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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넘은 호랑이, 중국 IT업계

2014.08.18

중국의 IT 기업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삼성전자의 2분기 주춤한 실적이 샤오미의 성장과 직접적으로 맞물리면서 연일 중국 시장에 대한 소식이 이어진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이 ‘중국ICT 기업의 동향과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중국 기업의 현재 위치를 돌아보고, 국내 기업과 정부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형태를 달리하긴 했지만 중국 시장의 위협이 곧, 혹은 이미 와 있다고 판단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김동욱 스마트사회연구센터장은 “한국 시장이 중국을 경계하고만 있기보다는 기회로 삼고 협력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0위 안에 5개 기업이 들어가 있고, 5위 안에는 삼성과 애플을 제외한 3개가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으로 채워져 있다.

김동욱 센터장은 중국 시장 성장의 뿌리를 ‘창의적 모방’으로 꼽았다. 텐센트가 그렇게 성장했고, 샤오미가 그렇게 이름을 알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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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양쪽 시장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해야 시장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모방에서 창조의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ICT 업계의 흐름인데 중국은 그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허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배워서 얻은 것’은 내 것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그간 서양식 지적 재산권을 접하는 방식과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정보들은 비교적 많이 공개돼 있다. 세세한 내용들이 외부로 공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나고 나면 후일담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미디어와 분석가들을 통한 정보 수집도 가능하지만 중국 시장은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이해하려면 직접 부딪쳐야 한다. 상호관계다. 이른바 ‘꽌시’라고 부르는 것이다. 기업들의 경험 뿐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중국을 이해하고 정보를 나누는 허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김동욱 센터장의 설명이다.

중국 자본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기회와 발판으로 삼아 해외 진출을 노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후에도 반복됐다.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이봉규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가 일정 부분에서는 중국에 따라잡혔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스마트폰은 중국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UHD TV는 중국의 6개 업체가 세계 시장의 51%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봉규 교수는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 특히 UX나 UI에 대한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드웨어는 대량생산 체제와 함께 한계가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플랫폼과 서비스로 경쟁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헬스케어나 텔레매틱스, 사물인터넷 등은 우리나라가 먼저 발을 내디딘 분야입니다.”

하지만 이봉규 교수는 일부 서비스들은 국내 법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 결제, 전자상거래다.

“결제 시스템은 엄청나게 큰 시장입니다. 하지만 국내 법 제도는 인터넷 기반의 결제나 금융상품 판매의 도입을 늦추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제는 중국 뿐 아니라 인도가 단적으로 스마트폰 하드웨어로는 경쟁자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상거래 시장이 열립니다. 그 안에서 경쟁력을 잡아야 하는데 너무 폐쇄적입니다.”

그렇다면 하드웨어 시장은 마냥 어둡기만 할까? 이규복 전자부품연구원 융합통신부품연구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가장 무서운 흐름은 ‘모듈화’입니다. 과거 피처폰의 가격 인하는 부품의 모듈화에서 왔습니다. 하드웨어는 원하는대로 끼워맞추고, 그 위에 소프트웨어만 올리면 하나의 제품이 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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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 스마트폰의 급성장에는 바로 이 모듈화가 있다. 퀄컴이 만드는 프로세서에, 삼성이 만드는 메모리를 붙이고, 기판을 그려넣기만 하면 스마트폰이 된다. 풀HD나 QHD 디스플레이도 가격에 대한 장벽과 의지의 문제일 뿐 기술 때문에 못 쓰는 건 아니다. 이런 구조가 문제가 되는 건 대기업 기반의 제조업체뿐이 아니라 부품업체도 걸려 있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경우 제조사가 원하는 조건에만 맞춰서 각 부품이 개발됩니다. 직접 설계하고, 기술을 만들어서 넣는 게 쉽지 않습니다. 과거 피처폰 시절, 한 회사가 동시에 10여개 제품을 유통하던 시기에는 제조나 설계의 일부분을 협력업체들이 맡기도 했지만 이제 1년에 두어개 정도 제품만 내놓는 구조가 되다 보니 제조사가 직접 모든 제품을 설계하고,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게 국내 협력업체들의 위기를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삼성이나 LG, 팬택의 성장과 함께 협력업체들도 빠르게 성장하긴 했지만 주춤할 때 충격은 그 이상이다. 중국의 경우는 안테나만 해도 부품업체가 안테나를 직접 설계하고 금형을 만들고 재료까지 다 맡는다. 완성품 업체는 조립만 하면 된다고 한다. 이런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이 중국 스마트폰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이규복 센터장은 지적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김성옥 부연구위원은 현재 세계 시장을 위협하는 중국의 경쟁력이 2세대 기업들에서 나온다고 짚었다. 화웨이나 ZTE, 레노버 등 기존 네트워크나 컴퓨터 시장의 경쟁력을 스마트폰으로 옮긴 것인데 샤오미나 원플러스, 오포 등의 2세대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특화된 하드웨어 기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경쟁력을 갖는다고 짚었다.

“단순히 내수 시장에서 엄청나게 파는 것만이 위협은 아닙니다. 이들이 내수로 쌓은 탄탄한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위협적입니다. 이미 텐센트나 알리바바가 미국, 홍콩 등의 증권시장에 상장해 큰 돈을 투자받고, 이를 다시 해외에 투자해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 것입니다.”

김성옥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신흥 시장을 노리는 게 아니라 미국과 유럽으로 대변되는 선진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과 싸우기 위해 현지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제조나 인터넷 서빗의 경쟁력은 여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를 직접적으로 맞서서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직접적인 대응보다는 협력적인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미 텐센트 등이 국내 스타트업에 많은 투자를 했고, 최근에도 게임 업체에 큰 투자를 한 바 있습니다. 네오위즈만 해도 수익의 대부분이 텐센트가 게임을 유통하는 중국 시장에서 일어납니다. 중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서 벤처 생태계의 성장을 노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결론은 대체로 웨어러블 기기로 이어졌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김성옥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이 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진입은 늦었지만 진행 속도는 매우 빠르다”며 “몇 달러짜리 제품을 일단 많이 뿌려보면서 기업들과 소비자가 얻는 경험들이 시장을 엄청나게 빠르게 이끌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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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는 어디에 투자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중앙대 경제학부 이한영 교수는 “아직 중국과 기술 격차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만큼 그 사이에 핵심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영역 융합을 주문했다.

“기업들의 연구개발이나 투자도 소프트웨어에 좀 더 집중해야 합니다. 하드웨어, 인터넷을 돌리는 핵심은 소프트웨어에 있는데 지금은 그 안에서도 부처간에 다툼이 있습니다. 이를 정책적으로 융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이 집중하는 서비스 분야 중에서 콘텐츠 게임 전자상거래, 전자결재 등의 비중이 높은데 이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목적에는 직접적으로 시장 진입을 하는 것에도 있지만 아직 절반 정도는 협력을 위해서 오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의 성장을 위기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회로 바꾸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아직 중국 IT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제패할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기와 기회는 예고하고 어느 한 순간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행사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도 김동욱 센터장은 “중국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고, 업계도, 정부도 이 상황을 슬기롭게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