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2시간’, 다음에 무겁게 아로새기다

가 +
가 -

세월호 사건은 한국 국민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다. 벌써 넉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실종자 10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국민에게 상처를 입힌 이는 사건 당사자만이 아니었다. 언론의 보도 경쟁도 한 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4월16일부터 한동안 한국 언론은 기사를 쏟아냈다. 무엇이 사실인지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여기저기서 ‘단독’과 ‘특종’ 보도가 이어졌다. 세월호에 탔던 승객 모두가 구조됐다는 MBC 오보는 국정조사까지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 눈에 띄는 서비스가 나왔다. 다음이 세월호 사건 발생 100일째인 지난 7월24일 공개한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이다.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은 사고 수습에 가장 결정적인 72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타임라인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서비스다.

Daum_Sewol_Ferry_Timeline

▲’세월호 72시간의 기록’ 타임라인 갈무리

한겨레‘나 ‘오마이뉴스‘가 자사 기사를 중심으로 정보를 간추린 것과 달리 다음은 각 언론사가 내보낸 정보를 비교하고 가장 객관적인 정보만 추렸다. 언론사가 아닌 포털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한계로 보이지만, 이런 한계 덕분에 오히려 가장 객관적인 사실만 전했다는 점이 누리꾼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소연 덕성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사건 해결에 기록이 굉장히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라며 “슬픔에 편승하는 추모로서 기록보다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의 가치를 높이 샀다.

다음이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내보내기까지 부담스러움도 없지 않았을 테다.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을 만든 엑스랩(exeLab)팀과 뉴스팀을 만나 타임라인을 만든 계기와 제작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을 물어봤다.

  • 일시: 2014년 8월14일 목요일 오후 4시
  • 장소: 다음 한남 사옥
  • 참석자: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김수영 팀장, 신현석 개발자, 박기석 UX디자이너, 김태연 디자이너, 뉴스팀 이경순 PM, 안상욱 블로터닷넷 기자

Daum_exeLab_Sewol_Ferry_Timeline_01

안상욱 블로터닷넷 기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4달째다. 세월호 사건은 한국 사회에 지우지 못할 큰 상처를 준 사건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분도 있다. 사건이 터진 뒤로 언론보도가 마구 쏟아져 정보 홍수 속에 사건이 어떻게 생겼는지 진상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다음이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을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보통 이런 정보는 언론사에서 만드는데 포털인 다음이 타임라인으로 정보를 전달한 것도 독특했다. 어떻게 이런 콘텐츠를 만들게 됐는지 듣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

김수영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팀장

▲김수영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팀장

 

김수영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팀장 우리 팀은 ‘이엑스이랩’이라는 모바일 실험팀이다. 빠른 실행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이다. 이런저런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중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에 기사가 엄청 쏟아졌는데 그 안에서 어떤 게 팩트고 어떤 건 아닌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잖나. 이걸 타임라인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가 그럼 한번 만들어보자고 해서 가볍게 시작했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모르고 시작했다.

안상욱 기자 처음에는 얼마 정도 개발 기간을 예상했나?

김수영 팀장 처음 목표는 2주였다. 2주 만에 작동하기는 했다. 패럴랙스 스크롤(Parallax Scrolling)에 정보를 입히고 배를 3D로 모델링해서 붙여서 2주 만에 콘셉트가 보이는 수준까지 구현했다.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을 만든 저력, 아이디어 빨리 구현하고 의견 나누는 ‘애자일’ 개발 방식

안상욱 기자 패럴랙스 스크롤이 뭔가?

신현석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개발자 스크롤을 올릴 때 화면이 같이 움직이며 풍부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보여주는 효과를 내는 도구다. 영화 웹사이트 같은 곳에 많이 쓴다.

김수영 팀장 자료가 있어야 하니까 일단 기사 검색해서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 생각한 건 2주였는데 끝난 건 한달이 걸렸다.

안상욱 기자 2주 안에 서비스를 완성하다니 굉장히 빠른 것 같다. 원래 그렇게 빠른 속도로 업무를 진행하나?

