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길의책] 잘 나가는 기획자의 기획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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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이면 ‘돈 버는 아이템 좀 없느냐’고 서로 묻는다. 돈 버는 아이템, 뭐가 있을까. 남의 생각대로만 내 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절실함의 차이가 다르다. 급하지 않은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투여할 수 있겠는가.

관습적인 마케팅에 사람들은 지루해 한다. 어떤 형태의 ‘공격’인지 예측한다. 많은 기업들이 e메일 뉴스레터를 보낸다. e메일 뉴스레터가 여전히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인가? 의문 없이 그냥 해오던 것이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2014년 월드컵에 나선 대표 팀의 공격은 뻔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상대팀에 의해 차단됐다. 새로운 공격진영을 갖춘 상대와 달리, 우리는 이전 스타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왜 그랬을까.

다양한 SNS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도구 변화가 이뤄지는 지금, 기획도 달라야 한다. 파워포인트로 만든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졸리운 쇼를 하고 있지 않은가.

창조시대의 본질은 기획

오래 전 서비스 기획을 위해 외부 기관에 의뢰해서 받은 서비스 컨설팅 보고서는 100여페이지에 달했다. 여기에 작성된 매출 규모는 돌아보면 그야말로 무지개였다. 현실성 없는 숫자들을 꿈과 희망으로 포장, 그것을 바탕으로 외부 투자 유치하겠다고 다녔으니 얼마나 성과를 얻을 수 있었겠는가.

기획은 2형식이다길거리에서 가끔 연인들의 싸움 장면을 목격한다. 그런데 이들이 싸우는 소리를 지나다 듣다보면 서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상대의 잘못을 비난한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를 보고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다. 그러기 위해선 문제를 바로 들여다봐야 한다. 그게 관점이고 솔루션이다.

“창조시대의 기획자는 늘 ‘문제의식’을 가지고 ‘평범한 현상’도 문제의 현상‘으로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남의 문제‘도 ’세상의 문제‘도 ’나의 문제‘로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문제를 쪼개고 문제를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기획은 2형식이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푼다. ‘두 번째 스무살’을 맞고 있다는 마흔의 저자가 풀어낸 기획, 기획에서 기회를 보고, 기획의 본질적 코드가 무엇인지를 묻고 답한다. 광고회사의 수많은 기획 경험을 토대로 만든 그의 공식은 ‘2형식’이다. 이건 또 무슨 신종 용어인가 싶지만, 명료하다. 문제(Problem)와 해결(Solution)의 기술은 2형식으로 심플하게 표현돼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기획은 2형식입니다. ‘문제 규정’도 2형식 문장으로 심플하게, ‘해결책’도 2형식 문장으로 심플하게 표현되어야 합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문제를 파악하는 일에 75%,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노력으로 25% 에너지 소비를 권한다. 그의 경험에서 나온 수치. 저자는 문제와 해결 그 사이에 왜(Why)라는 질문을 필수항목으로 넣는다. 문제와 해결 사이에 이것을 빼놓을 수 없다.

화장품 전문기업 미샤는 비교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린 대표 사례로 이야기된다. 매출 부진의 이유를 브랜드와 제품 퀄리티 사이에서 본 미샤는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규정했다. 그리고 미샤는 SK-II를 상대로 브랜드 ‘게임’을 거는 것으로 해결을 시도했다. 저자는 미샤가 ‘왜’를 통한 “적확한 문제 규정이 그들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를 가져왔다고 평했다.

저자는 이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성공 브랜드기업들은 ‘왜’라는 질문을 어떻게 던졌는가를 살펴본다. 책에서 저자는 가수가 관객들로부터 심사를 받는 형식의 ‘나는 가수다’, 매달 한 곡씩 발표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월간 윤종신’ 등 같은 사례를 갖고 기획에 있어서 어떠한 요소들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강점이었으며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게 반복적인 구성을 갖췄다.

기업마다 기존 스타일을 포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내부 작업 규정도 있고 발표형식도 또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부터 변화하지 않으면 아래로까지 새로운 틀을 동시에 만드는 것은 어렵다.

당신의 레이더는 쓸 만한가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이나 좋은 문서 만드는 팁 등 기획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들이 SNS를 타고 흐른다. 그대로 따르기만 끝? 저자는 이 책 전반을 통해 우리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의식, 문제를 바라보는 생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는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성이자 기획 고수들의 도드라진 패턴입니다. 그들은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이는데 문제를 굳이 찾아내어 과제로 만드는 고생을 사서합니다. 당신의 레이더는 쓸 만합니까? ‘문제의식’이 장착되어 있나요?”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기획의 2형식을 위해 필요한 도구를 소개한다. ‘훔치기’와 ‘은유’ 등 기획의 빛을 발할 수 있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러 가지 도구 중 ‘은유’ 사용을 권한다. 좋은 기획 아이디어에 은유가 은근하게 숨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예로 든 것은 ‘히트텍은 제2의 피부다’, ‘온 국민이 붉은악마다’와 같은 것이다.

회사나 기획자의 관점에서 지금까지 문제를 들여다봤다면 이제부터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새로움’이 목표가 되면 ‘새로움’은 창조되지 않는 법입니다. 우리가 ‘공감 코드(sympathy)’를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시나요. ’공감 코드‘로 아이디어를 한번 바라보세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을 발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되는 것‘을 연상’하는 것입니다. ”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관람객 감소로 폐장 위기를 맞기도 했었다. 그런 동물원이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잘 알려졌다.

이들은 주어진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해결책은 찾아오기 힘든 교통의 문제가 아니었고 다른 테마마크의 붐도 아니었다. 그들은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했다. 동물의 살아가는 야생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폐원 위기의 동물원은 ‘창조동물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얼마나 제대로 된 기획을 통해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냈는가를 돌이켜봤다.

내가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가 만족하고 그것을 제공받은 고객사의 고객들은 얼마나 즐거워했는가를 말이다. 자기만족에 취해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문제의 핵심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기획은 2형식이다’를 들여다보며 남들이 달려가고 있을 때 우물에서 허우적거린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 봤다. 철저하게 기획을 배웠다고 자부하는 저자의 마지막 조언은 “심플하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세요. 이 한 글자면 충분합니다.”이다.

나는 얼마나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져봤는가. 나의 기획 형식은 제대로인가.

기획은 2형식이다.
남충식
휴먼큐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