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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의 조언, “흥미보단 깊이…독자 지갑 여는 기사 써야”

2014.08.13

“제가 얻고 싶은 게 트래픽이라면 얻기 쉽습니다. 리스티클 쓰고 ‘허핑턴포스트’처럼 남의 기사 퍼오고 ‘어그로’ 끌면 됩니다. 쉬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하지만 맛있다고 피자랑 햄버거만 계속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독자가 성장하면 뭔가 읽을 만한 것을 원합니다. 더 지속가능한 모델은 사람들이 와서 읽게 하는 겁니다.”

애덤 나즈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선임에디터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콘텐츠 본연의 가치를 만드는 기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8월12일 저녁 ‘월스트리트저널’ 한·중·일 에디션을 총괄 지휘하는 선임에디터 애덤 나즈버그를 초청한 자리였다. 나즈버그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맞이하는 전략을 공유했다.

애덤 나즈버그 월스트리트저널 선임 에디터 ▲애덤 나즈버그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 로컬 랭기지 에디션 총괄 선임에디터

가벼운 기사 넘치는 요즘이야말로 제대로 된 콘텐츠 만들어야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가장 선전하는 언론사라면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가 먼저 떠오른다. ‘버즈피드’는 지난 8월10일 안드레센 호로위츠에게서 5천만달러를 투자받아 8억5천만달러 가치를 인정받는 미디어 회사가 됐다. 2013년 ‘워싱턴포스트’가 팔렸던 값의 3배가 넘는다. ‘허핑턴포스트’는 2005년 창간한 이래 파죽지세로 성장해 ‘뉴욕타임스'(NYT)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독자가 많이 찾는 인터넷 언론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애덤 나즈버그 선임에디터는 두 회사를 곱게 보지 않았다. 그는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하기 어려운 형태라고 꼬집었다. “빨리 크는 회사일 수록 시선을 끌기는 쉽습니다. 중요한 건 모은 시선을 붙잡아두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까. 애덤 나즈버그 선임에디터가 내놓은 답은 원론적이었다. ‘언론의 본질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어려운 뉴스를 매일 쓰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유행하는 걸 따라 쓰기는 쉽죠. 저는 ‘버즈피드’ 같은 곳이 뉴스를 알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고 같은 속보는 누가 씁니까. 유행에 따르는 기사를 많이 쓰는 지금이야 말로 새롭고 깊이 있는 뉴스를 전달해 독자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돈 벌고 싶으면 먼저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줘라

“사람들이 돈을 쓰는 건 돈을 내는 대가로 특별한 뭔가를 돌려주기 때문이죠. 독점적인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콘텐츠를 줘서 독자가 만족할 수 있게 하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포르노나 낚시성 정보를 주라는 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콘텐츠를 우리가 제공한다는 거죠. 내가 뭘 줘야 독자가 돈을 낼지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애덤 나즈버그 선임에디터는 ‘돈 되는 콘텐츠’를 줘야 독자의 지갑을 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 되는 콘텐츠로 투자 기회를 가장 빨리 알려주는 속보를 예로 들었다. 기업공개(IPO) 관련 정보는 투자자에게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정보를 구독료를 많이 내는 소수 독자에게 먼저 제공하고 시간차를 두고 점차 더 많은 독자에게 알린다. 마지막에 누구나 볼 수 있는 웹사이트에 공개될 때쯤이면 이 정보는 더이상 투자 기회로서 가치가 없어진다. 나즈버그는 “누구나 다 아는 이런 콘텐츠를 만들면서 구독자에게 돈을 내라고 요구하면 누가 돈 주고 사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얘기만 해서는 언론사가 살아남기 힘들다. 때로는 재미있는 콘텐츠로 제공해야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애덤 나즈버그 선임에디터는 이를 “브로콜리에서 아이스크림 맛이 나게 하는 것”에 비유했다.

“우리는 젊은층을 끌어오고 싶습니다. 이 사람들은 K팝과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2년 전부터 이런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독자를 끌어들이여 시장과 투자에 관한 기사를 읽게 하려면 이런 콘텐츠도 제공해야 합니다.”