신현석 개발자 지난주에 무엇을 할지 목록을 작성하고 정리하고 무엇을 제일 먼저 하자고 걸러내는 과정이 있다. 그때 나온 얘기가 틀 2개를 정하자는 거였다. 우리가 뭔가 빨리 시도하는 팀이다보니 2주라고 정하고 시작한 거다.

안상욱 기자 일종의 애자일 개발인가?

애자일 개발 = 미리 정한 계획만 따르기보다, 개발 주기 혹은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프로그램 개발 방식이다. 애자일(Agile)이라는 단어 자체가 ‘날렵한’이라는 뜻이다.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일정에 맞춰 개발 업무를 진행해도 수틀리기 십상인 현실을 반영해 그때그때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유연성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김수영 팀장 애자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팀원만 봐도 우리 팀 안에 다 섞여 있잖나. 보통은 개발, 기능, 디자인 전문가가 따로 일하다가 프로젝트가 생기면 만나서 협의하는 식으로 하는데 우리는 팀 안에서 팀원끼리 알아서 할 수 있다.

박기석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UX 디자이너 아침마다 회의한다. 오늘 뭐 할 거냐, 어제 뭐 했나 공유하고 빨리 뭔가 만들어 확인하는 게 exeLab이 일하는 가장 큰 방향이다. ‘이것저것 일단 만들어서 보자’는 식이다.

뭘 만들지 업무를 결정하고 일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가 나오면 바로 구현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자주 얘기할수록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니 아침마다 회의를 하는 거다. 다른 데가 일주일 동안 작업해서 일주일 단위로 리뷰하는 주기를 당긴 거다.

안상욱 기자 exeLab이 꾸려진 지 얼마나 됐나? 그동안 만든 콘텐츠 가운데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이 제일 주목받았나?

김수영 팀장 3월부터니까 이제 6개월째다. 제일이 아니라 유일하게 주목받은 게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이다. 그동안 실험적으로 여러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가운데 실제 서비스로 나간 게 2개가 있다. 모두 뉴스팀과 연관돼 있다.

7·30 재보궐 선거 때 후보 대 후보 인터랙티브 페이지가 있었다. 세월호 작업 하던 중에 가볍게 만들었다. 3주 정도 걸렸다. 모든 지역구는 아니지만, 몇군데 선택하면 후보 이력을 비교해서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였다.

730 재보선 후보 대 후보

▲7.30 재보선 ‘후보 대 후보’ 페이지 화면 갈무리

안상욱 기자 실험적인 걸 많이 만든다고 했는데, 그걸 외부에 서비스를 할지 말지는 어디서 정하나?

김수영 팀장 절차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누가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게 아니라 우리가 자발적으로 만든 거잖나.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은 또 기존 절차와 조금 다르다. 김태연 디자이너가 뉴스팀에 아는 분께 메신저로 웹주소를 보내서 보여줬다. 그걸 뉴스팀 안에서 공유했는지 뉴스팀장 등 관련된 분이 보고 좋다 실제로 해보자 해서 서비스하게 됐다. 사실 되게 용감한 일이었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라 콘셉트만 잡힌 정도였으니까.

이경순 다음커뮤니케이션 뉴스팀 프로젝트매니저

▲이경순 다음커뮤니케이션 뉴스팀 프로젝트매니저

이경순 뉴스팀 프로젝트매니저(PM) 내용 받고 콘텐츠 검수하고 서비스해야 되기 때문에 저희가 시작했을 땐 ‘오마이뉴스’가 이미 나와 있었고 ‘한겨레’가 막바지에 했기 때문에 두 서비스와 완벽하게 다른 타임라인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 순서에 맞게 배열됐는지 확인하고, 중간중간 수사결과 발표된 게 많아서 그걸 확인해서 수정하고, 사고 초기 기사는 일단 추측성이거나 그때그때 나온 파편적인 정보를 갖고 나온 기사였기 때문에 나중에 나온 기사를 보고 틀린 건 빼고 맞는 건 계속 넣는 작업이 많았다.

