처 : 페이스북 미디어IT)

스쿱(Scoop)은 ‘뉴욕타임스’의 CMS에 붙은 이름이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우선 전략은 스쿱에서 시작돼 스쿱으로 끝난다. 하지만 내부 평가는 냉혹하다.

신문을 안고 있는 언론사가 디지털 중심으로 모든 시스템을 전환하기란 쉽지 않다. 애초부터 디지털로 시작한 언론사는 기존 신문 제작 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연결할 데이터베이스도, 전환 시 반영해야 할 옛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퍼블리싱만을 목표로 CMS를 새롭게 구축하기만 하면 된다.

신문 기반으로 출범한 언론사는 사정이 다르다. 기사를 입력하는 단계부터 온라인으로 출판하는 과정까지 모두 새롭게 구조화해야 한다. 기존 신문제작시스템을 어느 범위까지 승계할 것인지, 신규 CMS와 어떤 방식으로 접목할 것인지는 골치 아픈 기술적 고민거리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뉴욕타임스’의 CMS는 성공한 축에 속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최초 기사 작성 단계부터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시도는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내부의 인색한 평가와 달리 스쿱은 외부, 특히 국내 언론사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소프트웨어다.

2008년 시작된 스쿱 개발, 아직도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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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된 ‘뉴욕타임스’의 기사입력창 ICE(출처 : 뉴욕타임스 깃허브 계정)

스쿱은 2008년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우선‘(Digital First) 전략에 따라 개발이 시작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존 외부 CMS를 구매해 최적화하는 방식도 검토했다고 한다. 브래드 카가와 ‘뉴욕타임스’ 부회장이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수많은 외부 CMS를 들여다봤다. 많은 옵션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는 자바(Java)에서 구동하길 원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외부 솔루션이 탈락됐다.”(참고 :  NYTimes VP of Tech Brad Kagawa on Building their Custom CMS)

외부 CMS를 구매하지 않은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뉴욕타임스’ 내부의 개발 철학, 즉 애자일 방식과 잘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자일 방식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시제품(프로토타입)을 만들며 필요와 요구를 더해가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외주 CMS는 큰 덩어리에 대한 프로젝트 기획안이 확정되면 변경 사항 없이 장기간 개발을 완료하는 계획적 개발 방식을 택한다.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변형이나 추가를 독려하긴 어려운 개발 방식이다.

스쿱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웹사이트 조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첫 화면의 외양과 배치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구동된다. 즉, 웹페이지 관리도구와 CMS가 독립적으로 구성돼 있어 개발 속도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지금도 스쿱은 개발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2015년까지 완전한 디지털 우선 전략을 스쿱을 통해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이면 무려 8년에 걸친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유야 어찌됐든 8년이라는 긴 시간을 CMS에 투자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언론사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세련된 기사 입력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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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CMS 스쿱에 적용된 기사 트래킹 기능(출처 : 뉴욕타임스 블로그)

‘뉴욕타임스’ 스쿱의 핵심은 기자들의 필요를 반영한 에디터 시스템이다. 에디터 시스템은 기사 입력부에 해당한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6월17일 공개한 내용을 보면, 에디터가 여타 외부 CMS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MS워드에서 볼 수 있는 내용 변경 추적 기능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담당 데스크가 기자가 쓴 초안의 문장을 삭제하면 흔적이 남는다. 오탈자도 마찬가지다. 담당 데스크는 삭제된 이유를 오른쪽 마우스 버튼을 눌러 간단한 메모로 남겨둘 수 있다. 사실과 다르다면 기사 작성자는 이 내용을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실시간 동시 작업 기능도 덧붙었다. 담당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는 도중이라도 사진기자나 프로듀서가 사진, 멀티미디어 요소를 실시간으로 삽입할 수 있다. 특정 외부 기자에 대해서는 권한 설정도 가능하다. 가령 사진기자는 제목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한다거나 멀티미디어 프로듀서는 요약문에 접할 수 없도록 지정하는 식이다. 데스크가 제목을 변경하는 동안에도 기자는 기사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 동시 작업 범위와 권한을 상황에 맞게 얼마든지 설정하고 변경할 수 있다.

