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길의책] 워드프레스를 키운 힘, 무질서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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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핑 중 개인이나 기업 홈페이지 레이아웃과 인터페이스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면 예상대로 하단 부분에 이 회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워드프레스'(WordPress).

글로벌 뉴스 웹사이트 상위 그룹에는 워드프레스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있다. 이들은 워드프레스를 제공하는 오토매틱이 이들을 VIP 대상 기업으로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도록 신경쓴다. 이런 안정된 서비스 제공은 워드프레스의 인지도를 올리며 새로운 가입자들을 불러모은다. 가입자 대비 서비스 이용 빈도수도 괜찮다. 좋은 서비스 품질은 다른 마케팅 도구가 필요 없다.

설치형 블로그 형태의 워드프레스는 어떻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신규 이용자들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걸까. 우선 잘 알려진 대로 워드프레스는 데이터 관리와 블로그를 통한 콘텐츠 생성·발행이 타 서비스에 비해 쉽다. 통계 페이지를 통해 활동 내용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관리 페이지는 워드프레스의 장점 중 하나다. 사용자 수준별 워드프레스 서비스 이용 난이도는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쉽다고 말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고도 한다.

워드프레스의 다른 강점은 오픈소스 형태로 기업이나 개인 서비스 특성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워드프레스는 한국 이용자들의 모바일 접근 욕구를 잘 반영하고 있다. 워드프레스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서비스 개선을 이루어나갈지 기대된다.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는 그럼 어떤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는 걸까. 그들의 어떤 재능들이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일까. 서비스 개시 후, 10여년이 넘도록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는 워드프레스의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소리 없이 강한 기업’의 전략은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고 싶다.

워드프레스닷컴과 미래의 노동이라는 부제를 단 ‘바지 벗고 일하면 안 되나요?’가 이 궁금증을 달래준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이 회사 소셜팀 팀장으로 합류, 1년여 넘는 시간 동안 자신과 팀원이 수행한 프로젝트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 스콧 버쿤은 입사 시 근무 중 경험한 일들을 저널리즘에 입각해 글로 쓰겠다고 오토매틱의 CEO로부터 허락을 구했다. 그리고 그가 회사를 나와 그간의 일기를 바탕으로 워드프레스닷컴의 일처리와 인재관리 측면에서 그가 궁금해 하고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문화를 시간대별로 보여준다. 그러기에 더욱 현장감이 크다.

“워드프레스의 비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출판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할 말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뜻이다. 신념은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입으로는 어떤 가치든 부르짖을 수 있다. 이 신념을 얼마나 행동으로 옮기느냐가 중요하다. 오토매틱의 경우, 워드프레스가 오픈소스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실천이 오래도록 이어지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프로젝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끝이 났으며 그 후 어떤 식으로 연결되었는지를 따라가는 동안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세서의 방식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던진 비결은 책을 얼마 읽다보면 바로 눈치챌 수 있다. 워드프레스를 만드는 오토매틱에는 관리를 위한 관리가 없다는 것이다. 형식과 규제가 없다. 사무실에 모여 집단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 퍼진 인재들이 자신의 파트를 담당하고 필요에 따라서 만날 뿐이다. 저자가 합류한 시점이 바로 이때, 2010년이다. 인원이 많아지다보니 동시다발적인 프로젝트 관리를 책임져 줄 사람이 필요했다. 외부의 팀장을 영입, 팀 체제를 구축했고 처음 그 자리에 저자가 간 것이다.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0여년간 일한 바 있다.

2005년 8월 문을 열고 그해 11월 정식으로 출범한 워드프레스닷컴의 CEO 뮬렌웨그는 워드프레스 서비스를 진행하며 내부적으로 원칙을 갖췄다. 모든 대화의 투명성이다.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더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고 서비스 지속성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나누는 온라인 대화는 누구나 참여하고 열람할 수 있는 개방구조를 갖췄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오토매틱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일을 기록하고 업데이트한다.

“오토매틱은 원격 근무제를 채택한 회사라서 직원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더욱 각별했다. 전 직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은 워크숍이 열리는 딱 일주일뿐이었다. 대다수 경영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일 년에 한 번뿐인 기회이니만큼 분초를 쪼개서 일정을 짜야 한다는 압박감을 더 크게 느낄 만도 하다. 경쟁업체들을 분석하는 프리젠테이션도 진행하고, 팀장들을 시켜 전략회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오토매틱 워크숍에서는 좀처럼 이런 시간을 찾아볼 수 없다. 촘촘한 질서 대신 무질서를 허용한다. 오토매틱에서는 일상 업무에서 탈출하는 데 의의를 두거나 두툼한 대본대로 쇼를 진행하기보다는 워드프레스닷컴에 관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단순히 시험삼아 해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개발 업무를 진행한다. 모든 팀은 워크숍 주간에 진행할 프로젝트를 선정해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완료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이 문장은 워드프레스닷컴의 문화를 들여다보기 충분하다.