오픈 예정일인 사건 발생 100일째 될 때는 조사특위가 열리던 시기였다. 관련 기관이 불려가서 국회에서 얘기하는 과정에 추가로 아이템이 나왔다. 기사와 다른 부분이 나타나거나 우리는 몰랐던 얘기가 있었다든가 상황이 추가돼 그에 따른 디자인 수정도 생기고 조금씩 바꾸는 일이 계속 생겼다.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보니 그런 점을 다시 만드는 게 어려웠다.

뉴스팀 입장에서는 가치판단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중립적으로 쓰는 게 중요했다. 유가족이나 해경, 정부 입장도 아닌 팩트 중심으로 있는 사실만 쓴 기사만 골라내는 것도 일이었다. 단독보도도 놓치면 안 되고. 제일 힘들었던 건 ‘카더라 통신’이 많아서 뭐가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던 점이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많았다.

포털이기에 누린 장점은 언론사가 했던 중요한 특종 영상을 다 담을 수가 있었다. 각 언론사는 자기 보도를 중심으로 만들었잖나. 우린 타임라인 안에 그런 걸 같이 넣을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

안상욱 기자 수정이 많았다면 굉장히 품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김수영 팀장 구조를 짤 때 콘텐츠가 변동돼도 내용에 반영되게 짜놨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나중에 보니 놀랍더라. 클라우드 문서로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는데, 뉴스팀에서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면 타임라인에 새로운 데이터가 뿌려지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그래도 정보가 변동이 계속 있는 것에 비해 손으로 일일이 옮기는 일이 생기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래서 짧은 기간 안에 해낼 수 있었다.

신현석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개발자

▲신현석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개발자

신현석 개발자 내용이 시간 순으로 있잖나. 그걸 뭔가 하나 변경될 때마다 수작업으로 수정하는 일이 있으면 너무 손이 많이 간다. 다른 일도 많은데 콘텐츠를 복사해다 붙여넣는 것까지 하기 싫어서 그렇게 만들었다. 일단 텍스트 형태로 실제 자료를 만드는 사람이 직접 수정하고, 이걸 아주 적은 노력 만으로 업데이트하는 방법을 찾다가 스프레드시트에 입력한 걸 그냥 파일 내려받아 덮어씌우면 데이터베이스를 손보는 일 없어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됐다. 막판에는 엄청나게 수정이 많아졌다. 시간도 바뀌고 오탈자도 나오고 했는데 나는 그냥 파일 넣는 작업만 하고 손댄 건 거의 없었다.

김수영 팀장 지금도 중간에 넣어서 업데이트할 수 있다. 서비스가 살아서 움직이는 거다.

이경순 PM 8월 말에 청문회가 예정돼 있잖나. 자료 나오면 업데이트하자고 했는데 양쪽에서 여야가 증인 합의가 안 돼서 조용히 있기 때문에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 수사는 별도로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새로운 팩트가 나오면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다 가치판단이더라. 123함 함장이 구속된다면 이걸 넣어야 하나? 함장이 ‘뛰어내려라’ 방송 안 했다고 수사 결과가 나오는데 이걸 다시 반영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다. (우리가 담은 건) 72시간이기 때문에 이후에 구속되는 걸 담을 필요는 없는데, 함장이 거짓말했다는 팩트는 나왔잖나. 이런 건 계속 고민이 된다.

‘나오라고 방송을 했다’라고 거짓말을 했던 사실은 타임라인에 녹아 있다. 함장이 이렇게 인터뷰를 했던 것도 팩트잖나. 이것도 타임라인으로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했던 작업도 과거를 지우는 게 아니라 ‘뭐라고 했지만 후에 조사를 통해 이렇게 밝혀졌다’고 정리된 게 많다. 기록이니까 ‘과거에 그랬지만 아니었다’는 식으로 남겨두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타임라인이다.

기록 정리하는 포털의 역할 깨닫는 계기 돼

안상욱 기자 외부에서 반응은 꽤 좋은 걸로 안다. 만든 사람으로서는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을 어떻게 보나. 기록을 남김으로써 포털이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 같은데.

