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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가 언급한 ‘운영체제 통합’의 진짜 의미

2014.07.24

마이크로소프트가 PC, 모바일, X박스로 흩어진 운영체제 환경을 합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다음 버전의 윈도우는 3가지 운영체제가 여러 스크린에 대응하는 하나의 통합 운영체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곧 개발자들이 운영체제 환경에 따라 각각의 앱을 만들어야 하는 불편을 덜어 앱 생태계를 활발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 소식이 전혀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윈도우로 꼽히는 코드명 ‘쓰레스홀드’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운영체제 사이를 유연하게 연결되도록 했다. PC용 윈도우와 모바일용 윈도우를 통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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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떻게’란 문제가 남아 있다. 사티아 나델라 CEO의 발언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윈도우 그 자체를 PC부터 게임기까지 다 올리는 것이다. 이번에 꺼낸 이야기도 어느 정도는 이 방법과 연결된다. 그래서 새 CEO의 정책이 신선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조금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단 지금 현재 윈도우 그 자체를 다른 플랫폼에 설치하려는 시도는 쉽지 않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8’과 ‘윈도우8 RT’를 통해 그 경험을 했다. 윈도우폰8도 섞어서 해석할 수 있다. 운영체제를 하나로 합쳐 기기간 경험을 통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MS는 ‘메트로UI’에 그 열쇠를 두었지만 그 결과는 ‘어렵다’는 쪽으로 답이 났다. 결국 윈도우RT는 사라졌고, 윈도우는 다시 예전 PC 환경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또 다른 부분으로 살펴보면, 최근 MS의 정책은 운영체제 그 자체보다 플랫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모바일 시장에서 직접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를 붙잡는 요소들은 서비스, 그리고 이것들이 합쳐서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 그게 바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노키아 X’ 스마트폰이고, 아이패드용 ‘오피스’ 앱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기기를 쓰든 MS를 비껴갈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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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MS는 최근 몇 년 간 흩어져 있던 웹서비스부터 통합하기 시작한다. 그간 MS가 만들었던 서비스는 엄청나게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MSN, 핫메일, 윈도우라이브, X박스, 준 등을 들 수 있다. 2012년부터 이를 X박스, 라이브 정도로 추려서 합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기에 따른 웹서비스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게임과 음악, 영상 콘텐츠는 모두 X박스로, e메일과 오피스 등은 라이브로 계정을 통합한다.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묶고 어떤 기기에서든 접속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통합에 대한 시도는 벌써 몇 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CEO가 새로 만든 정책도 아니다. MS의 정책은 경험과 서비스를 합치는 데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PC는 PC, 모바일은 모바일, 게임기는 게임기’라는 생각을 굳히기에도 충분하다.

모든 기기에 하나의 OS라는 것은 정말 모든 기기나 플랫폼에서 운영체제 하나를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윈도우의 경험을 흡수하고 응용프로그램 개발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API를 합쳐 개발자들이 더 손쉽게 여러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른바 코드의 재활용이다. 그리고 스토어를 통합해 여러 기기를 넘나들며 각각의 기기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판매의 활로를 높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용자 경험(UX)도 합쳐진다.

‘하나의 운영체제’라는 통합의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운영체제 그 자체에 매달리는 대신 오히려 더 각각의 기기에 맞게 특화되고, 대신 경험을 통합하는 과정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플랫폼과 서비스,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공룡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얻은 경험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그 답을 알고 있고, 이미 조직 자체는 스티브 발머 시절부터 그렇게 움직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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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