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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팬택, 어찌하오리까?

2014.07.15

팬택을 놓고 채권단과 통신사들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소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채권단은 기한으로 정했던 7월8일을 넘겨 14일까지도 통신사가 1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대해 답을 내지 않자 결국 시한 없이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사이 이준우 팬택 대표는 회생을 위해 업계가 도와달라며 머리를 숙였고, 여론도 팬택을 돕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가세가 기운 회사에 감정이 섞인 일시적인 투자가 약이 되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통신사가 모든 결정권을 갖고 책임도 모두 떠안게 된 모양새도 묘하다.

급기야 팬택 직원들 사이에서 ‘직접 물건을 팔자’는 이야기도 나왔고, 팬택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은 협의회를 개설하고 직접적으로 통신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입장이 뚜렷한 듯 두루뭉술하게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러다가 팬택이 말라죽을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선뜻 결정하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채권단과 통신사, 그리고 팬택은 입장을 밝히는 데 상당히 조심스러운 눈치다. 적지 않은 돈이 오가는 일인데다가 말 한마디에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각 주체들이 조심스러워 말하지 못할 것 같은 이야기들은 뭘까? 상황을 지켜보면서, 취재하면서 듣고 느낀 점들을 토대로 가상 토론회를 벌였다. 각 발언과 입장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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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 팬택은 계속 운영할 가치가 있는 기업이다. 지금 매각할 수도 있지만 잘 키워서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우리의 채권 3천억원을 주식으로 바꿔서 투자할테니, 통신사도 2800억원 중 1800억원을 투자로 바꾸고 팬택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

통신사 : 우리가 왜 팬택에 투자해야 하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닌가?

팬택 : 얼마 전까지 ‘팬택 살리기’라는 문구를 쓰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냉랭해졌는지 모르겠다.

통신사 : 출자전환은 부담스럽다. 비용도 적지 않고, 출자전환한다고 해도 잘 돼야 본전이다. 경영에 문제가 있었으니 지금 어려운 상황에 닥친 것 아닌가. 투자 가치는 고민이다.

팬택 : 우리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다만 영업정지 때문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해 자금이 막혔을 뿐이다. 이번 위기만 넘기면 빚, 다 갚고 우리 힘으로 버틸 수 있다. 상생할 수 있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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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 그렇다면 나도 할말이 있다. 통신사들의 영업정지 때문에 제품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었던 것 아닌가? 그 책임은 누가 질 건가? 영업 정지가 결정되기 전에 ‘영업정지하면 팬택이 위험하다’고 말했던 것도 통신사들 아닌가? 단순히 영업정지를 면하기 위해서 했던 얘기인가.

통신사 : 위험한 것이 사실이었지 않은가. 말 그대로 팬택을 걱정했기에 반대했던 것이다.

팬택 : 영업정지로 다른 산업에 끼칠 피해를 줄이겠다고 했던 미래부는 왜 조용한가?

미래부 : …….

방송통신위원회 : (아… 우리도 영업정지 해야 하는데…….)

채권단 : 투자를 결정해라. 팬택이 있어야 통신 시장이 성장하지 않겠는가. 통신사들 돈 많이 버는 데 팬택이 일조하지 않았나. 정말 팬택이 망하길 바라는 건가?

KT, LGU+ :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저어~기에서 결정하면 우리도 생각해보겠다. 우리는 팬택을 사랑한다. 믿어달라.

팬택 : 그럼 SK텔레콤만 결정하면 된다. 왜 망설이나. 도와달라. 팬택에는 스카이의 유전자도 남아 있다. 정말 모른척 하긴가.

SKT : 그런데 왜 통신사가 팬택을 살리는 데 동참해야 하는 건가? 영업정지 영향이 있긴 했지만, 팬택이 경영을 잘못해서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한 것 아닌가. 통신사는 결국 이용자들의 요금으로 팬택을 도와야 하는데, 명분이 없다.

채권단 : 통신사가 정상적으로 유통을 해주었으면 이렇게 갑자기 큰 돈이 막히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팬택 책임이 아니라 주변 환경 문제 아닌가. 투자금, 다시 회수할 수 있도록 정상화에 힘쓰겠다. 우리도 큰 돈 떼이게 생겼다.

팬택 : 우리가 잘못한 것 맞다. 하지만 워크아웃 이후 올초까지 분위기 좋았다. 영업정지 때문에 돈이 묶였고, 통신사에 줘야 하는 빚도 결국 보조금 대신 출고가를 내리라고 한 것에 따랐던 것 때문이지 않나. 우리가 통신사에 제품을 깎아줄 여력이 없는데 떠안긴 것이잖나.

통신사 : 그게 다 팬택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제품이 팔려야 회사가 살고, 제품이 팔리려면 값을 내리는 게 당연한 것이기에 결정했던 것이다. 영업정지가 우리 의지는 아니었지 않은가.

팬택 : 어쨌든 우리의 경쟁력 자체가 주변 상황 때문에 무너졌다. 도의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같이 성장해 왔는데 이렇게 모르는 척 해도 되는 건지… 속이 상한다.

팬택 직원 : 안 되겠다. 차라리 우리가 직접 나가서 제품을 팔겠다.

협력사 협의회 : 통신사는 팬택을 살려달라. 우리 모두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팬택에게 받아야 할 부품 대금을 일부 받지 않고 팬택 회생에 동참하겠다. 그러니 SK텔레콤도 출자전환 결정하라. 8만 종사자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채권단 : 그래서 통신사는 출자전환에 부정적인 건가? 그러면 우리도 팬택 워크아웃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넘길 수밖에 없다.

팬택 : 아, 그건 곤란하다. 팬택은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 그런데 심각한 상황에 정부는 왜 조용히 있는가. 팬택의 기술과 특허가 중국이나 인도에 팔려서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 SK텔레콤이 빨리 결정할 수 있게 도와달라.

통신사 : 아직 뭐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팬택, 채권단 : 별 수 있나. 기다리겠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