김수영 팀장 의미 잇는 기록 형태로 남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 같다. 미디어 분야나 우리나라 기록 분야에 있어서 의미라면 뉴스팀에서 말씀하시는 게 맞을 것 같다.

이경순 PM 다음 뉴스팀이 생각한 의미는 우리가 포털의 미디어로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고 봤다. 내부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다. 말씀처럼 포털이니 좀더 객관적이고 한걸음 물러나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 가운데 같이 고민되는 게 가치판단이 계속 들어가잖나.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72시간도 쪼개 보면 모든 시간에 이벤트가 있잖나. 이 가운데 취사선택해야 할 때가 있는데, 포털으로서 일할 때 조심스럽다는 점도 경험했다. 외국 사례를 봐도 미디어가 하지 포털이 하지는 않는다. 미디어 회사가 하던 영역이었는데 포털도 이런 관점으로서 아카이빙으로서 할 수 있겠다는 깨달음,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이걸 기반으로 재보궐선거도 판으로 만들 수 있다. 박현성 개발자가 한 것처럼 찍어낼 수 있다. 검색에 나온 데이터를 넣으면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구조로 해보자는 생각도 exeLab과 얘기하면서 이런 것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확인된 것 같다. 최근 협업을 보면 타임라인 뿐 아니라 다른 쪽도 인터랙티브로 할 수 있겠다. 이건 미디어 입장에서는 큰 환경이 된 것 같다.

김수영 팀장 ‘후보 대 후보’ 역시 자유롭게 내용을 추가하면서 계속 변경하기 쉽게 틀이 짜여 있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빨리 구현해보고 그걸 보고 다른 일을 찾아가는 방법론이 확장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미디어에서 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은 그쪽에서 우리보다 많이 찾을 수 있는 거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가진 강점이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박기석 디자이너 사용자 조작에 따라 정보가 다이나믹하게 바뀌고 페이지도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표현해보겠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데, 세월호라는 주제 자체가 무겁잖나. 그에 반해 우리가 넣은 효과, 배가 뒤집힌다든가 숫자가 올라간다든가 글자가 커지고 작아지는 게 세월호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게 아닌가 고민했다. 우리의 욕구는 뭔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걸 시도하는 게 하나의 목표였는데, 세월호의 콘텐츠가 가진 무게나 중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세월호를 가지고 주고자 하는 정보를 잘 표현하는 효과를 찾는 게 고민이었다.

익스플로러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 웹 환경상 신기술을 웹에 적용하기 녹록하지 않았다. 다이나믹하고 인터랙티브한 사이트를 만들고자 했기 때문에 세월호 콘텐츠를 가지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김태연 디자이너 사실 포털에서 디자인 업무는 프로모션을 제외하고는 정적인 디자인이 많다. 플래시를 쓰지 않고도 동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동안 생각 안 했던 인터랙션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던 계기였다.

적은 인원으로 일하다보니까 영역 구분을 나누기보다는 좀더 긴밀하게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디자이너라고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이 되는 사람이 도와주고, 개발에 대해서도 미루는 게 아니라 서로 소스를 보면서 세밀하게 바꾸는 등 많은 협업이 이뤄진 게 기존에 일하는 방식과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깃’ 활용한 유기적인 협업으로 품 아껴

김수영 팀장 신현석님이 팀원 모두에게 ‘깃(Git)’ 환경을 설치해줬다. 모두 소스 열어서 직접 스타일을 바꾸기도 할 수 있게 했다.

깃(Git) = 모든 작업 소스를 공개하고 변경사항을 추적∙관리하는 분산 버전관리 시스템이다. 리누스 토발즈가 리눅스 커널 개발에 쓰려고 만들었다. 지금은 다양한 용도로 널리 쓰인다. 대표적인 예로는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github)’가 있다.

