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알고리즘의 명령, “무조건 행복하라”

가 +
가 -

페이스북 감정 조작 논문의 파장이 식지 않고 있다. 국내는 잠잠하지만 미국은 떠들썩하다. 연구 윤리 전반으로 옮겨 붙을 조짐도 보인다. 미국 내 학계와 시민단체는 저마다의 논리로 페이스북의 감정 조작 논문을 비판하고 하고 있다. 전자사생활정보센터는 페이스북을 미 연방통신위원회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Experimental evidence of massive-scale emotional contagion through social networks (1)

▲ 페이스북 감정 전이 논문이 게재된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홈페이지

현재 페이스북을 향해 제기되고 있는 비판은 연구 과정과 관련돼 있다. 데이터 수집 절차가 연구 윤리에 위배되느냐 아니냐는 것. 이용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실험을 행한 행위는 명백히 윤리 위반이라는 목소리가 지금까지는 더 높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약관에 명시돼 있다”며 억울해하지만, 설득력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정작 연구 윤리 논란에 묻혀 조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페이스북이 이 논문을 작성한 배경이다.

페이스북이 노리는 것, 이용자의 행복

facebook-news-feed-edgerank-algorithm

감정 조작 연구를 통해 페이스북은 무엇을 알고 싶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이용자를 페이스북에 이탈없이 붙잡아두는 방법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이자 페이스북 데이터 과학자인 크래머가 밝히듯, 친구의 부정적인 감정 표현에 노출되면 페이스북 방문을 꺼리게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행복한 감정을 드러내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이들 친구가 페이스북을 재방문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사용자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페이스북으로선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페이스북의 수익모델과 직결된다. 광고 수익의 전제 조건인 활성이용자(Active User)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활성이용자의 증가는 페이스북 타깃 광고의 효율성을 높인다. 더 많은 데이터를 남길수록 더 정확한 표적 광고 집행이 가능하다. 만약 ‘행복 바이러스’가 페이스북 전반에 퍼져나가 활성이용자가 증가한다면 페이스북의 수익은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나 보이드 마이크로소프트리서치 연구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행복해지길 원한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격한 감정에 압도되길 원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감정 조작을 의도하고 있다.”

감정 조작 논문으로 행복한 감정이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이 확인됐다. 이제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항상 행복해할 수 있도록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조정하는 숙제만 풀면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탈 규모를 최소화할 광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활성이용자도 늘릴 수 있다.

실험이 행해진 기간의 의미

SOPA_wikipedia_20120118

감정 조작 논문과 관련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다른 측면이 있다. 데이터 수집 시기다. 이 논문은 2012년 1월11일부터 18일까지 페이스북 이용자 68만9003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명시했다. 이 시기는 불행한 사건들이 미국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던 때다.

실험이 수행되던 기간 동안 시리아에서 내전 사태가 지속됐고, 지중해에선 코스타 콩코디아 크루즈선이 침몰해(1월 13일) 32명이 사망했다. 1월16일에는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 사퇴를 선언했고, 이튿날에는 릭 페리가 낙마했다. 1월18일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수십, 수백 인터넷 사이트가 SOPA와 PIPA를 반대한다며 블랙아웃 운동을 벌인 날이기도 하다.

탈레톤 길래스피 코넬대 교수는 컬처디지털리 기고문에서  “이 연구가 진행되던 기간은 이처럼 뜨거운 논쟁이 진행되던 때였다”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행동주의의 주요 경로이면서 동시에 특정 이슈에 대한 폭넓은 논의의 채널”이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 과정에서 덜 행복하지만 사회적으로 예민한 이슈들이 피실험자의 뉴스피드에서 감춰졌을 가능성 있다는 점을 암시한 대목이다.

그의 지적을 확장하면 우려는 커진다. 페이스북이 상업적 목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하면 사회적 공론에 대한 글들이 뉴스피드에서 적절히 제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그 사실을 눈치채기 어렵다. 페이스북 엣지 랭크 알고리즘은 블랙박스인 채로 남아있기에 그렇다.

알고리즘 지배 받는 사회적 관계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사회는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드러났다시피 페이스북 내에서 이용자의 사회적 관계는 알고리즘에 의해 제어되고 있다. 뉴스피드의 정렬 방식을 최신순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페이스북에 의해 의도된 배열대로 친구들과 만나야 한다.

“상품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상품”이라는 격언이 있다.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에 이용료를 내지 않는 이상 이용자는 상품으로 대접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국내 페이스북 활성이용자수는 1300만명을 넘어섰다. 더 이상 남의 일이라고 방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네티즌의견(총 1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