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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갈릴레오들, SW로 뭐 만들어볼까?”

2014.08.25

틀린 답을 말해도 박수. 기존에 없던 답을 말해도 박수. 조금 늦게 대답해도 박수.

사물인터넷 수업이 열리는 ‘갈릴레오 여름캠프’의 풍경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은 “자, 박수!”라며 북돋운다. 선생님은 이렇게도 말한다. “선생님은 잘 모르겠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학생들은 손을 들고 자신감 있는 말투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아직 학원과 학교에서 들어보지 못한 소프트웨어(SW) 이야기. 아이들에게 SW는 낯설다. 그래서 사실 아이들은 누가 맞혔는지 틀렸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더 신나게 대답하고 까르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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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5일 열린 ‘인텔 갈릴레오 여름캠프 2014’. 교사 질문에 답을 하려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있다.

인텔 8월7일부터 26일까지 ‘인텔 갈릴레오 여름캠프 2014’를 주최했다. 총 3차례, 한 차례마다 1박2일간 이뤄진 이 캠프는 인텔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부다. 인텔은 ‘인텔 크리에이티브 티처’라는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갈릴레오 출시에 맞춰 사물인터넷을 활용하는 수업을 열고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인텔은 뒤에서 기기와 장비를 지원할 뿐,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일은 학교 교사들 몫이다. 수업에 사용되는 장비도 꼭 인텔 제품이 아니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해도 된다.

8월25일부터 진행한 수업은 3번째 캠프였다. 초등학교 3~6학년 아이 20여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그야말로 평범한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들. 특별히 영재라든지 SW를 잘 아는 학생이 아니다. 인텔은 신청한 학생 중 선착순으로 참여자를 받았다.

갈릴레오 여름캠프는 다른 SW교육보다 하드웨어 교육에 집중한다. 갈릴레오는 작은 컴퓨터 칩이다. 비슷한 제품으론 라즈베리파이나 아두이노가 있다. 갈릴레오는 센서와 CPU, 전원 버튼 등으로 구성된다. 기계공학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어려운 칩이 아닐까. 선생님은 갈릴레오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부분은 컴퓨터의 머리예요. 이쪽은 컴퓨터의 팔이고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컴퓨터에게 밥을 주고 얘기하도록 만들 거예요(칩에 전원을 연결하고 센서 값을 받아오겠다는 뜻).”

교사는 그 예로 햄스터에게 물을 주는 장치를 보여준다. 물통에 센서를 달고 센서에 물이 닿지 않으면 모터를 돌려 자동으로 물을 부어주는 기기다. 교사는 원리를 가르치면서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한다. “여러분이 가진 보드로 자동 물통을 만들면, 집을 비워도 햄스터에게 물을 줄 수 있어요. 그럼 집에서 만들 수 있게 배워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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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여름캠프 김주현 교사가 만든 예제. 햄스터에게 자동으로 물을 주는 기계다.

갈릴레오 캠프가 만약 어떤 물건을 만들고 조립하는데 그쳤다면, 기존 수업과 다른 게 없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지식만 쌓고 가는 수업은 그동안 많이 봐 왔다. 갈릴레오는 전체 수업의 60%를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데 투자한다. 센서가 컴퓨터와 대화한다는 정보를 알게 된 아이들. 이 정보만으로 아이들은 어떤 아이디어를 만들었을까. 아래 아이디어는 하루 동안 배운 지식으로 떠올린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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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안경. 정기적으로 도수를 맞춰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아이디어. 안경에 센서를 부착해 시력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알맞은 도수를 맞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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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충격 금고 손잡이. 도둑이 돈을 훔칠 때 손잡이에 전기가 흐른다. 직원들은 지문인식으로 손잡이를 돌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도둑이나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전기충격을 받아 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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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장 질식사 예방장치. 이 친구는 작년 겨울 뉴스를 보다 캠핑을 하다 난로때문에 질식한 사고를 듣게 됐다. 그래서 캠프장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생각했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센서로 측정해 특정 농도 이상이면 LED등이 깜박거리고 창문을 열고 알람을 작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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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는 로봇물고기. 어항을 계속 갈아주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청소하는 로봇 물고기를 생각했다. 어항에 사는 물고기가 놀라지 않도록 로봇은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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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방지 깔창. 유괴 위험이 있을 때 정보를 부모님께 알리는 서비스. 깔창에 GPS와 압력센서를 넣어 유괴 위험에 처했을 때 사용자가 뒤꿈치를 3번 눌러 정보를 부모님께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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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메디슨. 이 친구는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며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물에 빠진 사람이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주는 센서약을 고안했다. 약에는 작은 센서가 들어가고 센서에 물이 닿을 때 작동한다.

