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에 대한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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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IT전문가 팀 오라일리가 웹2.0을 정의한 까닭은 90년대말 닷컴붕괴 이후 생존한 기업들의 특징을 분석하고 정리해 당시 팽배한 IT산업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완화시키고 해당 산업에 성장의 비전과 원칙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현재 그 웹2.0는 IT산업의 벽을 넘어서 일종의 사회적 유행어가 되었다. 나아가 ‘웹’에서 떼낸 ‘2.0’이라는 말은 마치 ‘성공의 주문’처럼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web2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닷컴상황 때와 마찬가지로 버블의 위험성이 있다. 버블이라는 것은 실제로 가능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대치가 형성됐을 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 등 기업경영의 기본을 잃고 웹2.0의 성공법칙만 외워 실천한다고 해서 성공신화에 근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벌써 우리는 수많은 신화를 봤어야 하겠지만 국내외에서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먼저 이러한 실제 필요 이상의 기대치는 닷컴시대의 시종에 존재했다. 닷컴 붐을 이끈 게 대중의 기대였다면 그 버블을 꺼뜨렸던 것은 대중의 실망이었다. 이 대중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당시 닷컴붕괴에 따른 주식시장의 하락을 예측했던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쉴러 교수의 표현. 해당 책 소개 주소 : http://www.irrationalexuberance.com)은 IT업체와 그 업체 서비스의 실제 가치에 대한 신뢰할 평가기준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당시 실리콘밸리 전반에 퍼져 있었던 ‘일확천금의 꿈’에 대해 경영학자 짐 콜린스의 경고의 메시지, ‘쉽게 성공하기’(Built to Flip, 해당 글 주소 : http://www.fastcompany.com/magazine/32/builttoflip.html)라는 글의 교훈은 오늘날 웹2.0붐에도 유효하다. 이 글에서 콜린스는 기업이 영속하는 가치를 품고 그것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조직화해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그 같은 기업가 정신을 상실하고 단숨에 쉽고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 기술, 전략 등으로 쉽게 성공하기를 꿈꾼다면 그 기업에는 성공도 비전도 없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기업가정신이란 근본, 펀더맨털을 잃어버린 실리콘밸리는 대중의 비이성적 과열이 종식되자마자 너무도 쉽게 무너졌다.

정리하자면, 웹2.0이란 마법의 주문이 기업 펀더맨털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얘기다. 먼저 펀더멘털을 갖추고 그 다음에 기업 환경변화에 대처한 마법의 주문을 찾는 것이 정도(正道)다.

예컨대 웹2.0 성공신화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구글 같은 기업은 오픈소스 등 단순 기술의 우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웹2.0은 창업자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가 대표하는 새로운 기업의 비전, 철학, 그리고 전략(예컨대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의 삼위일체였다. 구글의 성공을 오픈소싱에 의한 기술 환원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2% 부족한 설명이다. 즉 오픈소싱을 활용한 웹2.0형 경영개혁, 예컨대 혁신 측면의 크라우드소싱, 마케팅 측면의 바이럴 마케팅, 혹은 경영 프로세스 측면에서 이용자 참여폭을 기술적·제도적으로 높인다고 해서 성공신화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것을 말하자면, 해당 기업과 기업가가 품고 있는 비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경영 비전과 철학은 이용자의 신뢰를 살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의 경영전략과 활동을 그 비전으로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이용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 신뢰와 교환되는 이용자의 열정적이고 지속적인 참여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교훈은 분명하다. 결국 핵심은 기본이며 그 기본을 무시해서는 그 이상의 성장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 간 일과 관계의 방식이 웹2.0같은 웹이라는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협업의 양태를 보일 지라도, 그 기본원리인 조직 공동 가치의 문제, 리더십, 규율 등의 문제는 영속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대신에 웹2.0 혹은 다른 새로운 기술, 사회현상에 기대어 쉬운 성공과 고수익을 노리고 거기에 과도한 기대를 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버블 창조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기본을 망각한 버블이 역사에 반복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의 과도한 믿음이 오류가 아니겠지 하는 착각 때문이었다.(하버드대학의 기네스 로고프와 메릴랜드대학의 카르멘 라인하트는 이에 관련된 주제로 공동 저술한 논문을 썼다. 제목은 ‘This Time Is Different'(이번엔 다르겠지) 다음 링크 참조 : http://www.economics.harvard.edu/files/faculty/51_This_Time_Is_Different.pdf). 사람들이 이번엔 다르겠지 하는 그 오만과 편견을 지우지 않는다면, 그리고 과거의 역사에서 배우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다시 펀더멘털은 잊은 채 오픈소싱을 ‘요행으로’ 도입하는 오류만 반복하게 된다면 닷컴 붕괴의 악몽은 재현될 수도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묻는 기업경영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한 걸음씩, 그러나 실속있는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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