신현석 개발자 나한테는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자기가 직접 만들지 않으면 최고의 결과물은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하던 터였다. 어떻게 보면 실제 결과물에 손을 대는 사람은 개발자에 국한돼 있잖나. 그걸 어떻게 하면 확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세월호 72시간 작업하면서 뭔가 얘기하다가 나왔다. 김태연 디자이너가 ‘직접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냐’, ‘데이터 업데이트도 할 수 있냐’고 물어봐서 팀원 4명 컴퓨터에 개발 환경과 코드 관리 도구를 모두 설치해줬다. 그때도 긴가민가했다. 과연 이분들이 코드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을까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깔아드렸는데, 굉장히 놀랐다. 김태연 님은 콘텐츠 들어가고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CSS 파일을 찾아서 수정하고 제출했다. 이미지 업데이트 방법도 알려드리니 척척 하더라. 기석님도 개발자가 아니라 UX 전문가로 이 팀에 있는데, 파도 효과도 본인이 직접 조사해서 만들어 코드를 올렸다. 한 제품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데 여러 아이디어가 들어가는데, 이 아이디어를 개발자 혼자 개발하면 완벽하게 구현하기 힘들다. exeLab에서 해보니 실제로 할 수 있구나, 환경이 잘 갖춰지면 모두가 실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 코드를 만지게 됐다.

김수영 팀장 별명도 생겼다. 우리가 처음에 ‘하이브리드’라고 불렀다. UX 하는 사람인데 개발해서 파도 효과도 넣고, 구조 현황 숫자 카운팅도 넣고, 메시지 나올 때 하나씩 나타나는 것도 직접 개발해서 반인반수 ‘켄타우로스’라고 부른다.

박기석 디자이너 (웃음)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안상욱 기자 좋은 별명도 많은데 짓궂다. (웃음) 아까 모두가 코드를 만진다고 했는데 팀장님도 그렇다는 얘기인가? 원래 팀장님도 개발 쪽 배경을 갖고 있나?

김수영 팀장 난 UX 출신이다. 하지만 누구라도 개발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내가 배워서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협업할 때 서로 얘기하기도 좋고 간단한 거라면 직접 해보기도 하면서 진행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일단 조금씩 배우는 상태다. 궁극적으로는 아이디어가 있을 때 실제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배우고 싶다.

안상욱 기자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을 보면 가장 마지막에 시간이 계속 흘러간다. 무슨 뜻인가.

김수영 팀장 우리는 제일 중요한 순간으로 72시간을 타임라인으로 만들었지만, 세월호 사건은 계속 진행 중이잖나. 사건이 계속 된다는 걸, 오늘까지도 이 일이 계속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처음 타임라인을 만들자고 했을 때는 가볍게 시작했을 수도 있지만, 작업이 계속되면서 주제의 무거움이나 의미를 많이 생각하게 됐다. 마지막에는 뭔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페이지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화면도 어두워지고 시간이 계속 오늘 날짜로 돌아가게 했다. 아직 발견되지 못한 분도 계시잖나.

또 이 페이지에는 댓글을 달 수 없으니 추모게시판으로 연결해 더 많은 사람이 상기하고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안상욱 기자 처음에 세월호 타임라인을 만들자고 했던 김태연 디자이너는 어떤가?

김태연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디자이너

▲김태연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디자이너

김태연 디자이너 기사를 보는데 너무 헷갈리는 거다. 그래서 이걸 스크롤에 따라서 배가 움직이는 걸 보여주고 관련된 뉴스를 모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스크롤에 착안해서 이런 게 있다고 (신현석 개발자가) 신세계를 알려줬다. 다들 사례를 찾으면서 원래는 내비게이션으로 쓰이는 도구가 극적으로 부각되면서 완전히 다른 틀로 바뀔 수 있었던 것 같다.

박기석 디자이너 저는 한 달 동안 만들고 나서도 다음 웹사이트에 걸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수영 팀장 나도 그랬다.

