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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고민, ‘플랫폼’과 ‘하드웨어’

2014.07.08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이 발표됐다. ‘생각만큼 안 좋다’, 혹은 ‘생각보다 안 좋다’는 반응이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 악화라는 이야기다.

이유는 명확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실적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원화 강세로 인한 환율이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고,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의 약세를 이유로 꼽았다. 국내의 이통사 영업정지나 갤럭시S5의 부진도 외부적인 이유로 꼽힌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삼성의 강점이었던 하드웨어 집약적인 비즈니스는 언젠가 중국의 제조 역량이 따라잡을 것이라는 위기가 나온 지는 벌써 몇년이 지났다. 그 사이 중국은 샤오미, 오포, 원플러스 등의 기업들이 치고 올라왔다. 이들이 아직 중국 밖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적어도 중국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기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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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의 3박자, 플랫폼·소프트웨어·하드웨어

실적과 함께 삼성의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가 따라 나온다. 삼성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늘 ‘플랫폼의 부재’에서 시작한다.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서 반복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실적에 대한 분석보다도 삼성에 대한 기대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갤럭시S가 처음 나왔을 때 삼성의 경쟁력은 패스트 팔로워로 꼽혔다. 위기 상황에서도 시장을 정확히 읽고 필요한 경쟁력을 빠르게 잡아챘다. 가장 빠른 스마트폰, 이건 한국적인 메시지이긴 하지만 무겁기만 한 안드로이드를 매끄럽게 돌릴 수 있는 빠른 스마트폰을 마다할 시장은 없다.

갤럭시S2에 이어 갤럭시S3를 내놓으면서 삼성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가 되었다. 그 경쟁력은 ‘제조’에 있었다. 뭘 할지에 대해 확실한 방향을 잡으면 그에 대한 최적의 부품을 빠르게 만들고 양산할 수 있는 경쟁력은 당시 스마트폰 시장에 꼭 맞았다. 빠른 프로세서를 구하지 못해서, 더 좋은 디스플레이를 공급받지 못해서 많은 제조사들이 무릎을 꿇었다. 눈엣가시였던 애플도 삼성의 부품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여전히 가장 좋은 안드로이드폰을 가장 빨리, 많이 만들어 공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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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 부품들을 적절히 조합해 새로운 시장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패블릿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갤럭시 노트였고, 동영상 강의를 많이 보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갤럭시 메가, 그리고 세계적으로 신흥 시장을 노리는 저가 제품들이다. 그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화면 크기의 제품들이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야 말로 삼성은 아이폰 빼고 모든 스마트폰을 팔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때부터 지적되던 부분은 바로 소프트웨어, 그리고 플랫폼이었다. 삼성도 이를 모르진 않았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선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리고 운영체제 사업도 꾸준히 해 왔다.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지만 몇 년째 노력했던 것은 분명하다.

‘플랫폼=OS’는 아닐텐데…

하지만 플랫폼 산업은 때가 있고, 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맨 앞에 서는 것에 익숙치 않았던 삼성은 시장의 기대를 쫒아가는 쪽으로 흐르지 않았나 싶다. 헬스케어와 웨어러블 기기로 흘렀다. 하지만 그것들이 이용자들을 갤럭시로 끌어들인다거나 갤럭시 이용자들이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들은 되지 못했다. 플랫폼이라고 해서 운영체제를 만든다거나 세상에 없던 서비스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MS는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사업에 집중해 왔는데 그 결과는 윈도우폰의 실패로 이어졌다. 과거에는 그게 먹혔지만 지금은 결국 서비스에 대한 종속 효과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결국 노키아 X가 MS의 답이다.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되, 그 안의 서비스는 결국 MS의 것이고,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여러 가지 클라우드와 음악 서비스, 녹스 등을 갤럭시로 풀어내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개별 프로젝트로 흩어져 있고 큰 밑그림을 그려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자칫 삼성의 하드웨어만 쓰고, 소프트웨어에는 잘 묶이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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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운영체제까지 직접 만들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다. 오픈소스 안드로이드(AOSP)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마존이 그렇게 하고 있고, 중국 시장에서는 샤오미나 원플러스가 AOSP를 이용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올린 스마트폰으로 중국 시장을 다져나가고 있다. 안드로이드 단말기가 아니라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삼성의 안드로이드폰’보다 ‘갤럭시’를 사고 있을 때 서둘러야 할 일이다. 또한 구글에 대해 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삼성의 경쟁력, 제조에서 시작

하드웨어에 대한 경쟁력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삼성은 어딘가 쫒기는 느낌을 준다. 일년에 한 개의 플래그십 제품을 만들어 이끌고 나가는 ‘애플스러운 전략’에 피로를 느끼는 듯 하다.

올해만 해도 갤럭시S5를 두고 갤럭시S5 LTE-A를 또 다시 내놨다. 불과 두 달이 조금 넘어서 신제품이 다시 나온 것이다. 비슷한 경험은 지난해에도 일어났다. 갤럭시S4와 갤럭시S4 LTE-A를 통해 몇 달 사이에 신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삼성이 상반기는 가장 좋은 기술을 갤럭시S에, 하반기에는 갤럭시 노트에 넣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퀄컴 칩을 빼고는 대부분의 부품 제조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고, 통신사들이 새 통신 서비스를 꺼내놓는 것도 삼성과 관련이 있는데 두 달 정도 일정을 조정해 완벽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 아쉬움이 남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일정을 당겨서 가져가는 건 여전히 삼성이 성수기의 신제품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벌써 두 번이나 반복되는 동안 먼저 샀던 소비자들의 원성이 득이 될 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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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삼성은 제조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그 경쟁력은 세계에서 첫째로 꼽기에 아까움이 없다. 하지만 1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다. 삼성이 신제품을 내놓고 나서도 한두달 새에 곧 삼성의 플래그십 제품을 뛰어넘는 경쟁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브랜드만으로 1년을 버티기에 삼성은 지나치게 훌륭한 부품 공급자다. 갤럭시S가 나온 이후에 새로 나오는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모뎀 등을 받아줄 기기를 더 두는 것도 방법이다. 애초 삼성이 피처폰 시절에 경쟁력을 가져갔던 것처럼 말이다. ‘1년에 하나’는 적어도 하드웨어로 밀고 들어오는 경쟁자가 없는 애플이 할 수 있는 전략이다. 초기 갤럭시S가 나오던 시절에는 1년에 하나를 내놓아도 경쟁자들이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고성능을 가치로 삼아 온 삼성으로서는 경쟁자들이 속도로 밀어부치는 시장에서 기술로 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이 더 어울린다.

삼성의 실적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삼성이 현재 많은 것을 갖고 있고, 그에 비해 시원스러운 미래 전략도, 그렇다고 현재 성적도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일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모바일에 대해 칩셋부터,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함께 만드는 세계에서 유일한 회사다. 또한 TV를 비롯한 가전에 대한 기술력도 모두 갖추고 있다. 플랫폼과 하드웨어에 대한 고민을 경쟁자 관점이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볼 시기가 된 것 같다. 갖고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매만지는 것 말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