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이 이제 3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 법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세부사항들이 속속 정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보조금을 어떻게, 얼마나 줄 것인지’에 대한 결론이 먼저 났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제도는 너무 어렵고 세세하게 규제하는 것 같으면서도 느슨하게 열어주는 것 같기도 해서 판단이 어렵습니다.

일단 두 가지 중요한 내용이 골격을 잡았습니다. 방통위는 7월9일 보조금 상한선을 25~35만원으로 정했다. 이튿날 10일에는 미래부가 보조금을 주는 방법으로 요금제에 비례하도록 정했습니다. 그리고 단말기 구입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보완해 자급제 단말기나 중고 단말기에 대해서도 똑같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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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상한선은 25~35만원 유동적

일단 미래부가 정한 방향은 ‘비싼 요금제에만 집중되던 보조금이 고르게 분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통신 업계 자체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미래부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음성적인 부분들이 많이 숨어 있기 때문에 규제로 풀어내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미래부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엉킨 실타래를 한번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틀동안 공개된 내용들은 너무나도 복잡해서 동료 기자들도 판단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잘 모르면 또 다시 ‘호갱’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부도 조금 더 쉽게 풀어낼 수 있도록 정리하겠다고 합니다.

먼저 보조금 상한선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선을 25~35만원 사이로 정했습니다. 상한선은 이 안에서 정하되, 6개월 간격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애초 단통법이 시작된 전제중 하나가 현실적인 보조금이었는데 그건 거리가 좀 멀어진 것 같습니다. 27만원은 피처폰이 40~50만원 할 때 정해졌던 것이고, 100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폰 시장에는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일단은 보조금을 묶어 제조사들에게 단말기 출고가를 끌어내리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단통법은 보조금 상한선 자체에 법적 구속력을 주는 정책입니다. 이제는 27만원처럼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법적으로 정해지는 상한선인 만큼 이를 어기면 그 자체로 불법을 저지르게 되기 때문에 그 자체를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부와 방통위도 이 상한선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보조금이 줄어들면 단말기 출고가가 낮아지는 대신 판매량이 줄어들 여지가 있고, 반대로 보조금이 늘어나면 시장은 활성화되지만 단말기 출고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지요.

하지만 결국 25~35만원이라는 애매한 답이 나왔습니다. 일단 27만원과 비슷한 선에서 유지를 하되, 운영해보고 안되면 상황에 따라 바꾸겠다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25~35만원은 변동폭으로서는 작아 보입니다.

“저가 요금제도 보조금 공평하게”

미래부는 이 상한선을 기준으로 어떻게 나누어줄지에 대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저가 요금제도 적절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중고폰이나 자급제 단말기처럼 휴대전화를 직접 갖고 온 가입자에게도 어느 정도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하라는 겁니다.

단통법의 가장 큰 기조 역시 차별 금지인데 시행안은 “그럼 어디부터 차별이냐”라는 가이드라인을 긋는 절차입니다. 그 동안 통신사들은 프로모션이 걸린 요금제들, 그러니까 주로 고가 요금제를 사실상 강요해왔습니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67요금제, 심지어 80요금제를 써야 했지요. 요금을 많이 내는 가입자에게 많은 할인이 더해지는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보다 낮은 요금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가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에게 나눠줄 보조금까지 싹 긁어서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몰아주는 것 같은 모양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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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래부는 고가 요금제를 기준으로 삼고 그에 비례해서 낮은 요금제에도 보조금을 주라고 시행안을 짰습니다. 아직 정확한 그래프의 기울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7만원대 가입자에게 상한선을 주겠다면, 3~4만원대 가입자에게는 최소 절반은 주라는 식인 거지요. 이건 절반 이상 주지 말라는 게 아니라 최소 절반을 주라는 아래쪽의 제한선입니다. 상한선 아래에서는 더 주어도 관계가 없습니다.