민감할 수 있는 콘텐츠도 과감히 내보내는 사내 문화

박기석 디자이너 정치적일 수도 있고 민감한 사안이잖나. 아무리 잘 만들어도 공개는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다음의 문화 때문에 나갈 수 있다는 기대도 했다. 만들 걸 뉴스팀에서 보고 좋다고 했다. 뉴스팀도 수용할 수 있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경순 PM 애초에 뉴스팀 자체에서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수용했던 것 같다. 우리에게는 이런 걱정이 깔려 있었다. ‘포털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지금 이런 콘텐츠를 내보내나’라는 시각도 있었을 것 같다. 우리가 하는 게 맞나 위에 여러번 확인했는데, 기록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뉴스팀은 에디팅이나 기사에 관한 부분은 히스토리로 남겨둔다. 뉴스팀은 히스토리를 중시한다. 가치판단을 안 해도 기사가 쌓이는 것만 봐도 이슈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잖나. 그렇게 보면 이 페이지는 우리가 서비스해도 잘 받아들여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픈하고 의외로 누리꾼 사이에 좋은 반응이 나와서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구나 안심했다.

뉴스팀도 exeLab과 같이 작업할 때 방대한 자료 때문에 힘들었다. 검색 결과와 기사를 갖고 뼈대를 세워둔 걸 보고 중간에 확인하고 추가하는데, 하루에 쏟아지는 기사 양이 어마어마해서 세월호 키워드로 잡고 검색하면 한 달에 1만건이 넘을 때도 있다. 그래서 키워드 여러개로 좁혀서 하는데 하루에 몇천건씩 봐야 할 때가 있었다. 골라내는 게 어려웠다.

뉴스팀에서 고르는 기준이 있다. 처음 보도한 매체의 단독이나 특종은 중요하게 다뤄야 하잖나. 이걸 또 찾아야 한다. 한참 전에 파묻힌 최초 보도를 끌어와 찾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하다보니 검색만 계속할 때도 있더라. 팩트가 맞는지도 검수하고 하다 보니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정말 뉴스가 많았구나, 큰 사건이구나 새삼 느꼈다.

신기했던 게 댓글 중에 ‘정말 방대했을 텐데 그걸 정리했네’라는 반응이 많았다. 골라내는 게 제일 힘들었는데 우리 노력을 알아주는구나, 그걸 누리꾼이 좋게 받아들여주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김태연 디자이너 뉴스팀이 참여하기 전에 자료 정리할 때, 팩트 위주로 정리하다보니 그때는 더 많았던 거 같다. 타임라인이 200개였던가?

김수영 팀장 처음에 굉장히 많았는데 줄였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못 나갈 줄 알았다. 내부에서 이런 얘기도 들었다. “이렇게 민감한 걸 해도 괜찮을까? 실제로 나갈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나가게 결정하는 걸 보고 한번 놀랐다. 끝까지 실제로 나갈 수 있을까 사실 조금 걱정했다. 6월에 거의 마무리하고 보궐선거 준비하다가 7월24일, 일주일 동안 막바지 작업을 했는데 그 전까지도 많은 시간을 기다렸잖나. 3주 정도 기다리다보니 이게(선거결과가) 어떻게 바뀌냐에 따라서 혹시나 못 나가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했는데 나간 것도 놀라웠고, 나가고 나서 반응 보고 의미 있는 일을 했구나 다시 깨달았다.

안상욱 기자 기록을 남김으로써 사회에 기여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김수영 팀장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다. 안 나갔다고 해도 이 일 자체로 의미 있는 지점이 있다. 깨달은 바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고 하긴 했는데 실제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기록이 된 거 잖나. 기록으로서의 가치나 역할은 의도했다기보다 결과물을 보면서 체감하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기록은 하나둘씩 기록할 때보다 모아놓았을 때 의미가 커지고 힘이 생기는 거다.

박기석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UX 디자이너

▲박기석 다음커뮤니케이션 exeLab UX 디자이너

 

박기석 디자이너 기사가 단편적으로 쏟아지잖나. 사건은 시간순으로 진행되는데 이야기는 파편적으로 나오고, 이게 겹쳐지면서 뭔가 실제 사건과 다른 왜곡된 뭔가를 만드는 느낌이었다. 세월호 사건도 진실과는 다른 이야기가 계속 만들어지면서 보고 싶은 걸 보기 힘들어지니, 개인적으로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런 일 같은 게 나중에는 시간순으로 타임라인 형식으로 보여주는 형태가 많아지면 훨씬 진실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경순 PM 뉴스팀이 처음 제작한 의도는 기록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자’가 아니라 너무 많은 기사가 방대하게 쏟아지니 한참 뒤에 정리해서 보여줄 정도로 우리 사회에 큰 사건이라고 뉴스팀 내부에서는 얘기했다.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 타임라인인 것 같다고 해서 타임라인을 기획했다. 그런 면에서는 기록적인 측면에서 봤던 것 같다.

