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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을 보는 두 번째 열쇠, ‘플랫폼’

2014.08.21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평가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것입니다. 하드웨어가 따라잡힌 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는데 소프트웨어가 따라잡히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이지요. 그런데 실제 중국 스마트폰을 보면 소프트웨어 면에서 완성도가 꽤 많이 올라왔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중심에 서비스 플랫폼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중국 스마트폰의 의외성은 플랫폼에서 드러납니다. 중국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텐센트와 타오바오 같은 중국의 굵직한 서비스가 들어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에서 구글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도 대부분의 구글 기본 서비스가 막혀 있고 그 자리를 모두 중국 자체적인 서비스로 채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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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지금 당장 좋다 나쁘다를 말하자는 건 아닙니다. 국가가 나서서 서비스를 차단하고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도 당연히 좋은 그림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그렇게 조금씩 손대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개방한 시장입니다.

특히 구글은 거의 중국에서는 없다시피한 서비스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막혀 있고, 최근에는 카카오톡과 라인도 막혔지요. 이 정도로 폐쇄적이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요즘 지하철에서 종종 눈에 띄는 중국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서비스들을 쓰는 게 눈에 띄는데, 대부분 자체 서비스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최근에 우리 입에 오르내리는 원플러스나 화웨이 등도 해외에서는 구글의 인증을 받기도 하고 구글플레이스토어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파는 제품에는 다른 서비스들이 들어갑니다.

그게 아예 운영체제 형태로 묶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샤오미의 MiUI이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샤오미의 클라우드 서비스들입니다. 이게 하드웨어로 완성되는 것이지요. 꼭 하드웨어 회사뿐이 아닙니다. 심지어 바이두는 자체적인 운영체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 뿌리는 대부분 안드로이드입니다. 서비스만 있으면 운영체제 만드는 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지금 당장 텐센트가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해서 이상할 것 하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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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가장 불편해하는 포크(forked) 안드로이드지요.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구글의 서비스와 검색 유입을 늘리기 위해 운영체제를 개방했는데, 이를 개조하고 심지어 구글의 서비스를 싹 빼서 새 운영체제를 만듭니다. 중국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구글의 표준을 지키는 것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쉽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글이 없는 안드로이드로 내수 시장을 잡고 있습니다. 나중에 중국 시장이 개방돼도 클라우드, 마켓, 콘텐츠를 쥐고 있다면 구글도 단숨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의 과정이 결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어걸린 것처럼 중국 시장의 경쟁력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들을 접목한다면 그 밑바탕은 안드로이드가 아니어도 됩니다. 지금 당장 앱을 잘 만들지 못해도 앱은 언제고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는 돈과 시간이 성공을 보증하진 않습니다.

국내 기업들에게도 늘 소프트웨어는 약점으로 꼽혀왔습니다. 각 회사들은 이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그 노력에 비해서 섭섭한 부분들이 꽤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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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을 얻기 위해 우선적으로 했던 노력은 ‘응용프로그램’으로 연결됐습니다. 제조사뿐 아니라 통신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결과는 제품을 켜자마자 만나는 수십 개의 앱들입니다. 물론 서비스에 대한 것들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려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고 스마트폰에 어수선한 경험들만 늘어놓고, 앱을 개발하는 소규모 개발자들과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드웨어 시장이 안드로이드로 모듈화, 평준화되고 있다면 차별점은 그 위에서 어떤 서비스를 줄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일본 시장이 아이폰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이튠즈라는 콘텐츠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큰 그림으로서의 플랫폼이 시급합니다.

그래서 나온 플랫폼의 오해 중 하나는 운영체제입니다.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한 시도는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는 안드로이드, iOS, 윈도우, 블랙베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잡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번 썼던 운영체제를 바꾸기 어려운 것은 습관과 편의성에도 있지만 점점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잠금 효과가 다른 운영체제로 옮기기 어렵게 만듭니다. 운영체제는 그 다음에 만들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로 성장해 온 회사입니다. 하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우폰과 별개로 안드로이드 위에 e메일, 클라우드, 게임 등의 서비스를 올려서 저가 시장부터 뛰어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가 뭐가 됐든 MS의 서비스 플랫폼을 올리겠다는 겁니다. MS의 대표 상품인 ‘MS오피스’도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로 확대해 운영체제는 다른 것을 쓰더라도 서비스, 그리고 그 서비스들이 묶이는 플랫폼은 MS의 것을 쓰라는 메시지이지요.

이렇게 하려면 좀 더 체계적인 서비스 구성과 하나로 묶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가 체계적일 수밖에 없고, 텐센트가 운영체제를 만들어도 이질감이 없는 이유입니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의 공급망 관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놀라운 것은 각 국가마다, 또 그 나라의 두세개 이상 통신사에 꼭 맞춘 제품을 동시에 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통신 3사가 쓰는 주파수가 다르고, 통신 방식이 다릅니다. 그 위에 올라가는 소프트웨어가 다릅니다. 그런데 이걸 전 세계 시장에 동시에 적용해서 공급합니다. 이걸 이렇게 완벽하게 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삼성이 서비스 플랫폼만 확실히 갖춰진다면 이를 적절히 묶어 시장에 하드웨어 뿐 아니라 서비스로도 영향력을 가져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