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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을 보는 첫 번째 열쇠, ‘모듈화’

2014.08.19

요즘 가장 뜨거운 주제는 ‘중국 스마트폰’입니다. ‘역습’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도 나오고, 삼성전자가 당장 무슨 일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그 첫번째 요인으로 ‘가격’을 꼽습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다른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일단 중국 기업들의 현재 상황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샤오미로 대변되는 중국 스마트폰은 삼성, LG, 소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제품일까요? 제품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중국 스마트폰의 품질은 격차가 있습니다. 제품마다 편차도 심합니다.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환상, 어느 정도는 사실이고 어느 정도는 거품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수준이 이제 예전같지 않다는 겁니다. 분명한 건 놀랄 제품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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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8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주최로 열린 ‘중국ICT기업의 동향과 한국의 과제’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이봉규 교수는 “이미 제조를 비롯한 일정 부분에서는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었다”고 봤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적어도 대량 생산 체제의 기기가 성숙되는 과정에서는 중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일은 그 누구라도 쉽지 않습니다.

복제에서 시작한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이제 더 고도화된 복제품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만져본 ‘갤럭시S4’의 복제품은 제품 외관만으로는 진품과 가품을 골라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플라스틱 금형 기술 수준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제품이 10만원밖에 안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품을 켜보면 이내 실망합니다. 성능이 떨어지고, 안드로이드가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이게 우리가 ‘중국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첫번째 이미지입니다. 두번째는, 복제는 아니지만 성능이 떨어지고 디자인마저도 어딘가 어긋나 있는 제품일 겁니다.

그러던 중국산이 성능, 소프트웨어, 디자인 모든 면에서 기존 제품들을 위협한다니 혼란스러울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그 충격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열쇠는 ‘모듈화’에 있습니다.

전자부품 연구원 이규복 센터장은 “스마트폰은 점점 더 모듈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대량생산 체제가 잡히고 있다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부품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고르는 기준인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지요. 그 동안 삼성전자는 더 큰 화면, 더 높은 해상도, 그리고 가장 빠른 프로세서로 안드로이드 세상을 지배해 왔습니다. 소비자들이 그걸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삼성은 그 간지러운 부분을 아주 잘 긁어주는 기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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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핵심 부품부터 완제품,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관여해서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삼성의 경쟁력은 혼란한 시장에서 중요한 자리를 꿰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AMOLED 디스플레이를 쓸 수 있는 기업은 삼성 뿐이었고, 안드로이드를 돌리기에 다소 버거웠던 초기 ARM 프로세서를 1GHz로 돌리거나 듀얼코어 혹은 쿼드코어로 바꾸면서 하드웨어의 강점을 앞세워 왔던 것이 그간 삼성이 성장해 온 원동력입니다.

이 강점은 애초부터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내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조는 중국의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부품을 가져다 쓰고 필요한대로 붙일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라고 고성능 제품을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제가 보는 중국의 가장 무서운 점은 스스로 모든 것을 다 끌어안지 않고 이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게 막대한 자본과 합쳐지면 순식간에 전 세계가 시장이 됩니다. 이전에 사용기를 소개했던 ‘원플러스원’은 바로 중국 스마트폰의 갈 길이 직접적으로 잘 드러난 예입니다. 저는 샤오미보다도 원플러스원이 더 공격적이라고 봅니다. 원플러스원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모듈화된 안드로이드폰입니다. 여러가지 부품의 선택지 중에서 퀄컴의 가장 좋은 프로세서를 골랐고, 화면도 현실적인 범주 안에서 적절한 풀HD로 잡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사이아노젠을 올렸습니다. 중국 스마트폰은 대부분 AOSP를 그대로 올리기 때문에 사용성이 썩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원플러스는 사이아노젠의 손을 잡으면서 남들이 몇 년씩 걸리는 운영체제 최적화를 단숨에 해치워버렸습니다. 이 회사는 제품을 기획하고 관련된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사 모은 뒤 그럴싸한 케이스를 씌웠습니다. 그리고 고급 제품들이 아쉽지 않은 세련된 포장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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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어디에서 본 것 같지 않나요? 저는 레노버가 PC시장의 1위를 차지하는 과정이 연상됩니다. PC도 처음에는 IBM이 만들었지만 곧 에이서가 패권을 쥐었습니다. 이후 소니는 디자인으로 특화했고, 델과 HP는 세계적인 유통체인과 가격으로 세계 시장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조 기술을 익힌 중국 기업들이 ‘씽크패드’라는 브랜드를 끌어안았고, 조금 늦었지만 중국 국민들이 PC를 사기 시작하면서 레노버는 단숨에 세계 1위로 올라섭니다. PC를 만드는 데 별 기술이 필요 없고 인텔 프로세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삼성전자 메모리를 올려서 케이스만 씌우면 됩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윈도우가 처리해주지요. 지금 딱 스마트폰이 그 꼴입니다.

이런 모듈화는 성능을 비슷하게 만들어 내면서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가를 내세우는 제품들은 그 품질에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구글도 최근 런처를 직접 유통하면서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가 제조사별로 지배력을 갖기보다 어떤 기기를 쓰든 비슷한 결과물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지금 당장 드러나는 가격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닙니다. 중국제품들도 세계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가격을 일정 부분 높일 수밖에 없고, 기존 강자들은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부품에 대한 특허 문제도 결국 모듈화가 풀어줄 겁니다. 또한 스마트폰은 대체로 제조사와 통신사가 거래하는 B2B 제품입니다. 중국 제품을 마냥 싸구려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 제품이 싸우려는 기기는 지금 저가 시장부터 프리미엄 시장까지 다 포진되어 있는 게 명확한 현실입니다.

중국 시장의 성장을 삼성전자의 위기로 연결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오히려 경쟁 상대가 없던 시기에 특출났기 때문에 독주가 가능했고, 이제는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정상적인 시장의 구도로 흐르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세상에 스마트폰은 아이폰밖에 없는 것 같다가 갤럭시S가 판도를 바꾼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부품 제조부터 완제품, 소프트웨어까지 다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삼성이 유일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돈을 번다’고 말할 수 있는 회사도 여전히 애플과 삼성 뿐입니다. 뭔가를 더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습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