복잡하지요? 예를 들어 상한선이 30만원이라고 하고 통신사가 7만원 요금제를 썼을 때 보조금을 최대 30만원 주기로 결정했고 요금과 정비례한다고 했을 때를 보겠습니다. 7만원의 절반인 3만5천원짜리 요금제를 쓴다면 적어도 15만원은 보조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아래로 주면 불법입니다. 하지만 통신사가 이 가입자에게도 30만원을 주겠다면 그건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30만원을 넘게 주면 불법이 되는 겁니다. 저가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가 많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일부 판매점에서는 고가 요금제를 써야 단말기 가격이 많이 싸진다는 점을 들어 고가 요금제를 강요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때 최저 보조금을 챙기면 됩니다.

자급제폰은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

둘째는 보조금 대신 받을 수 있는 요금할인입니다.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입하는 이들만 보조금을 주지 말고, 직접 중고폰이나 판매점에서 공기계를 구입해서 가입하는 가입자도 그에 상응하는 보조금을 주라는 겁니다. 물론 이는 약정이 끝난 휴대폰을 더 오래 쓰겠다고 약속하는 가입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과연 보조금에 준하는 할인을 받을 수 있냐는 것입니다. 단말기 보조금의 경우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에 제조사가 부담하는 ‘판매 장려금’이 합쳐져 있습니다. 자급제 단말기를 쓰는 가입자에게는 당연히 판매 장려금이 붙지 않습니다. 그럼 통신사가 더 부담을 할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를 어떻게 풀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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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통신사와 일부 제조사들은 보조금 내역에 제조사가 부담하는 ‘판매 장려금’이 공개되는 걸 꺼리고 있습니다. 영업비밀이라는 것이지요. 자칫하면 ‘보조금 – 요금 할인’이 곧 판매 장려금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미래부는 장기적으로 보조금에서 판매 장려금을 분리해 고시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는데 그 시기는 좀 당겨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보조금이 월 단위로 나누어져서 지급되다보니 이와 함께 새로운 위약금 제도가 나오게 됩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위약4’제도라고 부르더군요. 2년 약정을 하면 요금제에 붙는 약정 할인과, 단말기 보조금에 모두 위약금이 붙게 됩니다. 기존에는 이 보조금 자체가 음성적이었기 때문에 아예 출고가에 묶고, 대신 90일, 180일 등의 구두 약속을 했지만 이제 이게 아예 겉으로 꺼내집니다. 중간에 이탈하는 ‘폰테크족’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단통법이 규정하는 단말기 보조금은 기존에 통신 요금에 녹아 있는 약정 할인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이 때문에 어떻게 보면 위약금을 양쪽에서 무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됩니다. 대부분의 가입자가 약정 기간 이상 쓴다고 하지만 단말기를 분실했다거나 고장났을 때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중고폰으로 요금 할인을 받겠다고 결정한 이들은 언제 기기가 고장날 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취지는 알겠지만 내용은 너무 어려워

아직 이 세부안들이 어떤 효과를 낼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요금을 내릴 수 있는지도 아직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부는 보조금 공시를 비롯해 지원금 내역 등이 투명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조금으로 새어 나가던 재원을 요금 인하로 돌릴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통신 3사가 아예 요금을 안 내려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 여전히 찜찜한 부분인데 미래부는 담합에 대해서는 엄하게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제도 자체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늘 현장에서 통신 요금을 지켜보고 있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데 어쩌면 이용자들은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 류제명 과장도 “시장의 문제를 감시와 규제로 푸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개입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단통법을 둔 우려는 풍선처럼 한쪽을 규제로 막으면 다른 문제가 터져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일단 칼을 대기로 했으니 이 세부안은 점점 더 고도화되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만큼 이용자들이 구입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여차하면 어려운 말들을 쏟아내는 판매점들이 또 다시 ‘폰팔이’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하기로 한 정책이니 미래부와 방통위도 이 제도를 좀 더 쉽고 명쾌하게 다듬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알아보지 않아도 전국 어디서나, 언제나, 누구라도 같은 값에 휴대폰을 살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이 제도의 출발점이었으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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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