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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人] “내 손으로 짠 코딩, 글로벌 구글 서비스가 됩니다”

2014.07.21

구글코리아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 공식 채용이 진행 중이다. 그것도 10명이 넘는 인원을 뽑는다. 과거에도 구글코리아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고용한 적은 있지만 그 인원은 1~2명 수준이었다. 2010년 이후 이번이 가장 큰 규모의 개발자 채용이다. 고졸, 대졸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경력자도 지원 가능하다. 과거 합격한 이들을 보면 대학생과 같은 업무 경험이 없는 신입이 절반, 경력자가 나머지 절반이라고 한다. 앞으로 구글코리아는 원하는 개발자를 찾을 때까지 채용 공고를 계속 열어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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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코리아 사무실 전경

구글을 보고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왜 네이버, 다음과 제대로 붙지 않을까. 답은 간단하다. 구글코리아는 한국 서비스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서울에 사무실을 뒀을 뿐, 구글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일한다. 그 예로,  구글코리아 개발자들은 지난 러시아 소치 올림픽을 위해 서비스와 기술을 지원했다. 구글은 전세계 구글 개발자를 한 단위로 묶고 팀별로 일을 배분한다. 구글 해외 지사 개발자나 구글코리아 개발자들이 하는 일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구글코리아에서 개발한 기능은 전세계 구글 서비스로 나갈 수 있다. 현재 구글코리아 직원은 200여명,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개발자이다. 다른 지사도 전체 직원의 절반 정도가 개발자다.

내 손으로 직접 코딩한 제품이 전세계 서비스에 적용되는 것. 개발자로선 매우 뜻깊은 경험이다. 그럼 구글개발자는 어떤 사람이 적임자일까. 구글코리아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정혜정 피플 프로그램 스페셜리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컴퓨터 과학에 탄탄한 기초가 있고, 리눅스나 유닉스 기반으로 C++, C언어, 자바, 파이썬 중 하나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해, 구글은 한 분야의 고수를 찾는 게 아니다.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를 찾는다. 그것도 기본기가 아주 탄탄한 제너럴리스트다. 채용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반 기업에선 인력이 필요한 부서나 팀을 미리 나눈다. 그래서 기업들은 서버팀, 모바일팀 등으로 나눠서 구인공고를 낸다.

“신입 개발자를 우리 팀으로 모셔와라”…‘프로젝트 쇼핑’ 

구글은 좀 다르다. 일단 신입 개발자는 소프트웨어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면 된다. 합격된 개발자에겐 팀별로 찾아간다. 이들은 자기 팀을 소개하며 개발자에게 자기 팀에 올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팀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얼마 전에 새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L’ 나온 거 아시죠? 저희 팀에서 일하면 새 모바일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어요.” 검색팀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큰 규모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팀이에요. 시스템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팀이죠.” 구글코리아에선 이것을 ‘프로젝트 쇼핑’이라고 부른다. 입사한 개발자는 자신의 관심사와 능력을 고려해 팀을 고르고, 여건에 맞게 가고 싶은 팀으로 가게 된다.

그러면 구글 채용과정은 어떨까. 일단 이력서를 내야 한다. ‘구글 커리어‘를 검색하고 한국을 찾으면 채용 중인 일자리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영문 이력서를 제출하면 된다. 자신에 대해 길게 서술하는 소개문, 이른바 ‘자소서’는 필요 없다. 학력, 출신 대학,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누구나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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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가 통과된 사람들은 한 번의 전화 인터뷰와 네 번의 면접을 거쳐야 한다. 다섯 번 모두 기술적인 부분을 테스트받는다. 전화 인터뷰는 구글 문서도구를 이용한다. 면접관이 지원자에 전화를 하고, 지원자는 구글 문서에 답안을 코드로 작성한다. 이때 리눅스나 유닉스 기반에서 C++, C언어, 자바, 파이썬 언어 중 하나를 골라서 작성하면 된다. 전화 인터뷰에선 현장 면접 문제보다 간단한 문제를 제공한다. 구글 채용 담당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지원자가 얼마나 컴퓨터과학 기초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다.

전화 인터뷰를 통과하면,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네 번의 현장 인터뷰를 거친다. 하루 안에 네 번의 인터뷰가 잇따라 진행된다. 한 번 인터뷰에 걸리는 시간은 45분. 문제는 역시 기술문제다. 네 번의 인터뷰 전부 주어진 문제에 대해 코드로 답해야 한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말로 설명해야 한다. 코딩 실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확인하는 절차다. 하지만 평가는 코딩 답안만 보지 않는다. 채용 담당관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요건을 확인한다.