매일 함께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한다고 능률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원격 근무만을 허용한다고 해서 또한 마감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글로벌 기업은 재택근무를 허용했다가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직원 개개인의 일탈도 있었지만, 경영진이 직원들을 제대로 신뢰하지도 않은 것이다.

wordpress.comIT 기업을 중심으로 출퇴근 시간 자유, 탄력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 실험이 있지만 얼마나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기업이 이들 스스로 제대로 업무결과를 가져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패가 방법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음’을 강조하는 저자는 워드프레스닷컴에서 자신이 경험한 팀 프로젝트와 팀원들의 업무처리 태도, 타 구성원들의 협력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며 거기에 따르는 장단점을 들춰본다.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는 그는 누구보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존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최선을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의 팀 운영방식이기도 했다. 그는 그러한 태도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완수했다. 팀원들에게 요구하는 수준만큼 자신에게도 평가기준을 세우고 일을 해나갔다.

저자는 일하는 동안, 퇴사를 앞두고 CEO 뮬렌웨그에게 자신이 느낀 바, 개선할 점에 관한 의견을 보냈다. 불필요한 전통,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서는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성과나 변화가 없더라도 직원들의 사기가 진작된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믿는다.

“오토매틱의 기업문화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전통보다 성과를 우선시한다는 것이었다. 누가 몇 시에 일을 시작했고 얼마나 오래 일을 했는지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다.”

뮬렌웨그는 바로 이점에서 탁월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도태시키고 성과를 우선시하는 문화를 장려하는 데 탁월했다고 평가한다. 대부분의 기업 CEO가 이러한 마음 자세를 갖추는 것이 어렵다. 다 신경써야 하고 내가 관리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하다. 처음 창업할 당시의 그 전통을 강조하려 든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새로운 문화의 접촉 지점에서 새로운 과제를 수행했다. 팀장으로 어떤 태도로 일을 이끌고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 수 있느 길이 무엇인지 실험했다. 그리고 그는 그 일을 잘 마무리했다.

“오토매틱이 팀 체제를 도입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었다. 팀장 경험이 전혀 없는 많은 이들이 팀장을 맡았다. 자신이 왜 팀장으로 선택되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상당수의 직원은 과거에 팀으로 작업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코칭 기법에 따라 팀원들에게 조언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지만, 오토매틱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가장 빨리 배우는 길은 듬직한 직원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겨 그들 스스로 실험을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팀원들은 그 과정에서 어떤 습관을 버리고 또 어떤 습관을 새로 길러야 하는지 함께 작업하며 결정할 것이다.”

촘촘한 질서대신 무질서를 허용하라

그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기업의 성공 이유를 또한 살펴볼 수 있다. 우수한 인재를 뽑고 그들로 하여금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첫 번째, 두 번째가 업무목표의 명확성과 신뢰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른 팀에서 유사한 일을 해나가는 것도 모른다. 이러한 내부적인 자원과 활용으로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업체를 경계하지 않으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즐길 줄 알고 일을 능동적으로 풀어가는 워드프레스닷컴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지금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되돌아본다.

워드프레스

원격 근무 중인 워드프레스 직원들

이쯤되면 지금 워드프레스 기반의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면 이들의 서비스를 통해 업무를 하는 데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질 듯하다. 괜찮은 사람들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니 무엇보다 일이 재미있었다. 소규모 팀으로 일을 빠르게 진행했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가 한 작업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워드프레스닷컴 개발자라면 누구나 이런저런 기능을 만들어 출시할 수 있다.문제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출시한 기능은 모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했다.”

일을 하다보면 부서 간 의견 충돌로 곤란한 일을 겪을 때가 많다. 서비스 주도권을 놓고도 다툴 때가 있다. 이기심과 시기와 질투, 갈등의 원인이다. 누구 업무냐고 따지기도 하고 왜 우리가 할 일을 하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업무의 명확성과 신뢰부족이 만들어내는 직장의 모습이 그렇다. 그러한 기업문화라고 하면 더 오래 일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남 욕하고 탓하는 시간보다 즐겁게 일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에 반해 워드프레스닷컴은 아무리 큰일도 작은 단위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일을 작게 쪼개며 일을 추진했다.

동의한다면, ‘바지 벗고 일해도 되냐?’고 묻는 이들의 질문에 답하라.

개발회사가 주목받고 있다. 기술과 디자인은 IT 기업의 핵심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제대로 보듬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정치적 구호로만 볼 것이 아니다. 사람이 먼저다.

창업자 뮬렌웨그를 비롯 워드프레스 탄생과 플러그인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 에피소드들을 읽어가는 동안 좀 더 많은 에너지를 끌어 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프로젝트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팀원 혹은 팀 리더로서 사람 관계로 인해 불편한 직장생활에 직면해 있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 직장의 문화는 건강한지 물어보는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역시, 단순함이 결과를 좋게 만든다.

바지 벗고 일하면 안 되나요?”
스콧 버쿤
제이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