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우버 논란이 우리에게 던진 3가지 질문

마침내 신호탄이 솟아올랐다. 우버가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던가. 우버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불법의 위험을 안고 영업을 시작했고, 합법의 대안을 찾기 위해 약간의 변칙을 동원했다. ‘공유경제’라는 따뜻한 가치와 명분을 앞세우며 우군도 충분히 확보했다. 한때 서울시는 이런 우버에 호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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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버는 한국 사회의 응축된 본질을 건드렸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택시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택시 경제는 ‘불친절의 상징’이지만 ‘퇴직자의 마지막 탈출구’이기도 하다. 서민 물가의 척도이면서, 저임금 노동의 엄연한 실체다. 임금 체계의 부조리를 담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인화물질이다. 그것이 현재 택시 경제 생태계의 주요 속성들이다.

서울시의 우버 규제 논란은 기술적 관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잡다단한 문제다. ‘공유도시를 주창해온 서울시가 혁신을 거부했다’ 정도로 이해될 성질의 사안이 결코 아니다. 택시 생태계는 한국 사회의 수많은 불합리들이 응축돼 있는 서민경제 영역이다.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노조, 승객, 정부, 대리운전기사, 실업자 등이 이해관계자로 개입돼 있기에 그렇다.

현재의 우버 이해하기 ‘성장 강박’

Infographic: Uber Becomes the World's Most Valuable Startup | Statista

우버 규제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우버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버는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됐다. 여느 스타트업이 그렇듯 시작은 소박했다. 창업자인 트레비스 칼라닉은 “택시를 잡는 데 30분이나 걸려 짜증”나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한다. ‘모바일 버튼 하나로 택시를 부를 수 있을까’로 시작된 그의 아이디어는 ‘모든 운전자를 기사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나아갔다. 그리곤 공유경제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우버의 현재를 보자. 우버는 지난 6월5일 무려 1조2천억원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기업가치는 18조2천억원으로 평가받았다. 네이버 시가총액(28조원)보다는 10조원 가량 적지만, SK텔레콤과는 비등한 규모다. 규모만 보면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우버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1조원 수준이었다. 그래서 거품론도 제기된다.

올 6월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대다수가 뮤추얼펀드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6월6일자 보도에 따르면 피델리티가 4억2500만달러, 웰링턴 매니지먼트가 2억900만달러, 블랙락이 1억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들 사모펀드는 배당 수익 또는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한다. 우버의 빠른 IPO를 이들 사모펀드들은 기대한다.

뮤추얼펀드의 가세는 우버엔 약이자 독이다. 이들은 성장세가 멈추면 가차 없이 이사회 등을 통해 압력을 가한다. ‘끊김 없는’ 성장은 이제 우버의 숙명이 됐다. 이사회와 주주의 눈치를 보며 성장 전략을 조율해야 하는 기업의 꼴로 성장했다. 게다가 경쟁 여건도 호락호락 하지 않다. 리프트가 빠른 성장세로 쫓아오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장 강박’은 부작용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우버도 비슷한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증세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우버X’를 내놓으며 가격 할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고, 후발 주자를 따돌리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증명해내기 위한 과정이다.

강력한 대응을 선포한 서울시에 우버가 거친 보도자료로 맞서고 있는 배경도 이와 관련이 깊다. 우버는 지난 7월2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서울시는 글로벌 ‘공유경제’ 흐름에 뒤처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시와 우버 간의 갈등은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지고 있다. 이 문제를 단순히 ‘혁신의 거부’로 해석하는 시각은 기술의 사회적 영향을 간과하거나 도외시한 단편적 접근이다.

질문 1. 우버는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는 공유경제 기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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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인력알선업체의 지난 6월 우버 전담 기사 모집 공고문

‘성장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우버는 한국 시장도 성장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주주들의 이해를 만족시키고 성공적인 IPO를 달성하기 위해선 운전기사의 수, 승객 수, 수수료 수익 등을 한국 시장에서 극대화해야 한다.

우버는 이를 위해 렌터카 업체와 제휴를 맺었고 대리운전기사 네트워크도 확보했다. 최근에는 인력송출회사를 통해 일당 6만원의 우버 기사를 모집하고 있다. 애초 차량 소유를 전제로 우버 기사를 채용해 왔던 방식과는 다르다. 이로써 우버는 ‘차량을 공유해서 자동차 구매를 낮추고 자원 낭비를 줄이자’는 공유경제의 취지와는 작별을 고했다. “개인 대 개인이 거래 주체로 참여해 자신의 유휴자원을 나누어 쓰는 경제활동”이라는 공유경제의 정의와도 멀어졌다.

초기 우버와 손을 잡은 기업은 MK코리아 등 렌터카나 리무진 서비스 업체이다. 특히 MK코리아는 우버 국내 영업의 핵심 축을 담당해 왔다. MK코리아는 일본 MK택시가 100% 출자한 국내 자회사다. 국내에선 주로 리무진 서비스, VIP 의전 서비스로 운송 영업을 하고 있다. 우버와는 차량 및 기사 공급계약을 맺고 우버 서비스를 대행해왔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6일 MK코리아를 고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MK택시는 일본에서 신화로 일컬어질 만큼 혁신적인 택시 기업으로 손꼽힌다. 일본인들조차 MK택시의 친절도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MK택시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엔 무엇보다 MK라는 독특한 임금체계가 큰몫을 했다. MK 시스템은 매출액의 83%를 운전기사가 가져가고, 17%를 회사에 입금하는 제도다.