구글이 채용 과정에서 보는 네 요소

1.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가
2. 업무랑 관련된 스킬이 얼마나 있는가(코딩을 얼마나 잘하는가)
3. 리더십
4. 구글리니스(구글 문화와 얼마나 잘 맞는 사람인가)

기술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이다.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 것이다. 이 기본기엔 리눅스, 대용량 시스템, 분산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기술의 기본 중에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정혜정 피플 프로그램 스페셜리스트는 “지원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대부분 문제 수준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라며 “데이터 구조 수업이나 알고리즘 수업에서 봤음직한 대학 중간고사 문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쉬웠는데 왜 지원자들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을까요. 지원자 중 일부는 현업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분들이에요. 하지만 이 분들은 과거 기본을 탄탄히 배웠어도, 오랫동안 특정 분야만 계속 맡아 개발하신 거죠. 다른 중요한 기본 내용은 잊으신 거고요. 많은 분들이 면접을 보시고 IT 종사자라면 누구나 풀 수 있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세요. 그 동안 기본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깨달았다고 얘기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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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정 구글코리아 피플 프로그램 스페셜리스트

면접관은 초기에 기술적인 문제를 내고, 인터뷰 후반부에는 여러 질문을 주고받는다. 이 때 리더십이나 구글리니스(Googliness)를 확인한다. 구글이 찾는 리더십은 조금 독특하다. 여기선 과거에 역임했던 리더 자리나 이름을 말하는 건 통하지 않는다.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알고 나설 땐 나설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을 리더십을 가졌다고 구글은 표현한다. 이런 점은 구글리니스와도 맞닿는다. 구글이 말하는 구글에 어울리는 사람은 다음 범주에 포함된다.

구글리니스를 가진 사람이란?

• 수평한 조직에서 자기 일을 온전히 잘 수행하는 사람
• 문제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당장 뛰어들 수 있는 사람
• 내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문제에도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
• 구글에 대한 주인의식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 도덕적으로 반하지 않는 사람

네 번의 인터뷰가 끝나면 담당자들을 회의를 거쳐 피드백을 주고받고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아무리 점수가 좋아도 리더십이 떨어지거나 구글 문화와 맞지 않으면 합격 기회는 사라진다. 적합한 인재를 만날 때까지 채용은 계속 열어둔다. 실제로 기술에 대한 평가 점수는 높았으나 거만한 태도로 인해 불합격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저희는 시간에 쫓겨서 혹은 제품 생산을 위해 사람을 무리하게 뽑지 않아요. 구글 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을 거르는 것도 채용 담당자의 일이거든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주변과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을 뽑을 순 없죠. 구글 개발자는 구글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구글코리아에 입사하고 나면 대개 치열하게 공부한다고 한다. 구글코리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세계 개발자들과 함께 일한다. 한국에서 실력을 겨루는 게 아닌 만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이니 영어 점수가 필요한 건 아닐까. 아니다. 토플, 토익 점수같은 건 중요치 않다. 실제 입사 과정에서 영어 실력은 보지 않는다. 다시말해, 영어를 못한다고 떨어뜨리진 않는다. 하지만 정혜정 피플 프로그램 스페셜리스트는 “회사에 입사하면 매일 e메일, 발표 등을 영어로 하고 회의도 세계 각지에 있는 개발자와 함께 한다”라며 “영어를 매일 써야 하는 상황이란 걸 지원자들은 미리 알아주셨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공부나 취미 활동 같은 자기계발에 대해 금전적 지원을 일부 보탠다.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다. 회사 안에 노래방이나 비디오게임방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갖춰져 있어, 누구나 원할 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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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코리아 사무실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들

구글코리아는 8월 중순부터 9월 첫째 주까지 ‘구글나이트’라는 채용 설명회를 진행한다. 이 행사는 6번 진행될 예정인데, 매회 70~100명 정도의 개발자를 모신다. 여기선 구글 입사과정, 준비과정, 진행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구글코리아 개발팀은 크게 3팀으로 나뉜다. 크롬팀, 안드로이드팀, 날리지(Knowledge) 팀이다. 구글 나이트에는 인사담당자 뿐만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를 이끄는 개발자들도 참여한다.

“저희는 30·40·50대를 넘어 평생 개발자로 살고 싶은 분을 찾아요. 관리직에서 몸담기보다 현업에서 계속 개발 활동을 하고 싶은 분들이요. 내가 몇 달 동안 고생한 코드를 전세계 사용자에게 제공했을 때 기쁨을 느끼는 사람 말이에요. 직함을 생각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수평적으로 대화할 수 있으면 좋고요. 프로그래밍 실력에 따라 대우받는 곳이 구글코리아에요. 실력 있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지원해주세요.”

j.lee.reporter@gmail.com

오픈소스 기술, 프로그래머의 삶 그리고 에듀테크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은 변화라도 실행하고 노력하려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그러한 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