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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제조사 보조금 분리…출혈경쟁 종식할까

2014.08.11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를 결정했다. 10월1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됨과 동시에 시행된다. 방통위는 지원금 상한액, 공시·게시기준, 긴급중지명령 등 4개 고시가 신설되고 금지행위 업무처리 규정 등 2개 고시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그 중 핵심은 분리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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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와 제조사, 보조금 누가 내나

10월부터 시행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통신사가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을 무리하게 주지 못하도록 해 단말기 보조금 쏠림 현상을 막는 대신, 그 마케팅 비용을 요금에 녹여 통신요금을 내리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이다.

그 전제조건으로 보조금 분리 공시가 제시됐다. 통상 우리가 휴대폰을 구입할 때 받는 보조금 안에는 통신사가 주는 ‘보조금’과 단말기 제조사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단말기를 깎아주는 ‘판매 장려금’이 섞여 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우리가 받는 ‘단말기 보조금’이 되는 것이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얼마나 줄였는지 보려면 통신사가 준 보조금만 따로 떼내 볼 필요가 있다. 단통법 자체에 ‘보조금을 줄인 만큼 요금을 내리라’는 조항을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줄어드는 보조금을 명확하게 잡아야 요금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 애초 이 내용이 법안 자체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제조사들이 반발하면서 시행안쪽으로 옮겨졌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제조사들은 그 동안 제품 판매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장려금을 주어 왔는데 이로 인해 점유율을 높이는 데 꽤 효과를 봤다. 애초에 단말기 출고가를 높게 잡아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보조금을 통해 값을 다시 내려주는 방식이다.

그 동안 이런 판매 장려금은 통신사를 통해 판매점으로 흘러들어갔다. 판매점들 입장에서도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제품을 앞서서 꺼내 놓을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제품 판매량이 오르락내리락할 정도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예민한 영업 비밀인 셈이다. 이 내용이 드러나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데 부담이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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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가·통신요금 인하 두 마리 토끼 노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경쟁이 조금 수월해질 수 있다. 그 동안 통신사가 주어왔던 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제조사가 내 왔다. 보조금으로 뭉뚱그린 단말기 가격에서 제조사가 가격 경쟁을 따라붙으려면 판매 장려금을 더 주어야 했다. 보조금이 사실상 제조사로 떠넘겨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게 팬택같은 회사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쟁사가 장려금을 얼마나 주었는지, 통신사가 우리 제품과 남의 제품에 각각 보조금을 얼마나 보태주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 내용이 명확하게 공지되면 제조사간 경쟁이 공정해질 수 있다.

미래부가 제조사에 원하는 것은 결국 단말기 출고가를 내리라는 것이다. 통신사는 보조금으로, 제조사는 장려금 대신 단말기 출고가를 조정해 경쟁하라는 것이 단통법의 취지 중 하나인데, 그 방향으로 몰아가는 장치가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다.

이 제도는 통신사엔 요금 인하를 이끌 수 있는 확실한 장치가 된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보조금 전체 한도가 정해지고 그 안에서 통신사와 제조사가 나눠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 법 자체는 통신사가 요금을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당연히 강제성도 없다.

하지만 보조금 중에서 실제로 통신사가 얼마를 지급했는지가 투명해지면 전체적인 수익 구조가 드러나게 된다. 보조금을 많이 주는 것은 불법이고, 보조금을 너무 적게 주어 수익이 늘어나면 요금 인하의 명분과 압박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단통법의 실효성은 아직도 논쟁거리지만 그 효과가 의도한 방향대로 어느 정도라도 흐르려면 보조금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단통법은 이제 서서히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보조금 상한선은 25~40만원 사이에서 시행안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 보조금을 누가 주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시장이 과열되는 상황에서는 방통위의 판단에 따라 긴급중지명령을 내릴 수도 있게 됐다. 밤이면 밤마다 펑펑 터지던 보조금 전쟁의 종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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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