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gin
  • rss
RSS 구독
뉴스레터
공개 콘텐츠 비판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by 비전 디자이너 | 2009. 11. 30

국내에서도 상당한 지지도를 가지고 있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979년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하루키의 지인 중 하나는 ‘이 정도가 소설이라면 나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에 대해 하루키는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작가의 차이란,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서, 그리고 그에 관련된 기술과 문화의 성장과 발달에 따라서, 대중이 공개되는 콘텐츠를 게시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은 거의 보편화되어 간다. 이 맥락에서 생각해 볼 때 하루키가 정의한 작가가 되는 결단은 이제 마우스 클릭만큼이나 쉬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인의 창작에 대한 욕구와 본능에 대한 인센티브만큼이나 그를 가로막는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 즉 현실적으로 개인은 해당 게시물에 대한 네티즌의 평가를 사전에 생각해야 하고, 그것이 꼭 찬사만은 아니며, 때로는 비판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악플이 잇따라 달리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해야 한다.

연약함을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누군들 그러한 비판을 심리적으로 달갑게 받아들일까. 인터넷의 개방성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공유가능 저작권(CCL)을 공동 창시한 스탠포드대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 같은 이도 ‘리믹스’(Remix)라는 그의 최근 저작에서 이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 역시 자기 블로그에 올린 글이 맹지적을 받을 때는 밤잠을 설치고 일을 잘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레식 교수가 웹에 콘텐츠를 올리는 까닭, 그 사연에서 우리는 그 같은 비판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 지 한 번 점검해볼 수 있다. 레식 교수의 멘토는 미국 법조계의 신화적 인물인 로스너 판사다. 로너스 판사가 자신의 신간 ‘성과 이성’(Sex and Reason)의 검토를 위해 레식에게 원고를 보냈다. 레식은 한 부분에서 문제점을 느껴 날카롭게 지적하는 팩스를 보냈다가, 스승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생각이 들어 곧이어 사과 팩스를 덧붙였다.

로너스 판사는 곧 레식을 나무라는 답신을 보냈다. 그 까닭은 첫 번째 지적이 아니라 두 번째 사과 내지 변명 때문이었다. 자신은 너무도 많은 아첨꾼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로스너는 비록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정직한 평가를 듣기 원했다. 이 때 레식은 깨달았다. 비판을 피하는 것은 보호받는 편안한 삶을 살 수는 있지만, 새로운 의견을 수용함으로써 성장하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인터넷은 개인에게 전에 없던 창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많은 개인들이 단순한 정보 취득과 수용 외에 좀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데에 심리적으로 위축감을 느낀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지적과 비판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 추정해본다. 그 두려움은 사실상 인간인 이상 우리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다. 정답만을 강조하는 교육제도, 조직문화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에서 ‘내가 틀렸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감정표현, 의견개진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창조와 공개에 대해 용기를 내야 하는 까닭은, 사회혼란을 야기했다는 조목으로 독배를 들어야 했던 소크라테스가 남긴 교훈 때문이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이, 그 성찰이 세계를 이해하는 지식의 출발이라는 것이란 교훈 말이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은 문답법을 통해 얻어지는 데, 그것은 상호작용을 통한 지적과 비판의 수용이 뼈대다. 이는 로스너 판사가 레식 교수에게 준 교훈, 비판을 피해 보호받는 삶을 사는 것보다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는 것과 상통한다.

아플 수도 있다. 자기 의사를 표시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때로는 가혹한 평을 받는다는 것은. 그러나 첫사랑의 아픔이 진실한 사랑을 찾는 데 발판이 되듯,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자세, 그리고 그러한 자세가 공유되는 인터넷 문화가 창조를 통한 공유 그리고 공유를 통한 창조로 인해 창조성의 민주화가 발현되는 우리 인터넷을 도모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같은 비판을 받아들이는 겸허함에 대한 원칙의 수용의 적용은 먼저 나부터 시작해야겠다. 오프라인에서와 달리 온라인에서 쓴다는 행위는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 혹은 가르칠 수 있는 권위가 있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것은 내 부족한 지식이라도 누군가에게 일말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소박한 야심 혹은 단순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다른 그 어떤 이유에서보다도, 더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 써야겠다.

 파이핑하기       싸이월드 공감 
인쇄 인쇄
, , , , ,
http://www.bloter.net/archives/19959/trackback
오픈 인터넷을 지지하는 인터넷 정책 오타쿠. Cizion의 전략 매니저이며, 작가로 쓴 책으로는 "소셜 웹이다"(네시간, 2010)와 "소셜 웹 혁명"(두드림, 2011)이, 번역한 책으로는 "드래곤플라이 이펙트"(랜덤하우스코리아, 2011)와 "열린 정부 만들기"(에이콘, 2012)가 있다.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는 경험보다 비전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사람답게 사는 디지털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한다.
2 Responses to "공개 콘텐츠 비판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공개 콘텐츠 비판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http://bloter.net 의 비전 디자이너님의 글은 매번 잘 보지 못하는 곳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오늘도 아침에 올라와 이 글(http://www.bloter.net/archives/19959)을 읽었는데 참 여러가지 생각을 가져다 주었다. 비판을 받아들이는 겸허함… 그간 너무 좋은 소리를 듣는 것에만 내 귀가 열려있던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의미 있는 글인듯..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블로터닷넷이 댓글을 받지 않는 이유]

[이슈특강 6/18] 오픈소스 기반의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 특강
[이슈특강 6/13, 6/27] 페이스북 페이지를 위한 앱(App) 제작 실습
[6/11~7/11] “소셜MBA 2기” 소셜미디어마케팅 MBA 과정
[5/15][5/29] 페이스북 페이지의 모든 것
[5/17] 워드프레스로 하루만에 웹사이트 구축!
[5/31] 워드프레스 심화 과정! (중급)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