애덤 나즈버그 선임에디터는 독자를 찾기 위해 언론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다리지 마라. 독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가라

“한국에는 700만에서 1천만명이 쓰는 메신저가 있죠. 카카오톡에서 하루에 발송되는 메시지가 70억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왜 이런 생태계를 무시하는 거죠? 여기에는 독자가 있고 콘텐츠가 있습니다.”

애덤 나즈버그 선임에디터는 독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러 오길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독자가 있는 곳으로 진출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메시지 앱을 강조했다. 나즈버그는 중화권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예로 들며 “사람들이 메신저 앱 안에서 산다”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위챗 안에서 삽니다. 비행기 표나 콘서트 표도 사고, 택시도 부르고, 피자도 사먹죠. 위챗은 계속 기능을 추가합니다. 이런 행동은 굉장히 높은 사용자 참여를 이끌어냅니다.”

애덤 나즈버그 선임에디터는 게임이나 소매회사를 본받아 디지털 환경에서 돈을 벌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웹사이트에서 트래픽을 많이 갖고 있는 회사가 모바일이나 SNS로 가려면 이미 진 게임입니다. 전혀 다른 환경이니까요. 너무 급진적인 말일 수도 있는데, 라인이나 위챗 같은 메신저는 디지털 콘텐츠를 배포하고 구독자를 확보할 엄청난 기회의 땅입니다. 독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가세요.”

나즈버그는 구체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팁도 전했다. 그는 SNS에서 독자의 행동 양상이 달라진다며 그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SNS의 황금률은 이겁니다. 한번 내보낸 페이스북 포스트나 트위터 트윗은 그 자체로 생명을 갖는다는 것. 웹사이트에 기사를 하루에 60개를 쓴다고 해도 서너개만 SNS에 올리고 놔두세요. 사람들이 콘텐츠에 반응할 시간을 주세요. 읽고 공유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본 콘텐츠는 SNS에서 신뢰받는 정보원이 됩니다. 이건 광고로 홍보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죠.”

닥달하지 마라. SNS에 올린 콘텐츠가 살아 움직이게 놔둬라

“슈퍼마켓에 갔을 때 모든 상품을 할인합니까. 아니죠. 모든 상품이 특별한 건 아닙니다. 웹사이트에 있는 모든 콘텐츠를 소셜미디어에 내보내선 안됩니다.”

애덤 나즈버그 선임에디터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콘텐츠를 올려서 독자의 담벼락을 도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 콘텐츠가 80% 트래픽을 만듭니다. 콘텐츠를 내보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많은 콘텐츠를 계속 쏟아내면 대다수 사람은 콘텐츠를 소화하지 못한 채 내버리게 된다는 겁니다.”

‘좋아요’를 믿지 마라

“저는 ‘좋아요’에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동생에게 뽀뽀하는 것과 같죠. 뭔가 하긴 하지만 중요한 일은 아닌 겁니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아주 조금 나을 뿐입니다. 트위터 리트윗도 마찬가지입니다.”

애덤 나즈버그 선임에디터는 ‘좋아요’나 리트윗 같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개입하는 행동이 진짜 참여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SNS에서 진짜 하고 싶은 건 독자의 지지도를 확보하는 겁니다. 직접 코멘트를 달고 자기 페이스북 담벼락에 공유하거나 트윗을 인용해서 리트윗하는 거죠. 이게 진짜 참여입니다.”

나즈버그는 지루한 물밑 작업이 먼저 이뤄진 뒤에야 독자에게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독자를 찾아 나서고 그들에게 뭔가 대가를 주세요. 클릭하면 그만큼 값어치 있는 정보를 주고, 가입하면 더 주세요. 125년 역사를 가진 우리는 충성도와 관여도가 다르겠지만, 독자가 콘텐츠를 소비할 적당한 가격이 있을 겁니다. 가치가 충분하다면 100달러든 200달러든 거리낌 없이 쓴다는 거죠. 돈을 지불하는 건 마지막 단계라는 얘깁니다.”

nuribit@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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