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매장에서 ‘게임’의 향기를 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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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좋아하는 사람 치고 스타벅스 한번 안 가본 이는 드물지 않을까. 발에 챌 만큼 많은 것이 커피 전문점이고, 스타벅스는 번화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다른 커피 전문점과 구분해주는 특징은 커피의 맛이 아니다. 바로 ‘게임’이다. 스타벅스의 경영 철학에서 게임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스타벅스는 적극적인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로 마치 게임처럼 커피 마니아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상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소개했다. 게임화는 스타벅스의 회생에 기여한 독특한 경영 사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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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골드카드’

회원 등급 관리, RPG처럼

스타벅스는 ‘마이스타벅스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선납식 충전 카드를 이용하는 이들이 ‘별’을 모아 등급을 올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커피를 한 번 주문하면, 별이 한 개 쌓인다. 이 별을 5개 모으면, ‘그린레벨’이 된다. 그린 레벨 회원은 커피 ‘샷’을 무료로 추가하거나 특정 음료를 싸게 살 수 있다. 별을 30개 모으면, ‘골드레벨’로 올라간다. 골드레벨은 그린레벨의 혜택에 각종 쿠폰을 더 받을 수 있는 상위 등급이다. 황금색으로 디자인된 전용 스타벅스 카드도 골드레벨 회원만 받을 수 있다. 주문은 별로, 별은 다시 회원 등급으로. 마치 롤플레잉 게임 속에서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마이스타벅스리워드도 스타벅스만의 특징이지만,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플래너’ 제도에서도 게임이 가진 속성을 이용하고 있다. 매년 연말이면 스타벅스 매장은 새해 다이어리를 얻으려는 이들로 붐빈다. 커피 15잔을 먹은 이들에게 무료로 주는 다이어리인데,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커피 한 잔에 도장 하나. 커피를 주문하는 일종의 게임 속 ‘퀘스트(임무)’가 다이어리를 받는 ‘보상’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스타벅스가 전세계 매장을 운영하는 데 게임화를 빼놓을 수 없는 까닭이다.

스타벅스의 이 같은 게임화 경영은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서 일했던 스테판 질렛 전 스타벅스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손끝에서 나왔다. 지금은 시만텍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고 있지만, 스테판 질렛은 스타벅스의 정보화 기술과 게임화 경영의 기틀을 잡은 인물이다. 스테판 질렛이 스타벅스에 입사하는 과정 그 자체가 바로 게임이었으니 말이다.

“시만텍의 COO인 스테판 질렛은 스타벅스와 씨넷, 베스트바이를 거친 인상적인 이력을 가진 인물로, 또한 레벨 70의 ‘성기사’이자 ‘성직자’다.”

‘CNN’이 지난 6월19일 공개한 기사 첫머리에서 스테판 질렛을 설명한 문구다. 레벨 70의 성기사와 성직자라니. 스테판 질렛의 이력에 포함된 정체불명의 문구는 무엇을 뜻할까. 바로 블리자드가 개발한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레프트(와우)’에서 스테판 질렛이 보유한 캐릭터다. 스테판 질렛은 스타벅스에 낸 이력서에 ‘와우’ 경력을 써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스테판 질렛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력서에 저의 길드(게이머 모임)와 온라인에서의 가장 큰 업적 등을 적어 냈다”라며 “어떤 사람들은 ‘이게 뭐냐’고 핀잔을 주지만, 다른 이들은 ‘바로 우리가 찾던 인재’라고 반응한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스테판 질렛의 ‘와우’ 이력에서 가능성을 봤다. 스테판 질렛은 ‘와우’ 경력을 인정받아 스타벅스에 CIO로 영입될 수 있었다. 2008년, 스타벅스가 미진한 성과를 올리던 시기의 얘기다. 스테판 질렛이 몰고 온 매장 경영에 변화는 스타벅스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업체라면 어땠을까. CIO 임원을 뽑는다는 공고는 냈는데, ‘리니지’ 경력만 잔뜩 써낸 지원자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지원자는 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마약중독자’ 정도로 취급되지 않았을까.

스테판 질렛은 스타벅스에 들어간 이후 디지털 벤처 부서를 세우고, 임원을 끌고 블리자드 본사도 방문했다. 디지털 벤처 부서는 경영에 IT 기술을 더하는 일에 집중했다. 마이스타벅스리워드를 비롯한 스타벅스의 수많은 게임화 경영이 스테판 슐츠 이후 탄생했음은 물론이다. 미국에서는 2009년 처음 마이스타벅스리워드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별을 모아 골드레벨이 되려는 커피 애호가들은 스타벅스를 끊임없이 찾았다. 국내에서는 2011년 마이스타벅스리워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커피 수요층을 중심으로 스타벅스의 충성도가 올라간 것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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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코리아가 전세계에서 제일 먼저 도입한 스마트폰 음료 주문 시스템 ‘사이렌 오더’

기업 경영, IT에 한 걸음 더

스테판 질렛은 스타벅스를 떠났지만, 그가 전한 게임화 경영은 아직도 스타벅스 매장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문객이 체험할 수 있는 지점 여기저기에 게임화와 IT 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다이어리를 얻는 스타벅스 플래너 제도는 스타벅스코리아만의 정책이다. 전국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무선인터넷과 전원 코드를 쓸 수 있다. 스타벅스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을 활용해 원격으로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렌 오더’도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사이렌 오더는 국내에서 제일 먼저 시작된 스타벅스의 IT 경영 기술 하나다.

사이렌 오더는 매장을 방문한 이들이 스마트폰을 열어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찍는 것으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결제는 앱 속에 저장된 스타벅스 회원카드로 한다. 주문하기 위해 긴 줄의 맨 끝에 가서 설 필요도 없고, 점원과 카드나 현금을 주고받지 않아도 된다. KT와 함께 기가 와이파이를 전국 매장에 구축한 것도 스타벅스코리아가 처음이다. 스타벅스의 IT 경영은 분야를 넘나든다.

박한조 스타벅스코리아 홍보실 대리는 “스타벅스코리아는 기본적으로 스타벅스 매장을 집과 사무실을 떠난 제3의 공간으로 설명한다”라며 “공간에서 고객이 단지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문화적 경험이나 매장과 소통할 수 있게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IT 경영이 이용객의 특별한 경험으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2013년부터 사용자의 별명을 불러주기 시작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사용자가 스타벅스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별명을 등록하면, 매장 점원은 주문한 음료의 이름 대신 사용자의 별명을 불러준다. 주문의 주체가 ‘메뉴’ 이름에서 사용자로 전환되도록 한 셈이다.

박한조 대리는 “사이렌 오더를 비롯한 많은 정책은 국내에서 특히 발달한 IT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며 “단지 IT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디지털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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