갈릴레오 캠프동안 아이들은 실생활에서 겪었던 불편함을 SW와 HW로 해결할 아이디어를 냈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제품을 생각해내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을 접한 어느 아이는 물에 빠져도 숨을 쉴 수 있는 ‘센서약’을 만들고 싶어했다. 한 아이는 1년 전 캠핑장에서 질식사한 가족의 뉴스를 떠올리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생각해냈다. 불면증이 있는 아빠를 보고 아빠가 편히 잘 수 있는 안마베개이자 지각을 면할 수 있게 모닝콜베개를 떠올린다. 이 캠프의 목적은 아이디어가 실현가능하냐를 따지는 게 아니다. 실생활의 문제를 SW 혹은 HW로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다.

“갈릴레오 캠프에서 추구하는 바는 ‘넌 무엇을 만들래?’예요. 배우기나 모방하기가 아니예요. 다른데서는 단순히 센서를 꽂고, 켜보고, 조립하는 데서 끝나요. 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들 스스로 흥미 있는 분야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떠올리게 만들고, 이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겁니다. 그것이 현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에요.”

갈릴레오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은 처음 오면 꿈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은 꿈에 ‘프로그래머’라고 썼을까. 그런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축구선수, 푸드스타일리스트, 의사, 건축가 등 예측가능한 다양한 직업들이 나온다. 이런 아이들도 실생활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SW와 HW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낸다. 갈릴레오 캠프 주최측은 “아이들에게 이러한 잠재돼 있는 창의력을 깨워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갈릴레오 캠프에 참여한 심세용 교사는 “SW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교육법과 커리큘럼을 잘 구성하고 교사가 이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8월25·26일 진행되는 수업을 만드는 데 2개월여가 걸렸다. 수업 얼개를 짜는데만 2박3일이 꼬박 걸렸다. 교사들은 직접 해당 수업을 체험해보고 수정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사물인터넷 수업은 장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수업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학교에서도 이러한 수업이 가능할까. 심세용 교사는 “장비가 좋다고 수업 질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교사의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기는 그때 상황에 따라 일부 없이도 진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세용 교사는 독특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바로 틀린 답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전지를 연결할 때 직렬 혹은 병렬로 연결할 수 있다. 심 교사는 아이들에게 2개의 건전지를 연결하라고 시킨다. 이때 5명 중 1명만이 불이 켜진다. 아이들은 “내 불은 안 켜진다”라며 질문을 쏟아내는데, 그제서야 심세용 교사는 무엇이 직렬이고 무엇이 병렬인지 알려준다. 그런 다음 직렬로 연결하라고 다시 설명한다. 아이들이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궁금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건전지가 힘이 세지려면 길게 연결해야 해요. 아니면 건전지가 여러개가 있어야 하고요.”

이분여 교사는 부산에서 거주하지만 사물인터넷 수업을 위해 서울을 오가고 있다. 그 과정에 들인 숙박비와 교통비만도 적잖이 들었다. 이번 갈릴레오 캠프도 자비를 들여 서울로 올라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분여 교사는 아이들이 아이디어로 자신을 생각을 표현하는 게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제대로 된 SW 교육은 반드시 좋은 교육과정이 먼저 있어야 해요. SW 교육을 왜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이런 과정을 만들 수 있죠. 이때 교사와 전문가가 함께해야 하요. 아이가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고 현직교사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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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여름캠프에 참석한 학생이 작성한 이야기. 꿈, 좋아하는 것 등이 적혀 있다.

이분여 교사는 또한 “SW는 다른 교육과정보다 타 영역과 융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라며 “자신만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좋은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서울대 이상묵 교수도 참여해 아이들에게 강연을 들려줬다. 이상묵 교수는 “SW 교육은 과학과 나눔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라며 “SW 강국을 만들려고 SW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SW를 활용해 과학 실력을 키우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상묵 교수는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배우고 이를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한번 사용해보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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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상묵 교수

j.lee.reporter@gmail.com

오픈소스 기술, 프로그래머의 삶 그리고 에듀테크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은 변화라도 실행하고 노력하려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그러한 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