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백수’에서 구글 인증 데이터 분석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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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현상을 숫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고,
정확히 모른다는 것은 그것을 관리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관리할 수 없다는 건, 현재의 상태를 개선할 수 없다는 뜻이죠.

– 피터 드러커

국내에서도 디지털 마케팅 영역에서의 데이터 분석이 한창 걸음마를 떼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내에도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결정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사람이 있다. 지난 달 구글과 ‘구글 웹로그 분석 인증 파트너십'(GACP) 계약을 맺은 골든플래닛의 김선영 이사다. 구글이 공인한 데이터 분석가인 셈이다. 김 이사는 블로터아카데미에서 데이터 분석도구인 구글 애널리틱스 강의를 하고, 블로터앤미디어에서 ‘소셜분석’ 책을 펴내기도 했다. 김선영 이사가 데이터 분석에 왜 빠지게 됐는지, 디지털 마케팅 영역에서 데이터 분석 전망은 어떤지 얘기를 들어봤다.

kimsunyoung

백수에서 개발자로

“제 필명이 오뚜기예요. 오뚜기라는 필명을 쓰는 이유는 제가 첫발부터 좌절했기 때문이에요. 졸업하고 취업을 못 해 2년을 백수로 지내며 눈칫밥을 먹었어요. 심지어 대학원 시험도 떨어졌으니까요.”

92학번인 김선영 이사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영향으로 졸업하고 2년 동안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 김 이사는 내가 왜 자꾸 실패할까를 고민하다 정보 습득력이 부족해서는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대학시절 다녀온 어학연수 때, 미국 대학 곳곳에서 HTML 배우기가 굉장히 유행이었던 걸 보며 인터넷이 굉장히 중요한 화두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그래서 인터넷을 공부해보기로 했다. 시작은 ‘정보검색사 자격증’이었다.

“당시 학원비가 없어 학원 원장님께 취업하면 갚을 테니 수업 좀 듣게 해달라고 부탁해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학원에서 웹마스터 과정도 듣고 개발언어나 서버 관리 같은 것도 배우고, 전반적인 IT 지식을 다 배웠어요.”

학원을 다니며 기초를 쌓던 김선영 이사는 우연한 기회에 ‘자바’와 관련된 책 번역일을 하게 됐다. 국내에 자바가 막 도입될 즈음이었다. 하지만 기술 번역은 영어만 잘 한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번역하려니 안 와닿더라고요. 객체가 뭔지 등등 코딩을 다 따라해 봐야 이해가 되더군요. 그렇게 코딩을 일일이 따라하면서 번역하다보니 자바가 별 거 아닌 수준까지 온 거죠. 사실 전 번역했던 기술로 개발 일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개발자로서의 사회생활이 평탄하진 않았다. 첫 번째 회사는 웹사이트 기획사였다. 당시 한국은 닷컴 버블기를 맞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뭘 한다고만 하면 소액주주들이 돈을 집어넣었다. 그런 분위기를 이용해 대표이사는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모으고는 사기성 행각을 반복했다. 화가 난 김선영 이사는 “사장과 대판 싸우고 받아버리고” 회사를 나왔다.

두 번째 직장은 코리아헤럴드였다. 그는 개발자로서 CMS 도구를 만드는 일을 했다. 헌데 사내정치가 싫어 또 회사를 나와버렸다. 그렇게 또 쉬다가 웹마스터들의 매거진 역할을 하는 콘텐츠 회사인 웹매니아에 들어갔다. 사무실 분위기가 벤처나 커뮤니티 같고 일도 재미있어서 2주 동안 집에 안 들어가고 목욕탕에 씻기만 하고 또 회사에 나오는 식으로 일했다. 그러다 보니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져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한번 아프고 나자, 대행사가 아니라 안정적인 조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김 이사는 LG그룹 웹마스터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웹마스터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연봉이 방문자수 따위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싫었어요. 방문자수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걸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김선영 이사가 데이터에 관심을 두게 된 건 LG그룹에서 웹마스터로 일할 때다. 김 이사는 웹마스터로 홈페이지 메인으로 뉴미디어 채널 전반을 관리했는데, 업무 평가 기준은 방문자수였다. 김 이사는 방문자수가 아니라 자신의 활동을 진단하고 평가를 진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했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김선영 이사는 검색 질의어가 많아지면 방문자수도 높아지는지, 날씨와 방문자수가 상관이 있진 않을지 혼자 엑셀로 통계를 냈다.

“전공이 영문학인 제가 통계를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엑셀부터 시작해 교육을 다니기 시작했죠.”

김선영 이사는 그렇게 수업을 듣고 관련 공부를 하다가 CRM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회사의 얼굴인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돈 버는 일을 하고 싶었다.

“조직의 노른자위로서 성과를 내고 싶었는데, CRM이 딱 그쪽인 거죠.”

CRM에 대한 끊임없는 흥미에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LG그룹을 그만두고 CRM컨설턴트로 이직했다. 하지만 2년 만에 회사가 인수합병으로 휘청하며 또다시 ‘백수의 길’을 걷게 된다.