그게 미디어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우리 시각으로는 크게 다른 걸 생각할 수 없으니까, 미디어 입장에서 생각하면 자연스레 ‘기록을 남겨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미디어가 아닌 분야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한 점도 놀랍다.

김수영 팀장 뉴스팀 내부에 고민이 있었고, 그 형식을 실험해본 사람이 있었다.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뉴스팀과 exeLab이 손잡고 시작한 시점이었던 것 같다.

이경순 PM 뉴스팀 내부에서도 놀랐다. ‘우리 회사에도 이런 걸 만드는 사람이 있네. 우리 회사에서 이런 걸 만들 수 있어?’라고. 우리도 exeLAb이 있다는 걸 같은 회사에 있으면서도 몰랐다. 태연님이 미디어 디자인을 해서 건너건너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디어팀에도 ‘우리가 구현해야지’라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있었는데, 이런 걸 할 수 있고 고민하는 팀이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앞으로 여러 작업을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작업할 때 ‘배가 이렇게 넘어가면 파도가 올라갈 때 여기까지만 올라가자’라고 하면 금방 수정돼 오고 하는 게 서비스 만드는 입장에서 신기한 경험이었다.

살아 숨쉬는 기록으로 남길

안상욱 기자 앞으로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이 어떻게 되길 바라는가? 또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김수영 팀장 우리 바람은 살아서 움직이는 기록으로 가져가서 가치있는 아카이브로 남았으면 하는 것이다. 구조적으로도 새로운 걸 넣을 수 있는 구조니까. 내부적으로는 새롭게 일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하면서 실제 사용자와 만나는 기회를 늘려나가는 게 우리 바람이고 목표다.

이경순 PM 이 부분은 내부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다.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특별법 통과되고 진상조사하면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뤄질텐데 이 내용을 다 타임라인에 담을 수 있을까. 살아 있는 타임라인을 추구하지만 이걸 어느 시점에 어떻게 업데이트할지도 고민의 한 지점이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도 있으니 그 내용도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것도 고민 중이다. 아직 추가할 내용이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단계다.

또 다른 무엇을 exeLab과 해볼까 모의하고 있다. 다음에는 재미있게 이런 것도 해볼 수 있네, 하는 걸 하고 싶다. 세월호는 너무 무거웠다. 가벼운 주제로 통통 튀는 것도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박기석 디자이너 만들고 나서 반응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보여지는 걸 만든 경험이 처음이라 뿌듯했다. 트위터나 SNS에서 들어오는 분도 많고 널리 공유되는 걸 보며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한편으로 다음 안에서 이런 걸 만드는 입장에서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좋은 것을 만들어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존보다 동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웹페이지를 만든 것이기에, 이런 페이지가 많이 나오고 좋은 사용자 경험이 누적된다면 크게는 우리나라 웹의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음)

신현석 개발자 다음이 서비스 만들면 웹브라우저 간 차이점을 좁히는 방향으로 제작한다. 그런데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을 보면 굳이 차이를 좁히지 않았다. 저사양 웹브라우저에서는 기능이 떨어진 형태로 소비하게 해주고, 고사양에서는 풍부한 효과로 콘텐츠를 소비하게 해줬다.

웹개발자 중에 이런 걸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용자 환경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져서 좋은 쪽을 부각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이 보는 페이지라면 그쪽에 초점을 맞춰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노력 많이 하는 것도 의미 있는 결과였다라는 생각도 들고. 될 수 있으면 그런 쪽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김태연 디자이너 세월호 특별법이 유가족 바람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네티즌의견(총 8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