우버가 한국 진출을 위해 MK코리아와 손잡았던 배경도 이와 관련이 높다. 서비스 품질을 믿을 수 있는데다 운전기사의 충성도가 높고, 고급 차량을 확보하고 있어 파트너십 대상으로는 최적이다. 결국 우버는 공유경제의 근간이랄 수 있는 개인 대 개인의 스마트한 교류와 연결을 포기하고 회사 대 회사 간 계약으로 신규 택시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다. MK코리아 측은 “현재 우버와는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며 공식적인 제휴 관계는 단절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질문 2. 혁신을 위해 탈세를 이해해야 하는가?

우버 B.V.가 위치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택시는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세원이다. 개인택시의 경우 취득세, 면허세, 자동차세 등이 지방자치단체로 귀속된다. 영업에 따른 소득세는 국세로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만약 우버와 같이 비면허 택시 영업을 허용할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취득세, 면허세 등을 확보하는 데 애로를 겪게 된다.

게다가 우버는 법인세를 적게 내기 위해 네덜란드에 본사(우버 B.V.)를 두고 있다. 네덜란드는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20~22%) 배당금과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물지 않는다. 적지 않은 글로벌 기업이 네덜란드에 지주회사를 두는 이유다.

한국 승객이 우버 앱을 통해 카드로 결제하면 네덜란드 우버 B.V.의 매출로 등록되기에 국내엔 전혀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에 우버는 잠재적 탈세 사업자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는 택시 업계의 반발로 이어진다. 같은 택시 영업을 하면서 어떤 기업은 탈세를 용인하고 어떤 기업은 과세하는 방식은 과세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조세형평을 무시해도 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질문 3. 제도를 바꿔야 할 만큼 우버는 혁신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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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더 심층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우버는 정말 혁신적인가. 우버가 혁신이라면 혁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기술적 개선을 모두 혁신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창조적 파괴’를 역설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을 “생산수단의 새로운 조합, 상품 생산을 위한 생산 요소의 변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새로운 상품의 소개 ▲새로운 생산 방식의 도입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공급원의 확보 ▲새로운 조직 형태의 구성 등 5가지로 혁신이 구성돼 있다고 했다.

슘페터 관점에서 우버는 새로운 생산 방식의 도입, 새로운 공급원의 확보라는 혁신을 이뤄낸 사례에 해당한다. 즉 P2P 패러다임을 택시 경제에 도입함으로써 운전기사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젖혔다. 혁신적인 공유경제 기업으로 수차례 언급된 배경도 이와 관련이 깊다.

하지만 우버는 국내에서만큼은 이런 혁신성을 퇴색시켰다. 불법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렌터카와 대리운전 기사를 운전기사 공급망으로 끌고 들어왔고, 최근들어서는 용역업체를 통해 기사를 충원하고 있다. 소위 ‘나라시 택시’처럼 무면허 택시와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슘페터의 혁신 개념에서 볼 때 우버의 혁신성은 국내에서만큼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IT 전문 매체인 ‘패스트컴퍼니’는 또다른 측면에서 우버의 혁신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올해 초 ’2014 가장 혁신적인 50대 기업’을 선정하면서 우버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높은 성장세가 곧 혁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비교적 적은 강설량에도 요금을 8배나 올려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던 사례를 언급하며 “고성장 브랜드를 유지하려다 고통스런 서비스 경험을 유발했고 운전기사와 지역 규제당국, 소비자들에 대한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우버는 택시 서비스의 질적 개선(프리미엄 상품)이라는 측면에서는 국내에선 여전히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버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고객들은 대체로 높은 만족도를 표시하고 있다.

기술과 기존 제도의 충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혁신 기술과 구제도의 충돌, 시장과 정부의 갈등은 앞으로 부지기수로 만나게 될 장면들이다. 우버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많은 혁신의 아이콘들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특히 일부 파괴적 혁신은 저소득층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적정기술과 달리 저소득층의 소득과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폭스콘이 로봇으로 일자리를 대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버 또한 국내 택시 기사들의 일자리나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기술들은 주로 저소득층의 생존 조건을 겨냥하고 있기에 위험하다.

에릭 브린욜프슨 MIT 교수는 “혁신적 기술로 가장 위협받는 이들은 기술이 없거나 중간 정도의 기술을 지닌 노동자들로, 이 그룹이 불균형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현실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더 좋은 품질의 혁신 기술을 기대하는 소비자와 당장의 생존 조건을 위협받는 저소득층, 혁신을 더 이상 기술의 영역으로 붙잡아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말

우버 앱을 대체하기 위해 서울시가 앱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최을곤 서울시 택시관리팀장은 ‘블로터닷넷’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안 안이라기보다는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얘기하더군요. 과연 서울시가 우버를 대체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게 된다면 제대로 관리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택시 품질 향상을 기대하는 서울시민들을 위해 택시 기사의 처우 개선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게 낫다는 판단입니다. 서울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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