“도구는 도구일 뿐, 분석은 사람이”

“어도비 제품이 굉장히 비쌉니다. 손에 꼽는 기업들 아니고서는 근접도 못하죠. 가격이라는 장벽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알려지지 않는 게 아쉬웠습니다. 헌데 도구는 도구일 뿐이거든요. ”

김선영 이사는 골든플래닛에 합류하기 전, 어도비의 디지털미디어 판매 및 디지털마케팅 컨설팅 파트너 기업이었던 LNS정보기술에서 어도비 디지털 마케팅 클라우드 제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컨설팅 일을 했다. 헌데 어도비 제품이 비싸 잘 접근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끼고, 구글 애널리틱스에 관심을 두게 됐다. 무료로 공개된 구글 애널리틱스만 잘 활용해도 중요한 성과측정 지표는 다 다룰 수 있어 중소기업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제품은 살짝 다르지만, 구글 애널리틱스로 데이터에 의거한 의사결정 문화를 빨리 국내에서 전파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데이터로 세상을 이롭게

김선영 이사가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인 골든플래닛에 합류한 지는 얼마 안 됐다. 김선영 이사가 회사에 몸담으며 가장 노력했던 부분은 회사의 비전과 철학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게 뚜렷해야 기업이 가고자 하는 길이 밝혀진다고 생각해서다. 골든플래닛의 모토는 ‘데이터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다. 모든 행동 데이터가 다 수집돼서 한 공간에 모이게 되면, 개인정보보호 이슈가 매우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오면 개인정보 하나 없이 개인 식별이 가능해집니다.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가지고 감찰하고 감시하는 수준이 되는 거죠. 데이터가 크리티컬한 게 굉장히 많아요. 웃긴 건 잘 활용하면 굉장히 도구가 되지만, 잘못 활용하면 누군가를 해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우리처럼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라면 그럴 수 있는 여지가 더 많고요. 구글이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이라고 말하잖아요. 마음만 먹으면 악해질 수도 있다는 존재 확인이기도 한 말이죠.”

김 이사는 윤리를 갖춘 기업이 데이터를 만져야 하며, 윤리적인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개인들의 정치적 데이터까지 분석해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보니, 선거철이면 이 데이터를 나쁘게 쓰려는 집단이 있다”라며 “돈 생각하면 다 줘야 하지만 그때 주지 말자고 판단하는 게 윤리의식”이라고 말했다.

“후배를 기다려요”

“블로터아카데미에서 구글 애널리틱스 강의를 시작할 때 인기 강좌가 될 줄 짐작도 못했어요. 헌데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건 분석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뜻이죠. 데이터 분석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빨라요.”

요즘 김선영 이사의 화두는 ‘후배 찾기’다. 데이터 분석 시장 규모가 커지며 함께 일할 사람이 필요해서다. 김선영 이사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도 며칠 안에 디지털마케팅 분석을 할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그뿐 아니다. 다른 기업에서도 데이터 분석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어디 없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래서 그는 궁극적으로 좋은 분석가를 많이 키워 어울리는 기업들에 연결해 주는 ‘키워서 남 주는 사관학교’를 꿈꾼다. 그럼 김선영 이사가 그리는 디지털마케팅 분석 컨설턴트 후배는 어떤 사람일까.

“심지어 내 말조차도 안 믿고 ‘진짜요? 한 번 (데이터) 까볼까요?’ 라고 말하는 후배를 기다려요. 미루어 짐작하지 않고, 남들 다 아는 상식일지라도 데이터로 검증해보는 사람이요.”

김선영 이사는 데이터 분석가가 되기에 마케터든지 개발자든지 그 사람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학벌이나 학점도 안 본다. 통계를 잘 할 필요도 없단다. 제일 중요한 건 수작업으로라도 엑셀이나 텍스트 파일로라도 데이터를 분석하려는 자세라고 한다.

‘자세’에 더해, 그는 디지털마케팅 분석 컨설턴트에 적합한 사람에 대한 얘기를 보탰다.

“트렌드라는 게 무지막지하게 빨라요. 툴들도 하루하루 업그레이드가 장난 아니고요. 5~6년 전 지식은 어느 순간 하나도 필요 없게 되기도 하죠. 우리 분야에서는 과장해서 말하자면 학습능력만이 능력이에요.”

김 이사는 완전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질 텐데, 그때마다 어깨 한번 으쓱하고 도전하는 새로운 배움에 거부감 없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한다. 여기에 데이터를 데이터로만 보지 않고, 숫자 안에서 인사이트를 낼 수 있는 배경지식이나 깊이가 있는 사람이면 더 좋겠단다.

내 길이 정답은 아니야

김 이사는 회사를 10번 정도 옮겼다. 며칠 전 대졸 신입사원 4명 중 1명은 입사 1년 내 퇴직한다는 조사결과도 봤다. 한 곳에 오래 있는 게 배울 게 많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곳에 오래 있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하는 사람도 적잖다. 직장을 10번 옮긴 김선영 이사가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을까. 그는 ‘정답은 없고, 본인 기질 따라 선택할 문제’라고 말한다.

“저도 회사를 옮기는 건 항상 불완전성이 존재해요. 그것을 버틸 수 있는 낙천성이 있어야 해요. ‘에이, 언젠가 잘 되겠지 뭐’ 하는 태도요. 저도 보면 금전적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걸 버틸 수 있는 성격이면 추천이지만, 또 변화나 안정성이 없으면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 커리어는 이렇게 (나처럼) 가면 안되죠. 후배들 중에서도 도전 정신이 있는 친구들한테는 28, 29살이라도 네 회사를 차리라고 해요. 그런데 또 대기업같이 갖춰진 조직과 프로세스 안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한테는 조언을 달리하죠. 정답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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