민감한 기사라면 편집국 내부 기자라도 접근할 수 없도록 ‘프라이빗’ 설정도 넣어두었다. NSA 취재와 같은 특종성 기사들은 편집국 기자라 할지라도 소수만 열람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수용한 것이다. 이 기능은 매우 예민한 기사나 국가 최고위급 인사의 칼럼 등에 주로 적용된다고 한다.

자동 태깅과 기사 추천

기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자동화된 메뉴도 여럿 적용돼 있다. 복스미디어의 CMS에서도 볼 수 있는 자동 태깅 기능은 스쿱에서도 제공된다. 1851년 이래 등장한 대부분의 주제어나 인물, 사건 등이 기사가 작성됨과 동시에 자동으로 추천된다. 심지어 똑같은 철자를 쓰는 미국 ‘조지아’주와 공화국 ‘조지아’를 구별해주는 알고리즘까지 갖췄다.

‘뉴욕타임스’는 태깅 사전을 관리하는 디지털 택소노미팀도 운영 중이다. 이 팀은 새롭게 등장한 사건이나 주제어 등을 정의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기자들에게 어떤 태크를 추천할지 규칙을 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 언론사에서는 낯선 업무 영역이다.

기사와 연관된 영상물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내부 검색팀이 개발한 기술로 기사를 입력하게 되면 관련 비디오를 보여주고 손쉽게 기사에에 배치할 수 있다. 대부분이 위지위그(WYSIWIG) 방식으로 작동된다.

마지막 과제, 종이신문 제작 시스템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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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쿱의 실시간 동시 작업 기능(출처 : 뉴욕타임스 블로그)

이외에도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현재 어느 단계를 거치고 있는지 알려주는 알림 기능, 기사 작성 중에 원본 사진을 적절한 크기에 맞춰 자르고 변형할 수 있는 사진 편집 기능, 기사 계획과 정보 보고를 관리하고 이를 제작에 반영하는 기능 등이 스쿱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모바일과 웹에서 기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미리보기 기능도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스쿱은 아직 진행형이다. 벌써 7~8년에 걸쳐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완성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종이신문용으로 제작하는 과정이 아직 스쿱에서 완벽하게 관리되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고 ‘뉴욕타임스’는 고백하고 있다. CMS를 이끌고 있는 루크 브넨차크에 따르면 스쿱에서 작성된 기사와 신문 제작을 위해 작성된 기사의 연결 과정이 아직 문제로 남아 있다.

루크 브넨차크는 “조만간 이를 보강하는 시스템이 완료되면 종이신문 지면 레이아웃이 진행되는 도중에라도 스쿱에서 작성된 기사를 편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CMS에서 인쇄 신문 제작과정까지 거의 모든 요소를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복스미디어의 강점으로 꼽히는 기사 관련 통계 기능도 조만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뉴욕타임스’ 편집국은 기사 통계가 스쿱에 통합되는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하지만 혁신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이러한 분위기는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어렵지 않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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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쿱의 운명은 루크 브넨차크가 자랑하는 것만큼 그리 희망적이진 않아 보인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지만, 무엇보다 조직 내부의 관할 및 책임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 이 같은 내용은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플랫폼 편집인 직위를 만들어서 스쿱과 같은 내부 상품을 뉴스룸이 이끌도록 해야 한다. 이 때 플랫폼 편집인은 우리 출판 시스템의 문제점을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서 인터렉티브 뉴스팀과 기술팀의 동료들과 밀접하게 일을 같이 해야 한다. 플랫폼 편집인은 또한 성공적인 싱글 프로젝트를 찾아내서 이 프로젝트가 반복될 수 있도록 템플릿 같은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94쪽)

국내 신문사 디지털 CMS와 비교하면 획기적인 수준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소프트웨어 ‘스쿱’. 하지만 조직 내부 장벽이 스쿱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사람이 쥐고 있다. ‘뉴욕타임스’ 스쿱은 그 뻔한 진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